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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조선일보

떡샴, 떡맥, 떡와… 어른의 感性 떡볶이

분식, 멋을 입다

패션만큼이나 유행에 민감… 카페처럼 예쁜 공간서 음미… 옛 느낌 살린 레트로 분식도

 

어른들 추억의 맛

핫도그·곱창·파 튀김 등 이색 토핑 얹은 新떡볶이… 맥주·소주와 찰떡 궁합


떡볶이, 요즘은 멋으로 먹는다. 웨딩플래너 조소현(38)씨는 지난달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출한 '브라이덜 샤워'(결혼 전 신부 친구들의 파티)에서 떡볶이를 차려 큰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떡볶이엔 베트남식 튀김 '짜조'를 얹어 새로운 맛을 냈고, 갖가지 소주 칵테일을 곁들였다고 했다. 조씨는 "화려한 파티 음식을 많이 준비해봤지만, 떡볶이만큼 노력 대비 효과가 큰 음식은 못 봤다"고 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들 좋아해요. 친숙하니까요. 곁들이는 간식이나 음료수를 살짝 업그레이드해주면 굉장히 새로워 보이고요. 조금만 신경 써도 결과가 좋은 음식인 거죠."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추억의 떡볶이가 요즘 '감성 미식(美食)'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여기도 떡볶이 저기도 떡볶이다. 핫도그·파 튀김부터 한우곱창까지 올린 독특한 떡볶이가 인기를 끌고, 샴페인이나 와인과 함께 식탁에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른을 위한 감성 간식

조선일보

①양푼냄비에 담아 주는 '남도분식'의 '자장 떡볶이'. 떡볶이 위에 파 튀김, 계란 프라이를 올렸다. 콩나물이 들어간 '빨콩떡볶이'와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상추튀김'도 인기다. ②연희동 '섭이네 납작만두'의 칼칼한 국물 떡볶이에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추가한 모습. ③차돌박이, 비엔나소시지, 라면과 쫄면을 추가한 망원동 '무슈'의 즉석 떡볶이. 세트 메뉴를 시키면 밥을 볶아주고 후식으로 크림브륄레를 준다. ④'썬데이스낵'의 대표 메뉴 '썬데이떡볶이'와 레몬 생맥주. 쌀 떡볶이에 깻잎을 올리고 설탕 뿌린 핫도그를 곁들여 낸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떡볶이만큼 유행을 타는 음식도 없다. 서울 미아동 '썬데이스낵'을 운영하는 오진영(32)씨는 "떡볶이는 항상 비슷한 것 같아도 매번 달라야 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즉석떡볶이 집을 7년쯤 했던 오씨가 작년 6월 새로 연 가게도 그래서 색다르다. 흰 타일에 밝은 조명, 아늑한 원목가구를 갖춘 카페 같은 곳. 외관이 예뻐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자주 출몰한다. 떡볶이 옆에 설탕 가루를 뿌린 핫도그를 잘라 곁들인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익선동 '남도분식'은 양푼냄비에 담아내는 '시래기 떡볶이'로 이름을 얻었다. 무청 시래기를 들기름으로 볶아 얹은 떡볶이에 파 튀김을 곁들여 양푼냄비에 담아준다. 익숙하면서도 구수한 맛. 추억을 찾는 어른들을 위한 맛이다. 서울 송파동 '하이윤'은 한우곱창을 곁들인 떡볶이를 낸다. 마늘과 외국산 고추를 듬뿍 넣은 국물에 한우곱창을 넣어 '어른의 맛'을 강조했다.


요식업계 관계자들은 '감성 떡볶이'의 인기가 '아우어 베이커리' 등을 기획한 CNP컴퍼니에서 작년 서울 신사동에 '도산분식'을 내면서 확장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옛날 포장마차에서 보던 초록빛 멜라민 접시에 떡볶이를 담아내고, 물 역시 1970~90년대 느낌이 나도록 델몬트 주스 병에 담는 것이 히트하면서 '레트로 분식집' '감성 떡볶이집'이 대세가 됐다는 것이다. CNP컴퍼니 노승훈(33) 대표는 "분식에도 멋과 감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떡볶이에 달콤한 와인 한 잔

떡볶이는 어른의 안주로도 거듭나고 있다. 소주·맥주는 물론이고 샴페인이나 와인, 칵테일을 곁들이는 것이 흔해졌다. 서울 을지로의 와인바 '화담'에선 안주로 분모자를 넣은 떡볶이를 판다. "샴페인과 찰떡궁합 안주"란다. 서울 연희동 '섭이네 납작만두' 역시 분식집이라기보단 귀여운 선술집에 가깝다. 대구 출신 형제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대구에서 흔하다는 납작만두와 염통 꼬치를 떡볶이와 곁들여 맥주와 함께 먹는 손님이 많다. 서울 망원동의 즉석 떡볶이집 '무슈'에는 저녁 시간에 떡볶이와 달콤한 와인 혹은 밀 맥주를 함께 먹기 위해 찾아오는 여성 손님이 많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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