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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우직함 카카오, 파격의 승부사 타다

두 거물의 행보는?


쏘카 VCNC 타다가 사법 리스크에서 한 발 벗어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쏘카와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보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파격의 승부수 통했다

이재웅 대표가 무죄 확정 후 미소짓고 있다. 출처=뉴시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의 플랫폼 택시 법제화 로드맵이 가동되자 택시업계의 반 모빌리티 전선은 쏘카 VCNC의 타다로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ICT 기업들이 속속 택시업계의 손을 잡으며 타다는 완벽하게 고립됐고 타다는 1만대 증차 카드를 빼들었으나 강력한 압박에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쏘카 차원의 수 천억원 수준 투자는 물거품이 됐으며 검찰의 기소, 박홍근 의원실의 소위 타다 금지법까지 발의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일반적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 정도까지 코너에 몰리면 사업을 포기하거나 혹은 별도의 출구전략을 찾는다. 특히 국토교통부라는 정부 부처와 대립각을 세워 온전히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타다가 꺾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타다의 선택은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았다. 특히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정부 핵심 관료들과 SNS에서 설전까지 불사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대응까지 겹치며 사태는 꼬여가는 듯 했으나, 타다는 기어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에 성공했다. 새로운 모빌리티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다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여론을 응집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서명서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선을 유지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웅 대표만 가능한 방식이다. 다음 커뮤니케이션, 한메일 등으로 국내 인터넷 산업에 혁신을 일으켰던 이재웅 대표의 브랜드와 특유의 강성 이미지가 없었다면 타다의 전선 유지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상식적이지 않은 파격의 승부수를 통해 타다는 기어이 적의 진지를 넘어 판까지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가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대표를 대상으로 1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타다의 서비스를 두고 불법성이 없다고 봤다.


박 부장판사는 "운전자를 알선한 승합차 임대계약까지 처벌하는 규정에 포함하는 해석은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유추한 것"이라면서 예외조항의 악용이 아닌 활용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타다가 불법 콜택시가 아닌 렌터카 서비스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며 "이용자와 쏘카 사이 초단기 임대 계약이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나아가 타다가 처벌 조항에 해당된다고 해도 이미 로펌을 통해 적법성 검토를 거쳤으며,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과 협의를 했다는 점에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 부장검사는 "타다 서비스의 활성화는 시장의 선택"이라는 말로 타다의 합법성, 당위성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법원의 판결을 두고 SNS를 통해 "새로운 시간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타다의 170만 이용자, 1만2000드라이버, 프리미엄 택시기사, 협력 업체, 주주, 그리고 타다와 쏘카의 동료들, 함께 해준 스타트업들과 혁신을 응원하는 이들, 언론인과 지인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직하지만 강하다

정주환 대표가 카카오 모빌리티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는 2017년 6월 카카오 모빌리티를 분사했으며 2017년 8월 카카오 모빌리티는 정주환 대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택시와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주차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카카오 모빌리티는 2018년 2월 14일 풀러스 논란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던 카풀 업계의 핵심 플레이어인 럭시를 전격 인수한다. 택시업계의 카풀 아웃 목소리가 커지던 가운데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럭시가 카카오 모빌리티의 품으로 들어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셈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를 품어 카풀 사업에 진출을 선언했으나,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을 핵심 사업으로 인지한 것은 아니다. 택시와 대리운전 등 다양한 이동의 수단을 묶는 과정에서 카풀을 일종의 보완재로 쓰겠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도 당장 카풀에 날을 세우기보다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발표한 우선 및 즉시호출 서비스 유료화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러나 카카오 모빌리티가 서비스 유료화를 사실상 포기하며 전선은 다시 카풀 논쟁으로 좁혀졌다. 택시업계는 서울시와 국회,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의 토론 제의를 모두 보이콧하며 실력행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장외투쟁까지 벌어져 택시기사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전략을 수정한다. 카풀이 핵심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까운 목숨이 희생된 마당에 굳이 카풀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월 ICT 기업을 대표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여당 및 정부 부처와 만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었고 7월 국토부의 플랫폼 택지 로드맵이 등장한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함께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이다.

