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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싸는 은행원들… 명퇴금 평균 4억

짐싸는 은행원들…  명퇴금 평균 4억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국내 4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의 명예퇴직자들이 지난 한 해 평균 4억 원가량의 특별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퇴직금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들에게 두둑한 퇴직금을 안겨주면서 은행원들 사이에는 명예퇴직 순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풍조마저 나타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에서 명예퇴직자 1690명에게 지출한 특별퇴직금은 총 6637억 원이다. 명예퇴직자 1인당 3억9272만 원을 받은 것으로 이는 직장인 평균연봉(3519만 원·2017년 기준)의 11배가 넘는 금액이다. 4대 은행이 지출한 특별퇴직금 총액은 순이익 합계(8조4782억 원)의 8%에 해당한다. 1인당 특별퇴직금은 은행별로 2억8571만∼4억3609만 원이었다.


거액의 특별퇴직금을 지출하는 은행들은 수익성에 타격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명예퇴직금을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2682억 원이나 쓰는 바람에 1년간 지켰던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은행에 넘겨줘야 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명퇴 직원에게 수억 원의 퇴직금을 챙겨주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고 있어 인력을 대거 줄일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시대에 맞게 민첩하게 사업을 하려면 행원들이 젊어져야 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고성장기에 대거 신입 행원을 채용했고, 이들이 이제 40대 후반∼5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세대교체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장년 행원들의 명퇴를 종용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5월 “은행에 눈치 안 줄 테니 희망퇴직과 퇴직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노조의 압박 때문에 특별퇴직금을 불필요하게 많이 지출한다는 비판도 있다. 임금피크제로 근로 기간을 연장하며 받는 수년 치 연봉과 특별퇴직금으로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돈이 거의 엇비슷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명퇴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고액 명퇴’를 손꼽아 기다리는 직원이 많다. A은행 직원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하는 40대 이상 여성 행원들이 명예퇴직 신청 공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청자가 많으니 인사담당 직원이 반려하며 ‘다음에 기회를 주겠다’고 달랜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명퇴를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한정하면서 “젊은 사람들에겐 명예퇴직 기회를 안 주니 억울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미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한 40대 여성 김모 씨는 “특별퇴직금으로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아 은행 직원들이 다들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B은행 직원은 “고액 퇴직금을 받는 지점장을 보며 ‘일이 힘들어도 조금만 버티자’는 얘길 많이 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5억 원 이상 연봉자를 공시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부 ‘초고액 명퇴자’들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 등을 합해 8억 원 넘게 받은 퇴직자가 나오며 은행권이 술렁였다.


문제는 고액 퇴직금을 활용해 무작정 부동산 투자나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는 “노사가 명예퇴직만 유도할 게 아니라 시니어 직원들이 재교육을 받고 노후 대책을 준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특별퇴직금 재원은 결국 소비자의 이자, 수수료에서 나온다”며 “은행들이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퇴직비로 흥청망청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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