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여행-오래된 오늘이 숨 쉬는 곳, 이천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남짓이면 도착하는 이천은 조선 시대에 도자기를 생산하던 가마터가 있는 도자 문화 중심지이자 임금님께 진상하던 질 좋은 쌀의 생산지로 유명했다. 요즘은 지역 특성을 살린 이색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층의 방문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도자기 체험을 하고, 차진 쌀밥을 먹고, 이천의 초록 속에서 위로 받는 당일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스페인 스타일로 지은 휴식 공간. 에덴파라다이스호텔 뒤쪽에 있는 부활교회와 가든, 글라스하우스와 연못, 텃밭, 넓은 잔디밭이 있어 걸으면서 사색하고 힐링할 수 있는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의 가든 |
어디를 멀리 가기도, 유명하다는 곳에 찾아가기도 조심스러운 시절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서 바람도 쐬고, 조용한 시간을 가질 만한 곳은 없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곳은 이천. 서울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되고, 도자기 공방이 많아 도자기 구경도 할 수 있어 좋겠다 생각했다. 가는 길에 유명한 이천 쌀로 지은 흰 쌀밥도 먹을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이왕이면 동선 낭비 없는 코스를 짜려고 이천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고, 지인들에게 이천 명소를 추천해 달라고 문자를 돌렸다. 이동은 효율적으로, 식당에는 붐비지 않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정했다. 그렇게 이천 당일 여행이 완성되었다.
전체 코스는 이렇다. 오전 8시 서울을 출발해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이천 톨게이트를 나와 3㎞쯤 달리면 도착하는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의 정원이 첫 번째 방문지. 호텔이라 아침 일찍 도착해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정원 구경을 마치면 유명한 카페 이진상회로 가서 갓 구운 빵과 커피로 브런치를 하고, 도자기 마을인 예스파크로 이동한다. 정오에 공방들을 구경하고 도자기 체험도 한 뒤 이천 시민들의 휴식처인 설봉공원을 산책한다. 그런 다음 한옥 카페 희원에서 느긋한 오후 햇볕을 즐긴 후 원이쌀밥에서 따뜻한 흰 쌀밥으로 늦은 점심식사. 마지막으로 이천에 가면 꼭 가 봐야 한다는 시몬스 테라스점에서 눈요기도 하고 수면 정보도 얻은 뒤, 남이천 톨게이트로 들어가 서울로 돌아온다.
잘 가꿔진 정원, 에덴파라다이스호텔 가든
향기 좋은 차를 마시기에 좋은 티하우스 에덴 |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에덴파라다이스호텔. 이천시 마장면을 둘러싼 저명산(도드람산) 자락이라 초입부터 초록이 무성하다. 석조 건물 위에 붉은 지붕을 얹은 스페인식 건축물들이 단정하게 늘어서 있다. 숲 속에 오롯이 앉은 모양새가 아늑하다. 동행자가 물었다. “여기 그냥 숲 속 리조트잖아. 장례식장이라 하지 않았어?” 정말 그냥 리조트였다. 알프스산맥 아래 작지만 공들여 가꾼 정원이 있는 리조트와 다르지 않은 모양새였고, 공간 전체를 감도는 기운이 따뜻하고 편안했다.
지난 2017년 경기도 이천에 새로운 개념의 추모 시설이 생긴다고 해 화제가 되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자리를 자주 찾아보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재단 법인 에덴낙원이 3만3000㎡(약 1만 평)의 대지에 호텔과 식당, 교회, 납골당 그리고 넓은 정원을 꾸몄다. 장례는 산골장 형식으로 치르지만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전체 설계와 디자인은 리빙엑시스의 최시영 대표가 맡았다.
