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애벌레가 주요 식단? 미래 식량 자원으로 손꼽힌 식용 곤충
사진: 유튜브 채널 캡처, 귀뚜라미를 먹고 있는 니콜 키드먼 |
집에 나온 자그마한 벌레 한 마리도 무서워 잡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생겼다는 이유로 곤충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조차 싫은데 하물며 곤충을 먹으라고 하면 어떨까. 차라리 굶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는 곤충이 하나의 반찬으로서 당당히 식탁 위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아이들의 학교 급식에는 ‘귀뚜라미 볶음’이 버젓이 등장할 수도 있다. 2013년 UN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는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미래 식량 자원으로 식용 곤충을 지목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 해결책은 식용 곤충?
유엔의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인구는 75억 명을 넘어섰다. 2050년에는 90억 명, 210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111억 8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경 인구증가로 인해 식량 수요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인구 9명 가운데 1명꼴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식용 곤충이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어떤 식량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식용 곤충을 이용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용 곤충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본 주요 기업이 연구 개발과 제품화에 돌입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식용 곤충을 재배하는 농가는 2016년 1261개에서 2017년 약 2600개로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2015년 60억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가파른 성장이 기대된다.
식용 곤충의 어떤 점이 미래 식량으로 인정받나
친환경적인 사육 방식과 육류보다 영양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은 식용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서 인정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FAO 산림국 보고서에 따르면 곤충은 영양소가 풍부하여 돼지, 소, 닭고기 등 기존 육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뚜기의 단백질은 소고기의 3배 이상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식용 곤충은 단백질 이외에도 세포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 함량도 높고, 무기질 성분, 칼슘, 철, 아연,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식용 곤충 사육은 다른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기존의 가축에 비해 암모니아 배출량도 훨씬 낮다. 또한 곤충을 키우기 위한 사육지도 거의 필요가 없어, 가축을 키울 때 땅을 개간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귀뚜라미는 소의 1/12, 돼지의 1/2에 해당하는 사료만으로 같은 양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점에서 식용 곤충은 인간이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시키는 오염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식품으로 제격이다.
또한 곤충을 사육할 때는 그렇게 많지 않은 자본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 일반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곤충은 자연에서 쉽게 채집할 수 있어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이나 토지를 갖지 못한 비교적 낮은 계층의 사람들도 곤충을 양식, 가공, 판매하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 특히 소 같은 경우 키우는 데만 적어도 10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곤충은 3개월 내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식용곤충은 미래 식량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어떤 식용 곤충을 인정하고 있나
사진: KBS '취재파일K' 캡처 |
곤충이라고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7종의 곤충을 일반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갈색거저리유충, 쌍별귀뚜라미,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도 포함됐다. 특히 이 4종은 ‘한시적 인정제도’에 따라 정식 식재료로 등록되지 못했다가 최근 일반식품원료로 전환됐다. 일반식품원료로 인정되면 모든 영업자가 식품 제조, 가공, 조리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식용 곤충 시장의 규모가 더욱더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는 식용 곤충으로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누에가 있었다.
식용 곤충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식용 곤충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었다. 아무래도 ‘충’이나 ‘벌레’라는 단어가 주는 혐오감이 식용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이었다. 갈색거저리유충은 고소한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 쌍별귀뚜라미는 ‘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유충은 ‘꽃뱅이’, 장수풍뎅이 유충은 ‘장수애’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고소애는 보통 건새우 맛이 난다고 한다. 효능으로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비타민 B3와 B5가 풍부하며, 무기질 중 인과 철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꽃벵이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함유되어 있고, 무기질 등도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수애는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쌍별이는 알코올 해독 효과가 있고, 비타민D, B1, B2가 풍부하다. 조선 시대 때부터 즐겨 먹은 벼메뚜기는 감기, 소아 경기, 허약체질 등에 효과가 좋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다.
식용 곤충, 안전한 먹거리로 발전하려면
사진: SBS Plus '음담패썰' 캡처, 식용 곤충이 들어간 쿠키 |
미래가 창창해 보이는 식용 곤충도 사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가장 먼저 곤충이 주는 혐오감 때문에 사람들이 과연 ‘찾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사회적으로 징그럽다고 인식되는 곤충이 사랑받는 먹거리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가공이 필수적이다. 우선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곤충의 생김새가 드러나지 않는 분말이나 과자 형식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 가장 중요한 안전성 문제다. 아직 발걸음을 겨우 뗀 단계인 국내 식용 곤충이 과연 안전한 먹거리인지에 관한 의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식용 곤충 구매 및 섭취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10명 중 1명꼴로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차원에서 식용 곤충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하루속히 검토하여 곤충을 먹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줘야 할 것이다.
사진: 유튜브 채널 캡처, 거미를 먹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 |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 중이다. 인구가 계속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만큼 초래되는 식량난도 심각하다. 어쩌면 식용 곤충이야말로 미래 식량으로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미국은 곤충 에너지바, 곤충 초콜릿 쿠키, 곤충 칩 등, 식용 곤충을 활용한 다양한 간식을 개발 중이고,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거미 통조림이나 전갈 사탕을 판매하기도 했었다. 안젤리나 졸리나 니콜 키드먼 같은 세계적인 배우가 방송에서 곤충을 시식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식단의 변화는 시작됐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식용 곤충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 농가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