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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신경 자르라”던 이 여자, 폴댄스가 인생을 바꿨다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어요.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할 때 병원에서 등산하지 말고, 무거운 것 들지 마라, 동네 슬슬 걷는 것 외에 하지 말라고 했죠. 짜증이 났어요. 환자 몸을, 한 사람의 인생을 너무 쉽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기로 운동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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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하운폴댄스학원에서 폴댄스 ‘프리티’ 동작을 하고 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지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 심사평가팀장(46)은 6년 넘게 병원을 전전하다 운동을 통해 완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마흔에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이 그를 ‘철녀’로 바꿔 놓았다. 폴댄스와 클라이밍, 플라잉요가, 필라테스까지…. 모든 운동을 섭렵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 교통사고를 3번이나 당했죠. 중학교 이후엔 온갖 염증을 달고 살았어요. 구내염, 임파선염, 편도선염, 만성기관지염…. 스무 살을 넘기면서 ‘종합병원’으로 불렸어요. 서른을 넘기면서 척추관협착층과 골감소증이란 진단까지 받았어요. 척추관협착으로 방사통이 와 다리를 자르고 싶은 지경이었는데…. 병원에선 신경절단 시술을 권하고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전 운동을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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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의 보디프로필 사진. 이지영 팀장 제공.

이 팀장은 2017년 헬스클럽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 “한두 달만 등록하면 중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하는 운동이라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텼다. 6개월이 지나니 몸이 반응했다. 근육이 잡히면서 척추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1년 후엔 척추관협착으로 인한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웨이트트레이닝 시작 1년 뒤 보디 프로필을 찍었다. PT를 해준 코치의 권유였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을 사진으로 보면 성취감을 느끼고 동기부여도 되기 때문이라고.

“몸이 건강해지자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춤을 추고 싶었어요. 댄스학원을 검색을 해봤더니 제일 위에 ‘폴댄스’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발을 바닥에 안 대고 어떻게 폴에서 춤을 추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죠. 체험을 했는데 그날로 반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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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하운폴댄스학원에서 폴댄스 ‘백슈퍼맨’ 포즈를 하고 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헬스클럽에 못 가게 된 2020년 4월 폴댄스를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3년 해 폴을 잡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림도 없었다.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운동량이 엄청났다. 기술을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온몸이 멍들고 폴에서 몸을 뒤집는 고난도 기술을 배우다 양쪽 햄스트링까지 찢어졌다. 몸에 잔근육까지 새겨지며 아이 낳고 커리어우먼으로 살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성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입던 옷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폴에서 춤을 자유롭게 추려면 체중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됐다. 다양한 운동으로 체중이 준 뒤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이 팀장은 “폴댄스하면서 음악과 하나 되는 나를 보면서 어느 순간 ‘운동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기게 됐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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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팁장이 폴댄스 ‘에어숄더마운튼’ 동작을 하고 있다. 이지영 팀장 제공.

이 팀장은 ‘운동 전도사’가 됐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회사에도 아프고 약한 사람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데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고 했다. 헬스를 비롯해 폴댄스, 필라테스, 플라잉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팀장은 “운동생리학, 스포츠심리학, 해부학 등을 배우니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강원 원주 회사 본사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운동 건강법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해 수원지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그만뒀지만 언제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지도하고 있다. 운동의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가 운동 새로운 삶을 살고 있게 된 스토리를 ‘내 몸은 거꾸로 간다’(필명 이지)는 책으로 엮었다.

“폴댄스는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게 해줍니다. 플라잉요가는 찌든 때가 끼어 있는 혈관과 림프관을 깨끗하게 하죠. 필라테스는 몸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우리 몸은 움직일수록 건강해져요.”

