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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불편한 반려동물, 3D프린터로 ‘아이언펫’ 변신

다리·꼬리·부리 등 반려동물의 무게·보행 형태 등에 맞춰 제작


장애 극복 기술이 ‘아이언맨’을 만드는 세상이다.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공학(醫工學) 덕분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을 착용하면 보통 사람처럼 앉고 걷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도 ‘아이언펫(pet)’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3D(3차원) 프린터와 3D 모델링 기술 발달이 아이언펫 시대를 열 것이라고 전망한다.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가볍고,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몸에 딱 맞게 의족 같은 맞춤형 인공 기관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3D(3차원) 프린터와 3D 모델링 기술로 만든 인공기관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 동물에게도 새 삶을 주고 있다. 3D 프린터는 반려견 의족부터, 독수리 부리, 조랑말 발굽, 악어 꼬리까지 만들 수 있다(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 /다이브 디자인·버즈 오브 프레이 노스웨스트·콜로라도 주립대·피닉스 파충류 소사이어티

가볍고 맞춤 제작 가능

지금도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이 의족을 착용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만듦새가 좋지 못해 오히려 척추 손상 같은 다른 질환까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의족을 착용한 개가 “이거 정말 불편해요”라며 짖는다고 해도 인간은 이해를 못하는 상황도 문제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처럼 장애 동물에게도 몸에 딱 맞는 맞춤형 의족이 필요하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21일(현지 시각) “미 동물 인공관절 전문업체 ‘오소펫츠’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동물 의족을 만들고 있다”면서 “반려동물 크기와 무게, 자세, 보행 형태 등을 고려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다이브 디자인’은 컴퓨터 3D 모델링 기술을 통해 의족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어떻게 작동할지 가상 테스트를 한다. 좋은 의족을 만들기 위해선 실제로 만들어 보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정교한 3D 모델링을 이용하면 시행착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바이오닉 펫츠’의 데릭 캄파나 대표는 “성장기에 있는 동물을 위해 의족을 만들 경우 3D 프린터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자라나는 크기에 맞춰 기기를 자주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 발굽·악어 꼬리·새 부리도 만들어

개나 고양이 등 작은 반려동물만 대상이 아니다. 말을 위한 의족도 3D 프린터로 제작되고 있다. 2015년 미국 콜로라도주 목장에서 조랑말 ‘샤인’이 개에게 심하게 물렸고, 왼쪽 뒷다리 무릎 아래 부분을 절단해야 했다. 보통 말의 경우 발굽 이상이 잘리면 안락사를 시킨다. 하지만 오소펫츠는 3D 프린터로 인공 말발굽을 특별 제작해 샤인에게 착용하도록 했다. 의족을 신기고 벗기기 용이하도록 스키부츠 모습을 본뜨고 발굽 부분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처럼 요철을 냈다. 한 달 뒤 샤인은 인공 말발굽을 신고 다시 걷게 됐다.


꼬리가 잘려 헤엄을 못 치던 악어도 3D 프린터 기술로 다시 꼬리를 갖게 됐다.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코어연구소와 미드웨스트대 연구진은 불법 악어농장에서 구출된 새끼 악어의 꼬리를 3D 프린터로 만들어줬다. 1m가 넘는 꼬리를 한 번에 ‘인쇄’하는 대신 관절 마디 마디를 찍어내 연결했다. 새끼 악어는 5년 후 다시 물 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조류 보호 비영리단체 버즈 오브 프레이 노스웨스트는 밀렵꾼 총에 맞아 윗부리 절반이 날아간 흰머리수리를 위해 3D 프린터로 부리를 다시 만들어 끼워주기도 했다.

비싼 제작비에 별도 재활 필요는 걸림돌

문제는 가격이다. 지금은 3D 프린터로 의족 같은 동물 인공기관을 만드는데 약 1000~2000달러가 든다. 동물병원 응급실에 반려동물을 맡겨본 사람이라면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보편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제작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실제로 비용 때문에 집에서 보급형 3D 프린터를 이용해 반려동물 의족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의족의 경우 잘 맞지 않으면 통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뼈와 피부가 맞닿는 곳에 궤양 등 치명적인 내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기구를 착용했다고 해도 사람처럼 이에 적응하는 재활 기간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려견은 재활 기간이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동물 재활 전문가인 테레사 웬드랜드는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장애 정도에 따라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기구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다리를 잃은 반려견에게는 3D 프린터 기술이 정말로 필요하겠지만, 근육 통증 정도라면 침술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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