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 배우 고윤정의 재발견
꽃사슴처럼 커다란 눈망울과 오뚝한 콧날. 배우 고윤정이 그동안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경은 바로 이것이다.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화려한 이목구비가 바로 그의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자신이 연기한 tvN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 속 캐릭터 ‘진부연’이 “절세미인”이라는 대사를 말할 정도로 고윤정은 외모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 8월 9일 글로벌 OTT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고윤정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교정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무빙>은 말 그대로 ‘고윤정의 재발견’ 무대로 다가온다. 그는 극 중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을 지닌 고교 3년생 체대 입시 준비생이자 아버지(류승룡)의 능력을 물려받아 아무리 몸이 다쳐도 바로 회복되는 뛰어난 신체 재생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 ‘장희수’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고윤정은 치열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 <무빙>에 합류했다. 그는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을 장희수 캐릭터와 실제 자신이 매우 닮은 데에서 찾았다.
“오디션 현장에서 처음 대본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희수가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됐다. 특이한 경험이었는데, 희수가 나와 성격도 말투도 비슷해서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은 만큼 편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대본을 읽다 보면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나 자신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한데 희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 물론 희수가 나보다 성숙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하하.”
20대 대표 여배우 자리 예약한 ‘라이징 스타’
고윤정을 오디션 과정에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인형 같은 외모와는 달리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안정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는 <무빙>의 동명 원작인 웹툰의 작가이자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쓴 강풀 작가를 사로잡은 동인이기도 했다.
고윤정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무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 디즈니+의 ‘가장 많이 본 TV쇼(프로그램)’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호평과 인기를 이끌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윤정은 <무빙>에서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차태현, 류승범, 박희순, 김희원 등 그야말로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췄다.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들 법도 했지만 ‘무빙’을 통해 엿보이는 당돌한 이미지는 촬영 현장에서도 그가 당당히 자신을 드러낼 줄 알았음을 읽게 한다.
그는 ”한번 선택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직진하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의 성격을 설명했다. 데뷔 이후 그만큼 치열하게 달려왔다는 말로 들려왔다. 그리고 이제 <무빙>을 통해 20대 대표 여배우 자리를 예약했다.
희수의 어떤 점이 실제 당신의 모습과 닮았나?
말을 좀 툭툭 내뱉듯 하는 것이 비슷하다. 하필 봉석이(이정하)처럼 살갑고 따뜻하고 부끄러움 많은 인물 옆에 있어서 더 부각된 듯하다. 낯간지러운 말도 못 하고 감정 표현에도 좀 무딘 편이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배우로서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목소리의 톤이 희수 캐스팅에 한몫한 것으로 알고 있다. <환혼:빛과 그림자>를 찍을 때도 퓨전 사극과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 목소리를 잘 인식하고 살지는 않았다. 엄마와 비슷한 것만 알았다. 하하. 목소리가 평균보다 낮은 것이 장점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강풀 작가와 만남은 어땠나
학교 도서관에서 강풀 작가의 웹툰 <아파트>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의 여러 작품이 영화화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내가 이 분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나를 캐스팅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감수성도 풍부하고 섬세하고 여린 분이었다.
<무빙>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나
사실 공개 전까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이)정하, (김)도훈이랑 재미있게 찍어서 잘 나오겠다는 기대와, 재미있게만 찍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공개 이후 좋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우리가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당신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잘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갈증은 없었다. 이전에 출연한 6~7편 만에 처음으로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포부가 달라졌다. 책임감도 많이 생겼다. 많은 분들이 봐주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니 뿌듯하고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류승룡과 함께한 부녀 호흡은 어땠나?
류승룡 선배는 정말 섬세한 분이다. 내가 촬영할 때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준 적이 있다. ‘딸 희수야,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라고 적혀 있었는데 따뜻했다. 류승룡 선배는 <7번방의 선물> 때부터 ‘딸바보’의 아이콘이지 않나.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민폐 끼치지 않고 사랑스러운 딸이 돼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대역 없이 '17대 1'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
그 장면을 찍기 전부터 설레었다. 원작에서는 비가 오는 설정이었는데, 진흙탕에서 싸우는 걸로 바뀌었다. 더 처절하게 보일 것 같았다. 촬영하던 날 바람이 계속 불었다. 몸에 발랐던 진흙이 마르니 하얗게 변하더라. 물을 뿌리고 촬영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치마에 반팔을 입어 상처도 많이 났지만, 17대 1로 싸우는 장면을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체대 입시생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4~5개월 동안 체대 입시학원에 다녔다는데
원래 잘 달렸다.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리면, 계주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편이었다. 그래서 체대 입시생 설정이 반가웠다. 체대 입시생이라서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달리고 유연해야 했기 때 문에 자세나 태도를 익히려고 학원을 다녔다.
돌이켜봤을 때 후회는 없나?
성격 자체가 선택은 신중하게, 한번 선택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후회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옳은 선택을 했을 거고, 그 선택을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윤정이 출연한 <무빙>은 어떤 작품?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쳐온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액션 히어로물이다.
누적 조회 수 2억 뷰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쓴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등과 신예 이정하, 고윤정 등이 출연한다. 20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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