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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인 소장 “건축가는 삶의 해결사다”

양수인 삶것건축사무소 소장

동아일보

2017년 완공한 서울 용산구 공원관리사무소. 맞물린 담벼락에 2층을 올리고 기둥을 없애 ‘원활한 차량 이동과 널찍한 휴게공간’이라는 상충하는 요구를 모두 충족시켰다. 외벽의 희미한 물방울 문양은 주변과의 친화를 고려해 건축가가 제안해서 덧붙인 요소다. ⓒ신경섭

건축계도 세대교체 중이다. 30, 40대 신진 건축가들은 해외에서 유수 건축대학과 그곳에서의 실무 경험을 토대로 기술과 관습의 제약에서 벗어나 뚜렷한 개성을 발현하고 있다. 이들이 조직한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는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토론회에 참가한다. 한국 건축의 새 시대를 열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을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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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8년: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2. 2005년: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3. 2005∼2011년: 컬럼비아대 겸임교수, 뉴욕 더리빙건축사무소 대표
  4. 2011년∼: 삶것건축사사무소 소장
  5. 2013, 2016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

건축의 위치는 기술의 영역과 예술의 영역 사이 어디쯤일까. 양수인 삶것건축사무소 소장(45)은 망설임 없이 “건축을 예술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건축은 예술적 측면을 가진 전략컨설팅이다. 의뢰인의 자본으로 그의 요구를 실물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 조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업무다. ‘디자인’은 차후의 일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또래 건축가들이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그의 말은 2004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비야케 잉겔스(46·덴마크)가 2009년 저서를 통해 선언한 ‘Yes is More(받아들이면 풍부해진다)’와 통한다. 무슨 조건이든 최대한 수용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양 소장은 “건축주의 고민을 풀어주고 나면 그의 신뢰에 힘입어 디자인의 자율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의 설계로 시공 중인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택이 뚜렷한 사례다. 700m² 땅에 주택과 갤러리를 나란히 짓고자 한 건축주는 공간 용도별 계단을 따로 만들어 연면적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고 있었다. 양 소장은 두 계단을 수직으로 겹치고 대지 경사를 활용해 진입부만 분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계단 확보에 드는 면적의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자 건축주는 그 밖의 디자인 과정에서 양 소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했다.

“공간의 미적 가치에 대한 책임감은 당연히 있다. 그 가치를 충족시킬 자신이 있기에 작업의 우선순위를 확고히 정할 수 있다. 디자인은 얼마든지 멋지고 예쁘게 할 수 있으니 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추구하는 스타일은 없다. 건축가의 결과물이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2016년 서울 용산구의 500m² 용지에 공원관리사무소 신축을 의뢰한 건축주는 “1t 물탱크트럭과 지게차가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면서 작업자의 쾌적한 휴게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 소장은 아파트 승강기의 두 모서리 손잡이에 과일 상자를 올려놓곤 하는 자신의 습관에서 착안해, 수직으로 맞닿은 두 담벼락 위에 샤워실 휴게실 주방이 들어간 직육면체 공간을 올리고 1층은 기둥 없이 널찍한 공터로 비웠다.


해결책에 만족한 건축주에게 요청해 콘크리트 외벽 표면에는 간단한 장식요소를 더했다. 콘크리트 거푸집에 무늬가 있는 방수용 시트를 붙여 희미한 물방울 이미지를 얹었다. 양 소장은 “관리소 주변을 둘러싼 고층 주상복합 주민들에게 무뚝뚝한 인상을 주는 건물이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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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주택은 ‘경사 지붕’이라는 의무적 요소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은 건물이다.

경기 성남에서 찾아온 의뢰인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평지붕을 올릴 수 없는 땅에 옥상 테라스를 가진 벽돌외장 주택을 짓길 원했다. 양 소장은 테라스를 중심으로 양쪽 모서리를 종이배 모양처럼 기울여 올린 경사 지붕을 만들고 경사에 따라 외피 벽돌을 기울여 쌓았다. 애매한 각도로 삐죽삐죽 엇갈리는 모서리 부분 벽돌 1200여 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로봇 팔 커터를 이용해 틈새 없이 맞물리도록 재단해 맞췄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 등 외국 건축대학에서는 3D 모델링 도구,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 수압커터 등을 쉽게 쓸 수 있었다. 그런 기술적 자유를 누린 동년배 건축가들은 ‘형태적 가치보다 기술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무감을 품고 있다. ‘삶을 이롭게 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만든다’는 생각을 담아 사무소 명칭을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의 혁신이 건물에 국한될 까닭은 전혀 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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