최시영 대표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실내 디자인과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자로도 유명하지만 초록 숲속의 글라스하우스인 파머스대디와 알렉스더커피 등으로 더 유명하다. 10여 년 전부터 ‘초록 속의 유리 온실’ 콘셉트로 자연 친화적 공간을 알려 왔다. 에덴낙원 안의 에덴파라다이스호텔과 알렉스더커피, 티하우스 에덴 등의 부대 시설에서 이런 그의 공간의식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일부러 찾아와 잘 가꿔진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티하우스 에덴 해시태그를 붙이는 이유는 이 공간들이 납골당의 부대시설이 지닌 침울함을 떼어 내고, 오늘을 사는 일상이 천국이라는 개념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게 푸르고, 편안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3000평 규모의 정원인 에덴가든에 발을 들여놓았다. 호텔 바로 앞 루프 가든부터 키친&셰프 가든, 사색의 가든, 기도의 가든 등 7가지 테마 가든, 모임을 위한 티하우스와 글라스하우스, 사색과 휴식을 위한 연못과 카펫 같은 초록 잔디밭 곳곳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피로연이나 작은 모임을 할 수 있는 3개의 크고 작은 유리 온실인 글라스하우스와 여기서 수확한 허브와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키친&셰프 가든, 산사나무 길을 따라가면 연못 속에 나지막하게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에덴힐 폰드와, 잘 가꿔진 잔디가 깔려 있는 선셋론, 측백나무 숲 안쪽에 설치된 작은 돌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올릴 수 있는 기도의 가든 등을 천천히 걸으며 200여 종에 이르는 식물을 관찰하고 사색할 수 있는 정원이다.
정원 구경을 마치고 티하우스 에덴에 들어갔다. 티 소믈리에 공부를 하신 전직 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실내에 관엽 식물이 가득하고, 갓 구운 스콘과 프리미엄 홍차 향기가 그윽하다.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와 환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힐링의 한순간을 마련해 준다.
[티하우스 에덴] 주소 경기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449-79 / 운영 시간 연중무휴, 24시간 / 주요 메뉴 다즐링티 9000원, 로얄밀크티 9000원, 치즈타르트 3500원
이천에서 세상 구경, 베이커리 카페 이진상회
도자기에 담겨 나오는 순쌀 밥한공기와 호박찰브래드, 끼리치즈와 컬래버레이션한 치즈케이크, 동서양의 예술 작품과 일상 소품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카페 인테리어, 이국적 풍경의 베이커리 카페 이진상회의 외관 |
이천에 가면 꼭 들르라는 추천을 듣고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베이커리 카페 이진상회. 1만6000㎡(약 5000평) 부지라 하더니 규모가 엄청나다. 이곳은 베이커리 카페 이진상회와 더이진갤러리, 인도하우스, 나포리 가든 등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1960년에 창업한 이진상회의 8형제가 ‘이진’이란 이름으로 인쇄소, 목장, 철물점 등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진도예다. 1990년대 초부터 도자기와 가구, 정원 용품 등을 제조하고 수입하는 일로 업을 키웠고, 2016년에 기존 건물을 리뉴얼하고 산책로를 조성해 복합 문화 공간 이진상회로 문을 열었다.
베이커리 카페 이진상회는 전 세계 문화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동서양의 인테리어 소품과 조각품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층고 높은 온실형 카페에 들어서면 구수한 커피 향기와 달콤한 빵 냄새가 먼저 오감을 깨운다. 오래된 부잣집 구경하는 기분으로 아래위층을 오가며 이곳 저곳 둘러보고 넓은 홀이나 아늑한 구석방이나 원하는 곳에 앉으면 된다.
카페 안의 메종드쁘띠푸르베이커리에서는 아침부터 20여 종의 빵이 나오는데 순쌀마롱식빵, 깜빠뉴, 딸기타르트, 치즈베이컨크로크무슈, 루즈케이크 등 계속해서 새로운 빵이 채워진다. 이천 도자 종지에 담은 카스텔라 위에 바닐라 크림을 얹은 순쌀 밥한공기, 호박 모양으로 만든 이천호박찰브래드, 순쌀마롱식빵 등 이천의 쌀과 도자기를 모티프로 만든 메뉴도 인기가 좋다.
나오는 길에 입구의 ‘더이진’에 들러 쇼핑하는 재미도 있다. 도자기 그릇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소품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제품이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다.
