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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1488%, 이우환 807%…주식 뺨치는 미술품 투자 수익률

[김기훈의 경제TalkTalk]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①/②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김창열 화백의 작품은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자신의 '물방울' 그림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식 가격과 채권 수익률이 곤두박질 치자 이를 대신할 대체투자 상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차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공급이 줄어든 석유와 천연가스, 농산물 등 원자재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이 몰려가고 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 투자자문가들의 투자 가이드를 보면 이러한 대체투자 각광 시기에 항상 약방의 감초처럼 끼워 넣는 상품이 있다. 미술품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 500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분석이 최근에 많이 나왔다.


미술품은 과연 장기투자 할만한 상품일까? 투자 작품의 옥석(玉石)은 어떻게 가릴까? 어떤 전략과 요령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을 해 줄 전문가를 찾다가 미술품 경매사가 떠올랐다. 그래서 지난 4월 29일 오후 2시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864번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7층 D회의실에서 김현희 수석경매사와 마주 앉았다. 서울옥션은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이다. 그날 경매는 없었지만,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서울옥션의 온라인 리셀 플랫폼 BLACKLOT의 아트 위크 행사를 위한 아트 토이와 한정판 피규어들이 탁트인 넓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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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사 활동 17년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오프라인 미술품 경매를 진행할 때, 경매장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응찰과 낙찰을 이끌어내는 경매사 일을 하고 있다. 다만 경매가 매일 있는 일이 아니어서, 평소에는 홍보마케팅팀에서 대외 홍보와 온라인 마케팅, 기업 대상 마케팅도 한다.”


—경매사로 활동한 지 얼마나 됐나?


“2005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17년째이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기 때문에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서울옥션에서 2005년 2월부터 인턴을 시작했다. 그 때 경매를 처음 보고 미술품 시장에 호기심이 생겼다.


경매사는 외부 교육기관이 별도로 있지 않고 사내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 나도 당시에 인턴을 하다가 취직이 됐는데, 이후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매사를 선발할 때 선택됐다. 현재 직원 150명 중에서 경매사는 4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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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사들은 주로 회사 내부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의 경매 모습./소더비

—국내 또는 해외에 경매사 전문교육기관이 없나?


“국내에는 경매사 양성 전문학교는 없다.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나 소더비도 직원 중에서 미술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을 선별해 경매사 교육을 시켜서 양성한다.”


—경매사가 되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가?


“경매사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미술품의 가치와 시장 가치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한다.”


—나이 제한은?


“제한이 없다. 나도 일찍 시작했다. 경력이 오래될수록 시장을 보는 눈이 깊어지므로 좋은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는 백발의 노신사가 경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매월 4~5차례 진행

—경매는 얼마나 자주 하나?


“메이저나 기획 포함해 오프라인 경매는 월 1회, 온라인 경매는 월 4회 정도 하고 있다.”.


—어디서 하나?


김 수석이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아래층 전시실을 가리켰다.


“저기 6층 전시실을 경매 당일에는 경매장으로 전환해 사용한다. 경매가 있는 날에는 저 공간이 동영상에서 많이 보는 경매장 모습으로 바뀐다.”


—코로나 사태 동안에는 경매 작품 전시회의 관람객도 많이 줄었을 것 같다.


“코로나 때에도 사람들이 많이 왔다. 미술품의 특성상 실물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경매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전시회를 먼저 한 뒤에, 경매만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전시회 먼저 연 뒤 경매

—경매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경매 절차를 간단히 설명하면?


김 수석이 지난 4월 26일 경매에 부쳐진 미술 작품들이 실려 있는 책자를 보여줬다.


“먼저, 위탁자가 A 작가의 작품을 갖고 있다며 문의해온다. 그러면 우리가 사진과 작품의 크기 등 관련 정보를 받는다. 그리고 사진으로 먼저 가격을 평가한다. 그리고 작품이 서울옥션 경매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지 등의 판단 과정을 거친 후, 위탁자에게 가격을 제안하고, 위탁자가 동의하면 작품을 입고한다. 작품 운반까지의 과정이 끝나면, 철저한 과정을 통해 작품을 다시 확인한다. 사이즈와 재질, 작품의 상태는 어떤지 보며,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해 준비를 마친다. 진위 여부는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감정하는데, 필요하면 추가로 전문가를 위촉한다.


