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커피, Coffee Around the World
진정한 커피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세계 각국의 커피 메뉴를 소개한다.
커피에 치즈가 퐁당 : 핀란드 카페 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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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치즈’라는 뜻의 카페 오스트는 따뜻한 커피와 치즈를 함께 먹는 메뉴다. 스칸디나비아 북부에서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미족의 커피 문화에서 유래했다. 순록의 젖 혹은 소의 초유로 만든 치즈 ‘레이패유스토’를 큐브 모양으로 썰어 넣은 뒤 뜨거운 커피를 부어 마시는데, 마시멜로를 띄운 핫초코와 비슷하게 생겼다. 치즈 큐브는 커피를 흡수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커피의 풍미와 함께 치즈 특유의 크리미한 견과류 맛을 느낄 수 있다.
상큼한 레몬 커피 : 포르투갈 마자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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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는 커피에 레몬을 띄워 마신다. 프랑스가 알제리를 지배하던 시절, 알제리의 도시 마자그랑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더운 날씨에 지쳐 커피와 차가운 물로 음료를 만들어 마신 것이 포르투갈에 전해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묵직하고 쌉싸래한 맛이 나는 포르투갈식 에스프레소 ‘비카’에 레몬즙과 얼음, 탄산수를 넣어 만든다. 레몬과 탄산수가 커피의 쓴맛을 중화해 상큼하고 청량한 맛이 난다. 기호에 따라 럼, 설탕 시럽, 레몬 껍질을 넣기도 한다.
달콤쌉쌀 커피 칵테일 : 아일랜드 아이리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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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아일랜드 포이니스(Foynes) 지역의 공항에서 추위에 지친 승객들을 위해 제공하던 음료에서 유래했다. 따뜻한 커피와 아일랜드 위스키를 3:2 비율로 섞은 뒤 설탕을 넣고 생크림을 올려 만든다. 커피 맛으로 시작해 위스키 향으로 마무리되는 음료로, 달콤한 생크림과 쌉싸래한 커피 맛 사이로 위스키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커피 위에 크림 층이 두툼하게 올라가 있는데, 아인슈패너처럼 커피와 크림을 섞지 않고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족자카르타의 명물 : 인도네시아 조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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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족자카르타의 길거리 상점에서는 커피에 달궈진 숯을 넣어 판매한다. 1960년대 커피 노점을 운영하던 상인이 숯을 띄운 음료를 마신 뒤 복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 커피에 숯을 올려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조스 커피’라는 이름은 달궈진 숯을 커피에 넣을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했는데, 뜨거운 숯이 커피에 은은한 캐러멜 풍미를 더해 준다고 한다. 현지인들은 숯이 커피 속 카페인 함량을 줄여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흔들어 마시는 커피 : 이탈리아 샤케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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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들이 마시는 차가운 커피. 에스프레소보다 추출 시간이 짧고 맛이 깔끔한 리스트레토를 얼음, 설탕과 함께 셰이커에 넣고 흔든 뒤 잔에 따라 만드는데, 얼음 없이 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긋한 단맛이 가미된 시원하고 상쾌한 에스프레소 맛이 난다. 커피 위에 풍성하게 올라간 거품이 부드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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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들에게 커피는 곧 에스프레소를 의미한다. 커피를 희석한 아메리카노보다 뜨겁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선호해 이탈리아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커피집이 많지 않다. 이탈리아 여행 중 차가운 커피가 당긴다면 커피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만든 ‘카페 프레도’, 샤케라토 등을 주문해 보자.
이국적인 향신료 맛 : 세네갈 카페 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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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어디에서든 주문할 수 있는 국민 커피. 원두와 후추, 정향 등을 함께 로스팅하고, 설탕을 가미해 내려 마신다. 향신료 특유의 톡 쏘는 향과 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독특하다. 이슬람교의 분파 중 하나인 무리디파의 창립 지도자가 처음 마시기 시작했고, 종교 성지로 여겨지는 세네갈의 도시명을 따서 ‘카페 투바’라고 이름 지었다. 일상에서는 물론 기념일이나 축제 등 특별한 날에도 즐겨 마신다.