폴댄스는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부위인 팔, 배, 등, 가슴 등 단련하기 어려운 부위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근력이 부족한 여성들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폴댄스는 가슴과 엉덩이를 발달시켜 아름다운 바디라인을 만들어주고, 폴과의 마찰력으로 셀룰라이트 지방을 없애준다. 특히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은 하체 비만과 군살 제거에 좋고,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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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이 플라잉요가를 하고 있다. 이지영 팀장 제공.,

플라잉요가는 천장에 매달린 해먹에서 요가 동작을 하는 운동이다. 거꾸로 매달려서 기본동작을 하기 때문에 ‘반중력 요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해먹에 허벅지를 걸고 공중에 앉거나 거꾸로 매달리고, 해먹을 배에 걸고 엎드려 누운 뒤 손을 뒤로 뻗어 해먹을 잡고 발을 쭉 펴는 등 해먹 위에서 다양한 동작을 한다. 거꾸로 매달려 몸을 곧게 펴서 하므로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다. 일반 운동보다 더 많은 근육을 사용하고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중력에 의해 눌려있던 몸속 장기들이 원래의 자리로 찾아가도록 돕기 때문에 소화 기능 강화와 변비 해소의 효과도 있다.


필라테스는 자세 교정, 통증 완화, 보디라인 형성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필라테스는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동이다. 다양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이유는 ‘몸의 정렬’로 설명된다. 필라테스는 몸의 중앙을 바르게 세우고, 앞, 뒤, 좌, 우 균형을 정렬하는 동작을 반복, 유지하면서 체형을 교정한다. 교정은 균형 있는 자세를 잡는데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면서 실현된다. 필라테스는 복근과 척추기립근 등 코어 근육의 힘을 키운 뒤, 상 하체를 잇는 골반에 붙어 있는 둔근, 고관절 굽힘근, 고간절 외전근과 어깨와 견갑골에 있는 대흉근, 소흉근 등 자세를 바르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이다.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자세가 나올 수 없다. 꾸준히 자세를 만들어 버티기 위한 노력을 하면 틀어져 덜 발달한 근육들이 단련되면서 신체 균형이 잡히고, 자세가 교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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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이 필라테스 동작을 하고 있다. 이지영 팀장 제공.

이 팀장은 지금은 주로 주 3회 이상 폴댄스를 즐기고 있지만 생활 속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일상 움직임에 의식을 넣어 주인 노릇하는 운동이란 의미로 ‘의식주(意識主)’ 운동으로 명명했다. 일종의 틈새 운동이다. 빨래는 너는 것도 노동이 아닌 운동이다. 설거지도 자청해 한다. 복근에 힘을 주고 고관절을 돌리면서 그릇을 씻는다. 집에 무엇이든 옮기는 일도 그의 몫이다. ‘데드리프트(등을 펴고 바벨을 땅에서 들어 올리는 운동)’로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빼놓지 않는 운동이 있다. 스쾃과 팔굽혀펴기, 크런치(복근운동). 단 5분만 투자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운동치였던 제가 이렇게 된 게 믿기지 않아요. 근력운동을 마스터하니 운동에 점점 재미가 붙었어요. 물러터지고 싫증을 금방 느끼는 제가, 저를 아프게 하는 운동에도 도전장을 계속 내밀었죠. 하루가 멀다고 손바닥 살점이 너덜거린 클라이밍, 호흡곤란이 오고 허벅지가 터질 듯한 줌바댄스, 피부가 까뒤집어지고 피멍이 든 플라잉요가, 햄스트링과 손목, 등, 팔, 어깨 부상에 이어 갈비뼈 골절까지 맞은 폴댄스…. 호기심 따라 기분 따라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돼 있었죠. 병으로 아프면 그렇게 서러운데 운동으로 아픈 건 괜한 우쭐함이 들었죠. 나이 드는 건 그렇게 서운한데 질병 없이 나이 드니 그토록 자랑스러워요. 아픔 너머엔 몸의 자유가 있습니다. 여러분 운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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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팀장의 보디프로필 사진. 이지영 팀장 제공.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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