[이진상회] 주소 경기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656 /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 주요 메뉴 아메리카노 5500원, 호박찰브래드 3000원, 순쌀 밥한공기 6000원
도자기 빚는 예술가 마을, 예스파크
예스파크의 공방들 소개와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관광 안내소, ‘산이랑공방’에서의 도자기 체험. 물레를 이용해 흙을 빚어 구워서 색칠까지 마치면 며칠 후 택배로 작품을 보내 준다. |
여경란 작가의 ‘여기담기’ 공방.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릇들과 실내에 놓으면 공간을 아름답게 해 줄 오브제가 많다, 공방마다 개성 가득한 장식으로 꾸며 놓은 예스파크 |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시간의 흔적을 지닌 도자기 유물들이 이천 효양산과 설봉산성 등에서 출토되었다. 사기막골과 가마골 등에는 가마터 유적이 남아 있고,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신증 동국여지승람』에 이천도호부의 특산품으로 백옥과 도기가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이천이 흙이 좋고, 도자기를 굽는 데 필요한 땔감이 풍부하고, 남한강이 가까워 한양으로의 물자 수송이 편리해서 그랬을 것이고, 1950년대 이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재현하던 도공들이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가까운 이천으로 이주하면서 이천은 국내 최고의 도자기 허브가 되었다.
1987년부터 시작된 이천도자기축제가 해마다 봄에 30여 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이천의 도자기 산업을 발전시켰고, 파주의 헤이리마을만큼 예술의 기운이 왕성한 이천 예스파크를 만들어 냈다. 예스파크는 2009년에 국내 최초로 도자 특구로 지정된 40만㎡(약 12만 평) 부지에 도자기, 유리, 옻칠, 목공예, 섬유공예 등 수공예가들의 공방 200여 곳을 유치해서 2018년 4월에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인마을로 오픈했다. 다양한 기술과 예술이 모여 마을을 만들었다 해서 이름도 ‘예스파크藝’s park’.
보고, 듣고, 즐기고, 맛보는 종합 예술 마을인 예스파크는 가마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사부작길 등 4개 테마 마을과, 카페거리, 야외 대공연장으로 나뉜다. 중심 대로인 도자예술로를 따라 나지막하면서 개성 있는 공방들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1㎞에 걸쳐 늘어서 있다.
초입에 차를 주차하고 슬슬 걸어 다니면서 공방을 구경하는 게 좋다. 공방마다 전시장과 함께 작업실이 같이 있어서 마침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도자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단지 중앙에 한옥으로 지은 관광 안내소에 가면 도자 체험을 진행 중인 공방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그릇을 만났다고 처음부터 사기 시작하면 점점 짐이 늘어서 단지 구경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자제력이 꽤 필요하다.
가마마을의 남양도예나 산이랑공방, 화목토, 구을공방, 평강도예, 영광갤러리 등에서 물레 체험과 핸드 페인팅 등을 통해 누구든 원하는 도자기를 한 점 만들 수 있다.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빚고, 굽고, 칠해서 맡기면 택배로 작품을 보내 준다. 비용은 스튜디오마다, 만드는 작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3만 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공방들은 마을 별로 수시로 공예품 전시와 체험 이벤트를 벌이는데 62마켓 등 폴리 마켓과 버스킹 공연까지 곁들여 볼거리 가득한 예술 체험으로 화제를 모으곤 한다. 일부 공방은 게스트하우스 시설도 갖춰 며칠 머물면서 도자기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주소 경기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 57 / 운영 시간 200개 공방 연중무휴, (관광 안내소) 오전 10시~오후 5시(토, 월요일 휴무)
이천 시민의 휴식처, 설봉공원
1. 설봉호 제방 아래 힐링스테이션. 벽화마을과 연결되는 이곳에는 그림처럼 예쁘고 작은 역사와 벤치, 도서 부스가 설치되어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 이천이 도자기 도시임을 알려주는 국제조각공원. 설봉호를 둘러싸고 산책로를 따라 세계 조각가들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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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설봉산은 이천시의 중심 산으로 산자락의 설봉호와 함께 이천시민의 휴식처다. ‘2001세계도자기엑스포’가 열린 곳이고, 해마다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 등이 열리는 곳이다. 설봉호를 둘러싸고 국제조각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었고, 이천시립박물관과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도자테마파크인 세라피아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자리한 문화 지역이기도 하다.
