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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도 가슴 절제했다... 가족력 큰 암, 잡는 이 치료법

유전자 검사 보고 예방 수술하고 환자 골라 치료하는 시대

조선일보

안젤리나 졸리"시리아 난민촌 찾아갑니다" 신작영화 '솔트'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2010년 7월 28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했다./이진한 기자

40대 초반 여성 A씨는 지난해 왼쪽 가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암 덩어리가 비교적 커서 왼쪽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15년 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유방암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은 브라카(BRCA2)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 집안 여성의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컸고, 그의 오른쪽 유방에도 암이 생길 확률이 높은 것이다.


A씨는 불안했다. 결국 왼쪽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 1년 만에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는 오른쪽 유방을 예방적으로 떼내는 수술을 받았다. 동시에 양쪽 유방 재건술을 받아 본래 유방 모양을 갖췄다. 그는 암 공포에서 벗어났고, 미용적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유전자 변이 보고 예방 수술

암 발생 위험이 큰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있게 되면서 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적으로 수술하여 암 발생 근원을 차단하는 치료법이 나왔다. 이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환자가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다. 그는 2015년 유방암 위험이 큰 브라카(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음을 알고 양측 유방을 떼내는 예방적 절제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대중은 멀쩡한 유방을 떼낸 치료에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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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이 보고 예방적 수술 또는 치료하는 사례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나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80%에 이른다. 졸리의 어머니도 유방암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예방적 절제술을 받은 이유로 “아이들의 엄마로 오래 남고 싶어서”라고 했다. 현재까지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고,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기에, 졸리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수술이 늘고 있다. 2013년 5건에 불과하던 예방적 유방 절제술이 2017년에는 30건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병원에서만 27건이 이뤄졌다. 주로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한쪽 유방암을 앓고 다른 쪽을 예방 수술한 경우다. 난소 절제술도 해마다 늘어나 최근에는 95건으로 증가했다. 필자도 예방 수술을 권하는 편이다. 암 발병 후에 힘들어하는 환자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유방 재건 수술의 미용적 결과도 우수하다.

◇한 집안에 유난히 많은 암

간혹 한 집안에 유난히 암 환자가 많은 경우를 본다. 이런 ‘가족성 암’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특정 원인 변이 유전자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1, BRCA2 유전자 변이다. 이걸 지닌 여성은 1000명 중 5명으로 추산된다. 유전성 비(非)용종성 대장암과 연관된 MLH1, MSH2 변이와, 가족성선종성용종증으로 대장암을 일으키는 APC 변이도 있다. 요즘 이것들 외에도 유전성 암 관련 유전자가 수십 개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은 암 억제 유전자다. 암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변이가 생겨 그 기능을 못 하니, 암 발생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 이런 암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고난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외모나 체질 등으로는 절대 구별할 수 없다. 혈액이나 타액을 통한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방적 수술 말고 돌연변이 자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없다.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하여 조기 진단과 예방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집안의 치부로 여기고 검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진단이 늦어져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 이들이 안심하고 검사에 임하려면 유전자 정보에 대한 철저한 보안과 차별 금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등에 효과적인 약제가 개발되고 있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암이 발생하면 암 유전자는 정상 유전자와 달리 다양한 변이를 대량으로 만든다. 암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들의 발현량이 늘거나 줄어드는 일이 많이 생기는데, 이런 유전자들의 발현량을 측정하여 환자의 향후 전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후가 나쁘게 예측되는 환자들만 선택하여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다. 이제 유전자 검사 정밀화로 암 발생을 예측하여 예방적 수술을 하고, 항암제가 필요한 환자를 선택적으로 골라 치료하는 시대가 왔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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