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미처 몰랐던 매력적인 음식들
어른이 돼야 느끼는 참맛?!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 들고 당기는 음식들
추석 때 왜 쑥을 넣은 송편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향이 강해서 안에 고물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왜 도대체 쑥을 넣을까? 할머니가 먹던 양갱도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젤리도 아닌 식감에 물컹물컹한 느낌이 그냥 싫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쑥떡의 참맛을 알게 됐고 그 향에 매료되었다. 어릴 땐 너무나도 싫었지만 희한하게 어른이 되면서 점차 당기는 음식들이 있다. 흐른 세월만큼 미각도 더 다채로워지는 것일까? 예전에는 몰랐던 매력적인 맛의 음식들을 소개한다.
1. 곶감
다 익기 전의 감을 따서 껍질을 벗긴 후 말린 곶감은 예로부터 추운 겨울날의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함께 달콤함은 배가 되어 디저트로도 손색없는데 생김새나 색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번 맛보면 그 달달함에 빠져나올 수가 없다. 특히 완전히 건조한 곶감보다 반건조한 곶감은 너무 딱딱하거나 질기지도 않아 먹기 편하고 살짝 차갑게 해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2. 약과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과자로 잔칫상이나 차례상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물론 현재까지도 차례상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약과로, 전통 과자 중에서도 별미로 꼽힌다. 마치 캐러멜이 들어간 듯 쫀득쫀득한 쿠키와 같은 식감에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라 꽤 높은 칼로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약과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수제 약과를 먹어보는 것도 좋다.
3. 콩국수
콩을 갈아 걸쭉하게 만든 콩국에 소면을 말아 먹는 콩국수는 여름철 냉면 다음으로 많이 찾는 계절음식 중 하나다. 소금으로 적절히 간을 하고 참기름 조금, 채 썬 오이와 듬뿍 뿌린 깨까지 더해지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콩국수가 완성된다. 하지만 콩의 비린내를 싫어하거나 꺼끌꺼끌한 느낌이 싫어 안 먹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두유를 좋아한다면 콩국수에 한 번 도전해도 좋다. 두유보다는 좀 더 묵직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4. 팥죽
옛날에는 팥죽을 끓여 먹으면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동짓날 온 가족이 새알을 빚고 팥죽을 끓여 먹었다. 이제 집에서 팥죽을 끓여 먹는 일은 많이 드물어졌지만 여전히 동짓날에는 그 인기가 폭발한다. 뜨끈하고 걸쭉한 팥죽은 추운 겨울 몸을 녹이는 데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팥 안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비롯해 비타민과 칼륨, 철 등 몸에 좋은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건강에도 좋다.
5. 밤 만주
밤으로 만든 앙금이 들어간 만주는 심심할 때 가볍게 먹기 좋은 디저트 중 하나다. 겉은 반지르르하면서 앙금 부위는 나름 촉촉함을 갖고 있다. 또한 많이 달지 않아 담백함도 함께 느낄 수 있으므로 부담 없이 먹기도 좋다. 하지만 특유의 퍽퍽한 식감 때문에 선호하지 않거나 먹을 때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서 밤 만주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흰 우유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퍽퍽함은 살짝 줄여주면서 촉촉함이 배가 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6. 수정과
수정과와 식혜는 우리나라의 전통 음료 중 하나다. 식혜는 달달한 맛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지만 수정과는 알싸한 계피 향 때문에 특히 어릴 때는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생강이나 계피를 넣고 달인 물에 꿀을 넣고 다시 끓여내는데 차게 해서 곶감이나 잣을 띄워 마시면 개운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혀끝에서 살짝 느껴지는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면서 식후에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생강과 계피, 꿀, 곶감, 잣 등이 어우러지면서 영양학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데 효과적이라 숙취 해소 음료로도 좋다.
7. 쑥떡
떡을 만들 때 멥쌀에 삶은 쑥을 넣어 함께 반죽하면 그것이 바로 쑥떡이 된다. 이렇게 만든 반죽으로 쑥 인절미, 쑥 꿀떡, 쑥절편, 쑥경단, 쑥 설기, 쑥개떡 등을 만든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좋은 쑥은 잡초 계의 최고 의사라고 할 정도로 여러 작용을 한다. 항암 작용과 노화 방지, 간을 보호하고 고혈압을 낮춰주는 데도 도움을 주며 위장과 간의 기능을 강화시킨다. 쑥은 사시사철 나지만 봄에 나오는 쑥의 향이 가장 향긋하고 진하기 때문에 이 시기 쑥으로 만든 떡 디저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8. 호박죽
샛노란 색깔만 봐도 너무나 먹음직스러운데 왜 그 옛날에는 호박죽을 그렇게 싫어했을까? 아마 죽이라는 식감 자체가 싫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는 과하지 않은 달콤함이 어린 시절에는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단맛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찹쌀가루 대신 불린 찹쌀을 직접 갈아 넣으면 식감은 물론이고 풍미가 훨씬 다채로워지며 여기에 호박죽 색깔과 대비를 이루는 삶은 팥 고명까지 올리면 아침식사로도 손색없다.
9. 약식
약식 또는 약밥이라고도 하는데 밥의 한 종류 같지만 사실은 떡의 종류로 분류된다. 보통 정월대보름이나 잔칫날 많이 먹었던 음식으로 짜지 않고 적당히 달콤한 약밥에 밤과 대추, 건포도, 호박씨, 잣 등의 재료를 넣는데 양념이 사이사이 잘 배어 있고 씹히는 것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 하지만 대추의 꺼끌꺼끌한 느낌이나 잣과 같은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약식에 눈길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들어 놓고 소분해서 그때그때 데워 먹으면 맛도 맛이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10. 양갱
할머니 방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양갱은 비호감 간식이었다. 다 까놓고 보면 흡사 서예 때 사용하는 먹과도 같았다. 좋게 말하면 탱글탱글하고 나쁘게 말하면 젤리를 만들다가 만 듯한 뚝뚝 끊어지는 식감도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양갱도 트렌디한 느낌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제로 만든 양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며 다양한 재료를 더해 좀 더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그래서 차와 함께 즐기기 좋은 디저트로 각광받고 있다.
글 : 공인혜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