전통 토기에 끓이는 커피 : 멕시코 카페 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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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멕시코혁명 당시 군인들을 위해 만든 카페 드 올라는 오늘날까지도 멕시코 가정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 중 하나다. 열 보존성이 뛰어난 전통 토기에 커피, 계피, 사탕수수즙으로 만든 비정제 설탕, 정향, 오렌지 껍질 등의 향신료를 넣고 충분히 끓여 만든다. 완성된 커피는 고운 체에 거른 뒤 점토로 만든 잔에 담아 낸다. 단맛이 주를 이루고 계피 향이 은은하게 퍼져 겨울철에 특히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달걀 커피 : 베트남 카페 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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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역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커피. 프랑스 식민지 시절, 도시에 우유가 부족해지자 커피에 달걀을 넣어 마시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노른자에 설탕과 연유를 넣고 휘핑한 뒤 씁쓸한 맛이 있는 로부스타 커피와 함께 낸다. 날달걀을 사용해 크림을 만들지만 비린내가 거의 없어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과 비슷하다. 묵직한 크림과 진한 커피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현지인에게도,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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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다. 1860년대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커피가 전파된 후 기후 조건이 커피 재배에 적합해 생산량이 점차 증가했다. 오랫동안 커피를 재배해 온 만큼 ‘카페 쯩’, 연유를 곁들인 ‘카페 쓰어다’, 코코넛 밀크를 넣은 ‘카페 콧 즈어’ 등 베트남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가 발달했다.
시원한 인스턴트커피 : 그리스 프라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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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프라페는 1957년 그리스 네스카페 대표가 커피를 탈 뜨거운 물을 찾지 못해 차가운 물과 얼음으로 커피를 마신 데에서 유래한 메뉴다. 그리스에서는 인스턴트커피와 설탕, 물을 칵테일 셰이커에 넣고 흔들어 거품 층을 낸 뒤 얼음과 함께 제공한다. 가게에 따라 물을 우유로 대체하고 휘핑크림을 얹어 주거나 작은 얼음 조각을 넣어 슬러시처럼 내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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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성 기후인 그리스에는 차가운 커피 종류가 많다. 에스프레소에 얼음과 설탕을 넣은 뒤 전기 블렌더로 섞어 만드는 ‘프레도 에스프레소’, 차가운 우유거품을 추가해 기본 카푸치노에서 변화를 준 ‘프레도 카푸치노’, 플랫 화이트를 차갑게 만든 ‘프레도 플랫 화이트’도 인기다.
밀크티와 커피의 만남 : 홍콩 유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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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중음식점 ‘차찬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료다. 밀크티와 커피를 7:3 비율로 섞어 부드럽고 향긋하며, 차 향기와 커피의 깊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암컷과 수컷이 한 쌍을 이루는 원앙처럼 서로 다른 재료를 한 잔에 섞었다고 해 ‘유엔양(원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홍콩과 마카오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홍콩에선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어린아이를 위해 맥아유를 활용한 어린이용 유엔양도 판매한다.
카페인 급속 충전 : 미국 레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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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 커피 8온스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음료로, 레드 아이는 ‘충혈된 눈’이라는 뜻이다. 밤새 운항하는 항공편 ‘레드 아이’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기내에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승객에게 진한 커피를 제공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성인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 제한량은 400mg인데, 레드 아이에는 평균 200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에스프레소 샷을 두 번 추가하면 ‘블랙 아이’, 세 번 추가하면 ‘데드 아이’라고 부른다.
설탕 대신 꿀 한 스푼 : 스페인 카페 콘 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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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을 넣은 커피’라는 뜻의 ‘카페 콘 미엘’은 스페인식 연유 커피 ‘카페 봉봉’과 함께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료다. 잔에 꿀과 에스프레소 샷, 따뜻하게 데운 우유와 시나몬 파우더를 차례로 넣어 만드는데, 투명한 잔에 만들면 각 재료가 아름답게 층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꿀 특유의 달콤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메뉴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인범
김보미 에디터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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