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새우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데...
[사이언스카페] 동료 감염 감지하면 거리두고
아픈 동물이 스스로 격리 요청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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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각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다. 예방 백신이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옮을 조건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이미 인간보다 앞서 질병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박쥐에서 바닷가재, 심지어 꿀벌까지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동료가 아프면 거리를 두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동료의 이상 징후 감지하고 거리 둬
미국 피츠버그대의 안드레아 타운센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동물 세계에서 일상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타운센드 교수는 “동물들은 병에 걸린 동료가 보이는 행동이나 분비물 등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바닷가재의 일종인 카리브해 닭새우이다. 평소 산호초나 바위틈에서 무리지어 살지만 동료가 병에 걸리면 바로 둥지를 나와 물속으로 도망간다.
닭새우는 병에 걸린 동료의 소변에서 이상 물질을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학자들이 병에 걸린 닭새우의 배설기관을 접착제로 밀봉했더니 동료가 도망가지 않았다.
논문 공동 저자인 다나 할리 버지니아 공대 교수는 지난 14일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무리를 지어 서로 보호하는 가재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위험한 행동”이라면서도 “하지만 감염되면 어린 개체의 절반까지 죽이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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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인 맨드릴도 평소 동료의 털을 손질하며 집단 유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동료가 기생충에 감염되면 털 고르기를 멈춘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배설물에서 전과 다른 냄새가 나면 감염을 감지한다. 과학자들이 원숭이의 기생충을 약으로 없애자 다시 동료가 털을 손질했다.
사람들에게 끔찍한 동물로 인식되는 흡혈 박쥐는 아픈 동료와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계속 돌보는 행동까지 보였다. 말하자면 인간 사회에서 이뤄지는 격리 치료다. 할리 교수는 “흡혈 박쥐는 동료가 병에 걸리면 털 손질을 중단했지만 그래도 계속 먹이는 제공했다”며 “이를 통해 사회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감염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병에 걸리면 스스로 격리 요구하기도
심지어 병에 걸린 동물이 스스로 격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집단 전체가 혈연 관계로 이어진 사회적 곤충에서 주로 발견된다. 개미나 꿀벌은 모두 같은 여왕에서 나온다.
털개미는 병에 걸리면 건강한 동료와 접촉을 꺼린다. 심지어 스스로 집을 떠나기도 한다. 흰개미 역시 독성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을 떨어 감염 신호를 보내 동료가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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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어린 개체도 마찬가지다. 꿀벌 애벌레는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신호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꿀벌들은 감염 신호를 낸 애벌레를 물어 벌집 밖으로 내다 버린다. 할리 교수는 “인간에게는 극단적인 행동이지만 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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