혼돈의 판 펼쳐질까

카풀 반대 외치며 목숨을 끊은 택시기사를 위한 빈소. 사진=최진홍 기자

타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판이 출렁이고 있다.


타다 중심으로 보면 소위 꽃길이 보인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LB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쏘카에 51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것에 이어 12일에는 타다를 독립법인으로 분리시키는 방안이 발표된 상황에서 질주만 남았다는 평가다. 14일에는 드라이버들에게 실업, 질병, 상해, 노령 등 사회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인 타다파트너케어까지 발표했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타다의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투자를 적극 유치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의 역동적인 성장과 쏘카의 안정적인 성장으로 한 개의 유니콘이 아니라 더 많은 유니콘을 꿈꿀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꽃길에도 변수가 있다. 박홍근 의원실이 발의한 타다 금지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타다의 불법성 혐의를 두고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일종의 혼란 상태기 때문에, 타다 입장에서는 내심 타다 금지법의 사장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후 철회했던 증차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광폭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카풀 반대 집회. 사진=최진홍 기자

문제는 택시업계의 반발이다. 택시업계는 지금까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을 중심으로 타다 아웃 전선을 유지했으나, 타다 무죄 선고가 나온 후 택시 4단체 중심의 총력전에 나설 태세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는 한편 성명서를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과 오래전부터 택시업계의 입장을 반영했던 김경진 의원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타다 아웃 전선의 선봉장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내부에서 투쟁을 위한 일치된 동력이 아직 모이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싸움은 끝날 때 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타다 무죄를 두고 다른 각도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타다의 렌터카 기반 서비스가 불법이 아나게 된 이상 누구나 앱 하나로 11인승 승합차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타다에게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중소 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계기로 본다. 업체들의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업계의 질서가 사라지면 운송질서가 무너지고, 결국 쩐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업체가 최종적으로 시장을 과점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운송질서가 교란될 것이라는 주장은 택시업계의 논리다. 이는 저질 모빌리티 서비스가 우후죽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승객의 안전과 결부된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쩐의 전쟁에 대한 우려는 모빌리티 전반의 목소리다. 타다의 독립법인 출발이 곧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타다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업체들을 모조리 퇴출시키며 시장을 필요이상 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시장 과점은 당연한 목표지만, 타다가 택시와 협력하지 않는 시장의 다양성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국토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어색한 지점이다.

벤티. 출처=카카오

한편, 타다 무죄 후폭풍은 카카오 모빌리티의 전략에도 일정정도 변화를 준 전망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해 4월 사회적 기구를 통해 택시업계와 만난 후 다수의 택시회사를 인수하는 한편 벤티 베타 서비스까지 가동하고 있다. 타다가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며 파격의 승부수를 던졌다면, 카카오 모빌리티는 시스템 내부로 들어가 구사업을 혁신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뜻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길이다.


그러나 타다가 파격의 승부수를 관철시키며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타다가 유죄가 됐다면, 그리고 2월 임시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카카오 모빌리티의 벤티는 타다의 시장을 재빨리 흡수할 여지도 있었다. 특히 타다 금지법에 플랫폼 택시 법제화 내용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카카오 모빌리티 입장에서는 강력한 질주에 나설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기대가 모두 무너진 상태다. 택시와 손을 잡고 우직하게 판을 키우고 있었으나 생각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울 것 같았던 승부를 뒤집은 타다의 질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벤티의 개인택시 드라이버를 대규모로 끌어들이는 한편, 렌터카 기반 서비스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자의 경우 베트남에서 시범적으로 가동한 바 있기에, 관련 노하우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중이다.


타다 무죄의 나비효과는 다른 모빌리티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래전부터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추구하던 차차도 증차를 통해 재시동을 걸 것으로 보이며 파파의 큐브카도 국내 사업 포기, 해외 사업 진출에서 다시 국내 사업 재시동으로 선회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과 함께 최근까지 새로운 꿈을 꾼 것으로 보이는 벅시도 부산까지 거점을 넓히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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