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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다 내친김에 모델까지

인생에 반전은 늘 일어나는 법. 모델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슈퍼 샤이 우먼’인 의사가 모델이 된 사연도 그렇다.

ⓒ김윤지

ⓒ김윤지

Profile. 김윤지

현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전 치과의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졸업

서울대학교 화학부 졸업

어떻게 모델 일을 하게 됐나?


처음에는 보디빌딩 대회 ‘피트니스 스타’, ‘무사(MUSA)’ 등에 출전하는 걸 목표로 운동을 했다. 근육을 키워 대회에도 나가고, 멋진 보디 프로필을 찍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 일을 벌였다.(웃음) 그리고 정말 힘들게 운동해서 몸을 만들었고, 대회 출전과 보디 프로필 찍기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그걸로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보디 프로필 촬영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색하거나 무섭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이후 사진 촬영 의뢰가 들어오면 언제든 응했고, 촬영 때마다 더 잘 찍어보고 싶어서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포징(posing)과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나니 모델로 임할 때 훨씬 재미있어졌다. 이후 무보수로, 오롯이 취미로만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의대에 다니면서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나는 프로필이 다소 복잡한데 서울대 화학부, 서울대 치의학 대학원, 고려대 의과대학까지 대학을 세 번 졸업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건 치과 의사 시절이다. 당시 치과 진료를 볼 때 자세 때문에 허리나 목 디스크 문제가 생겨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버티다 못해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건 의대 본과 2학년 때다. 근력운동을 제대로 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날이 근육이 붙는 게 재미있어서 욕심을 내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근성장’에 집착할 정도로 운동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 피트니스 대회에 나갈 정도의 몸이 완성됐고, 그때부터 다시 6개월을 대회를 목표로만 운동했다. 피트니스 모델 대회를 시작으로 모던키니, 비키니 대회 등을 연이어 나갔다.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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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의사 시절, 의대에 들어가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왼손잡이라는 게 걸림돌이었다. 치과 진료의 특성상 왼손으로 진료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왼손잡이 치과의사들은 오른손으로 손을 바꿔 진료한다. 나 역시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오히려 자세가 안 좋아서 허리가 망가졌다.


또 치과에서 하는 수술 느낌의 치료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예를 들어 충치를 갈아내거나 잇몸 염증을 긁어내는 과정이 잘 맞지 않았다. 그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진로를 고민하게 됐고, 과감히 의대에 편입하게 됐다.


원래 목표를 정하면 매섭게 돌진하는 스타일인가?


그런 편이다. 예를 들어 요리를 배우려고 결정했다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요리 시험이 있는지 먼저 찾아보고 관련 학원을 알아보는 편이다.


어떤 촬영을 주로 하나?


요즘에는 주로 뷰티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뷰티 분야에는 워낙 예쁜 모델이 많아 스스로 모델이라고 지칭하기에 쑥스럽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계속하고 싶다.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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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기 이전에도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


전혀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는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그저 ‘자기 관리를 잘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해 왔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을 뿐이다. 그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다.(웃음) 생각해보면 오히려 의사가 되고 나서 활동적으로 성격이 변하면서 취미 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취미로 모델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주위에서 잘 모른다. 아마 다들 신기해할 것 같다. “일하느라 시간도 없을 텐데 언제 그렇게 사진을 찍었느냐”며 물을 걸 생각하면 웃음부터 난다. 한동안 바디프로필을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뒀는데 친구들이 “해킹당한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김윤지(@dr.yoonji_1106_)

ⓒ김윤지(@dr.yoonji_1106_)

ⓒ김윤지(@dr.yoonji_1106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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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임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


글쎄. 틀에 박힌, 남들이 생각할 법한 뻔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콘셉트에 따라 내가 가진 다양한 면을 표현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는 떨리고 설렌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최대한 어색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런 생각도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편이다. 워낙 입시 면접을 많이 치러 대담해진 것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웃음)


촬영 스케줄은 어느 정도 주기로 잡나?


많이 찍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촬영했는데, 요즘에는 파견 근무로 서울에 없을 때가 많아 오래 쉬었다. 그래도 일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의사 일과 모델 취미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바쁜 스케줄을 정리하는 비결이 있나?


스스로 지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만들기 나름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그래서 웬만하면 동선에 따라 스케줄을 한 번에 소화하려고 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 시간을 활용해 다음 일정동선을 미리 짜거나, 해야 할 과제를 짬짬이 해 두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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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취미의 매력은 무엇인가?


촬영이 예정되어 있으면 자기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태해지지 않도록 스스로 제어한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다. 사실 당직하면서 병원에서 밤 새고 다음날 퇴근하면 몸이 너무 무거워서 발라당 눕고만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촬영을 앞두고 있으면 그렇게 풀어질 수 없다. 오히려 자연스레 운동을 가게 되더라.


그런 점이 의사 생활과 모델 취미, 둘 사이의 시너지일까?


레지던트 생활 중에는 당직이 많아 규칙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마냥 퍼져 있거나 밥 시간을 놓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등 식사도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강을 잃거나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모델 취미가 있으니 자기 관리를 하게 된다. 꼭 촬영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취미나 정기적인 루틴이 있다면 자아를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김윤지

ⓒ김윤지

ⓒ김윤지

모델이니만큼 남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따로 관리한다고 하기보다는 직업병이 있다. 가정의학과다 보니까 당뇨관리, 체중 관리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접하고 처방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내 삶에도 저절로 적용하게 되는 것 같다. 밥 먹을 때 종류나 순서, 운동과 체중의 관련성 같은 것을 웬만하면 지키는 편이다. 추후 그런 경험과 지식들을 모아 책도 내볼 생각이다.


TV 연예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걸로 알고 있다


JTBC에서 방영한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 <러브in>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인턴 때였는데, 휴가를 내고 나갔다. 가평에서 합숙하며 커플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촬영도 재미있었고, 좋은 추억이 됐다.


치과 의사이자 가정의학과 의사, 연반인, 모델, 피트니스 모델까지 이미 많은 걸 이뤘다. 앞으로 어떤 인생을 꿈꾸나?


전문성을 가지고 본업에 임하면서도, 다른 의사들과 차별화된 생각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동안에 뭐든 열심히 배우려고 한다. 지금까지 해온 여러 가지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는 모르지만,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잘 활용하고 싶다.

TIP . 피트니스 대회 출전하는 팁

• 대회 준비를 위한 운동이나 무대 포징은 일반적인 PT와 다르다. 모든 걸 대회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대회 경험이 많은 PT 선생님을 찾아라. 목표하는 대회에 맞춤형으로 몸을 만들고 포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자에게 배우는 건 큰 도움이 된다.

• 운동 후반에는 운동보다 식단 조절이 더 힘들다. 이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를 잘 넘어가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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