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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여고생 마약 운반·私的 복수… OTT, 사회 문제를 직격하다

OTT 드라마, 금기 깨고 현실 담아

극한 소재, 흥미 위주 소비 우려엔

“수준 낮은 작품은 시청자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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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마약의 문제를 다룬 OTT ‘시즌’의 10부작 드라마 ‘소년비행’. /시즌

“오늘 주문 많으니까 빠릿빠릿 움직여. 니 년 몸값보다 비싸다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들을래!”


명문사립고 하교길의 딸을 데리러 온 엄마, 빨간 스포츠카를 탄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조수석의 딸을 타박하며 하는 말도 남다르다. “니 그 잘난 학교 학비, 몸에 두른 명품, 다 나한테 진 빚이라고! 평생 그 빚이나 갚으며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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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콘텐츠는 금기시되던 소재도 용감하게 마주하기 시작했다. 청소년과 마약의 문제를 다룬 OTT ‘시즌’의 10부작 드라마 ‘소년비행’에서, 모텔방에 숨겨진 대마를 훔치러 가기로 약속한 청소년들. /시즌

OTT ‘시즌’이 지난 25일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소년비행’은 엄마에게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는 18세 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배달 사고’로 쫓기듯 내려간 시골에서 친구들과 대마밭을 발견하고,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 드라마의 포스터 카피는 ‘그 날, 우리는 꿈 대신 대마를 키웠다’. 해외 OTT의 경우 HBO맥스의 ‘유포리아’처럼 청소년과 마약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례가 드물다.


청소년과 마약, 독특한 성적 취향, 사적 복수극의 ‘피바다’…. OTT 영상 콘텐츠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금기시하던 소재를 다루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OTT ‘시즌’은 “드라마 ‘소년비행’ 공개 뒤 오리지널 콘텐츠 이용률이 240% 수준, 전주 대비 신규 가입자가 약 2배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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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와 '별난 성적 취향' 사이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이야기를 알콩달콩 직장내 로맨스의 그릇에 담아낸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 /넷플릭스

성적 소재의 표현 수위도 넓어졌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는 ‘변태’와 ‘별난 취향’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다. 목줄, 쇠사슬, 채찍, 밧줄이 두루 등장하지만,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연기자 서현을 주인공으로 알콩달콩 직장 로맨스의 그릇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 거부감이 적다.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티빙의 12부작 드라마 ‘돼지의 왕’도 화제다. ‘부산행’ ‘지옥’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 학폭 피해자가 어른이 된 뒤 그 시절 가해자들을 향해 벌이는 피의 복수극을 통과하며 사회적 권력 관계의 문제로 나아간다.


이런 소재들은 기존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에선 거의 다룰 수 없었다. TV를 틀어 놓으면 보게 되는 매체 특성상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보편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는 구독도 시청 여부도 개인이 취향에 따라 직접 결정한다. OTT 콘텐츠가 과감히 금기를 깰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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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지옥'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OTT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돼지의 왕'. /티빙

자극적 선정적 소재로만 접근하는 부작용은 없을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우리 시청자들 눈높이가 K콘텐츠의 수준만큼이나 높아졌다. 충분한 고민 없는 흥미 위주 접근은 용서치 않는다”며 “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과감히 건드린 ‘인간수업’, 군대 내 폭력을 다룬 ‘D.P.’, 촉법소년 문제를 들여다본 ‘소년심판’처럼 OTT 콘텐츠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현실을 직격해 다루며 소재와 표현의 지평을 계속 넓혀 갈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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