설봉호를 감싸고 있는 1㎞의 산책로에는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는 코스와 호수 바로 옆길을 걷는 코스가 있다. 설봉국제조각공원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회에 걸쳐 개최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움을 통해 37개 나라 조각가 90여 명이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호수 옆길에는 ‘좋아해’ ‘보고 싶다’ ‘응원할게’ ‘두근두근’ ‘설렘’ 등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단어들이 글자판이 되어 산책하는 이의 마음을 토닥여 준다.
산책로 중간쯤 제방을 통해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긴 계단을 걸어 내려가면 설봉 힐링스테이션이 있다. 마치 편지지 그림 같은 작은 간이역과 전화 부스 속 도서관 그리고 길지 않은 기찻길이 있어 길을 따라 내려가니 완성도 높은 벽화가 그려진 담장들이 이어진다. 1970년대의 추억을 끌어올리는 교과서 삽화 같은 그림들을 보며 말 그대로 힐링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경기 이천시 관고동 418-2 / 운영 시간 연중무휴, 24시간 / 입장료 무료 / 주차 가능
한국화의 대가 월전 작품 전시장,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월전 선생의 유지를 받아 재개관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층 기획 전시실은 ‘新미식생활기’를 주제로 현대의 식문화를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을 선보였다, 월전 선생의 작업실을 재현한 월전관과 정원 |
우리 나라 화단에 ‘신문인화’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한국화의 대가 월전 장우성의 고향은 경기도 여주다. 평생 예술가이며 교육자였던 월전 선생은 말년에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해 평생의 업적을 공익화하면서 월전미술관을 이천시립미술관으로 전환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이천시는 2007년에 선생의 유작과 월전미술관 소장품 1500여 점을 기증받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을 다시 개관했다.
기획 전시실과 소장품 상설 전시장, 야외 전시장과 월전기념관, 월전루 등이 있다. 1층 기획 전시실에서는 일상 속 식생활을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들로 구성된 ‘新미식생활기’가 열렸고, 2층 소장품 상설 전시장에는 월전 선생의 중기 회화(1946~1970대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삼악사도’와 ‘한국의 성모자상’, ‘미인도’ 초본 등 귀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한 잠정 휴관 중).
무엇보다 월전 선생의 마지막 작업실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월전관이 구경할 만하다. 작업실은 1991년 서울 팔판동에 월전미술관을 개관할 때부터 돌아가신 2005년 90세에 이르기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선생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앞뜰 조각공원에 문인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가을밤의 기러기 소리’를 새긴 ‘화비畵碑’와 ‘화노畵奴’란 단어로 그림에 사로잡힌 자신의 일생을 표현한 ‘서비書碑’를 보면서 위대한 화가 월전 선생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주소 경기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85 /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600원
잘 지은 한옥에서의 오후, 한옥카페 희원
검은색 오지기와를 올려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카페 희원, 크루아상과 스콘, 시원하면서 달콤한 맛을 내는 팥스무디 |
멀리서도 눈에 띄는 집이다. 짙은 검은색의 오지기와를 올린 팔작지붕의 기품이 느껴지는 한옥카페 희원.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가면 ‘ㄷ’자형 한옥(살림집) 한 채와 카페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잘 손질된 잔디밭을 가로지르다 보면 이름 모를 자디잔 여름 꽃들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보기엔 쉽지만 가꾸기는 쉽지 않은 한옥 마당이 정갈하고, 단단한 느낌의 소나무 기둥은 첫눈에 카페에 대한 믿음을 준다. 처마 밑에 낙숫물이 고이거나 벽에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깐 자갈도 잘 지은 한옥임을 증명한다.
2013년에 집을 짓고, 2014년에 집 옆에 카페를 오픈했는데, 여전히 집의 외관이 깔끔하다. 한옥이지만 전통 창호와 시스템 창호를 섞어 써서 카페에는 통 큰 유리창을 통해 야생화들이 피어나는 앞마당이 훤히 보인다.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마 바나나주스와 유자차가 어울리는 곳이다. 크루아상과 스콘도 넉넉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마음 맞는 친구와 훌쩍 달려와서 오래도록 마당을 내다보며 차 마시고 싶은 공간이다.
주소 경기 이천시 부발읍 황무로 2065번길 221-10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 주요 메뉴 아메리카노 5000원, 마 바나나주스 7000원, 크루아상 4000원
열정 가득한 젊은 쌀밥집, 원이쌀밥
기존 한옥을 고치고 뒷마당에 장독대를 만들어 품격 있는 이천 쌀밥 한정식집으로 시작한 원이쌀밥, 잘 지은 솥밥에 된장찌개, 제육구이, 생선구이, 모듬전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
조선 시대부터 임금님께 진상했을 정도로 쌀 맛이 좋은 이천에서는 김이 폴폴 나는 돌솥에 지은 흰 쌀밥을 꼭 먹어야 한다고들 하더니 진짜로 돌솥밥을 내세운 식당들이 대다수다. 대로변에 있는 집, SNS에 홍보를 많이 하는 집, 방송에 많이 나왔다는 집들 사이에서 겨우 찾아낸 신상 쌀밥집이 원이쌀밥이다. 이천IC와 SK하이닉스에서 멀지 않아 교통이 편하고, 작은 한옥을 고쳐서 깔끔하다. 무엇보다도 프리미엄 이천 쌀밥집의 의지를 담은 마당의 장독대가 눈에 띈다.
갓 도정한 최상급 이천 쌀과 천연 재료로 숙성한 소불고기, 당일 공수한 신선한 채소와 태양초 국내산 고춧가루를 쓴다고 크게 적은 액자를 보노라니 식당의 진정성이 보이는 듯해 뜬금없이 응원하게 된다.
식사 전 계절죽과 싱싱한 야채 샐러드가 입맛을 돋우고, 이천 쌀로 지은 솥밥 맛이 좋고, 모듬전과 잡채, 밑반찬이 푸짐하다. 아직은 음식에서 깊은 맛이 난다 할 수 없지만 의욕 넘치는 식당 사장님의 의지에 점수를 주게 되는 곳이다.
주소 경기 이천시 대월면 사동로 76-19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 주요 메뉴 원이정식 2만5000원, 제육구이 솥밥 1만5000원, 더덕구이 솥밥 1만5000원
시몬스 굿즈가 있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시몬스 테라스점에 새로 오픈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작업복과 모자, 슬리퍼, 배지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물건에 시몬스 로고를 넣어 개발한 제품들이다. |
시몬스 팩토리움이 배경으로 보이는 야외 정원, 추억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 |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스타일리시한 모델들이 등장하는 위트 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아 온 시몬스가 2018년에 이천 본사를 ‘시몬스 팩토리움’으로 리뉴얼하고, 그 옆에 소셜 스페이스인 ‘시몬스 테라스’를 개관했다. 침대 공장에서 수면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난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는 지난 2년간 총 방문객 25만 명, 주말 일 방문객 3000여 명이란 기록과 함께 시몬스 침대 매출에도 크게 기여해 화제가 되었다.
시몬스 테라스점은 기업의 역사를 보여 주는 헤리티지 앨리와 매트리스 랩, 공간 꾸밈을 보여 주는 호텔 그리고 최근에 오픈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화제가 되는 곳은 시몬스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지난 봄에 서울 성수동에 오픈했다가 7월에 이천으로 옮겨 10월25일까지 운영 예정인 이곳은 일명 시몬스 굿즈 숍이다. 시몬스 로고를 붙인 작업복, 모자, 티셔츠, 슬리퍼, 텀블러, 때 타월, 휴대폰 케이스 등 300여 점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가득하다. 이천 쌀을 복고풍 디자인 패키지에 담은 것도 있다. 기념 사진 촬영용 철제 부스와 슈퍼마리오 같은 추억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코너 등 레트로 감성이 가득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실내 체류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적어도 1시간 이상 대기를 감안해야 한다.
주소 경기 이천시 모가면 사실로 988 /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금·토 오후 9시까지)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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