진품으로 확인되면 경매 후보 목록에 오른다. 최종 후보 목록에 오른 작품 가운데 회차별로 기획되는 경매의 컨셉에 맞게 경매 출품작을 선정한다. 출품작이 선정되면, 각 작품의 담당자들이 위탁자와 가격을 합의해 내정가를 책정한다. 그리고 내정가가 적절한지 다시 검토한다. 위탁자가 원하는 가격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가격과 차이가 큰 경우, 경매를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판매가 가능한 2차 시장의 가격에 맞춰 내정가를 책정한다. 가격과 작품이 기획 조건에 맞으면 추정가를 만들고, 각 작품마다 필요한 소장 이력과 전시 이력을 담아 도록(圖錄, 작품소개 책자)을 만든다. 그리고 경매를 위한 전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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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참가자에게 제공되는 경매 대상 미술품 작품집(도록)./서울옥션

—전시회는 여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하나?


“서울옥션 부산 지점에서 먼저 2~3일 전시하고, 서울에서 일주일 정도 전시를 한다. 서울에서는 이 건물의 6층, 5층, 1층, 지하 4층 전시장에서 전시를 한다. 그 동안 작품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이 와서 작품을 확인한다. 그리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경매사가 나서 경매를 진행하면서 작품을 판다.”


—경매 대상 작품의 가격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나?


“도록을 보면 작품마다 추정가가 예컨대 1000만~5000만원 식으로 범위가 정해져 적혀 있다. 위 금액의 작은 단위 금액은 작품의 가치에 비춰 볼 때 추정되는 최저가격으로 경매는 이 가격에서 시작된다. 경매사는 이 가격부터 시작해 한 단위씩 올려가면서 경매를 진행한다. 큰 단위 금액은 우리가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을 고객들이 참고하라고 적어 놓은 것이다.”

아트 상품도 잘 팔려

—경매 대상은 미술품뿐인가? 아니면 다른 것도 있나?


“주요 대상은 미술품이다. 고미술품도 있다. 하지만 아트 상품으로 품목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작가가 자기 작품을 여러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500개, 1000개 정도 한정판으로 만든 것들이 경매에 나온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의 온라인 경매에는 인기 작가의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두터운 매니아층이 있는 베어브릭, 미스터, 요시모토 나라, 카우스 등의 수집할만한 가치가 있는 아트 토이들도 출품된다. 회화 작품은 원화가 출품되기도 하지만, 원화의 에디션(일부 수량 제작)과 같은 작품들도 출품되어 대중들이 조금 더 쉽게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일본의 설치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아트 상품으로 제작되어 해외에서 경매에 출품되어 낙찰됐는데, 이런 아트 상품 중에서도 시장 수요가 있고 수량이 한정적인 경우 경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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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원화는 비싸기 때문에 판화 형태의 소품이 다량 제작되어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아트시네트

—부동산 경매는?


“한 3건 정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부동산보다는 주로 수집 가능한 품목만 다룬다.”


—입찰 참가 자격은?


“1년에 20만원씩 유료 회비를 내는 정회원에 한해 오프라인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경매의 경우에는 무료 준회원도 참여가 가능하다. 만약 낙찰자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취소하게 될 경우, 낙찰금액의 30%를 위약금으로 청구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위탁자와 구매자 신분은 비밀

—예술품 위탁자와 구매자의 신원도 공개되나?


“위탁자와 구매자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그 밖의 경매 내용은 최근 5년간 작품의 경우 모두 공개된다. 5년 전의 작품은 공개되지 않는다.”


—미술품을 경매로 팔려는 위탁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개인 소장가들이다. 개인들이 소장품을 팔겠다고 내놓으면 우리가 위탁을 받아서 경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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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나 매매 전에는 항상 미술품 실물을 확인하기 위한 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의 제타레 화랑에서 지난 4월 29일부터 열리고 있는 폴란드 작가 그레고르 글라이비츠의 전시회./제타레

—위탁자가 원하면 즉각 작품이 경매에 부쳐지나?


“경매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각 경매의 기획 의도와 맞아야 하므로 3개월에서 6개월 혹은 그 이상 대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추정가격은 어떻게 정할까?

—미술품의 가격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추정 가격을 정할 때 참고하는 자료가 있다면?


“위탁자가 생각하는 가격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기존 거래 자료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 작가가 과거에 전시한 기록, 판매한 가격, 해외 거래 가격 등을 종합해 현재의 내정가(추정가)를 산출한다.”


—위탁자가 작품을 구매했던 당시의 금액을 알려주기도 하는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안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경매회사와 위탁자 간에 추정가격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면?


“위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격을 조율한다. 만약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출품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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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대상 미술품이 실려 있는 도록을 보면 각 작품 아래에 가격이 적혀 있다. 앞의 가격은 입찰 시작 최저가격이며, 뒤의 가격은 경매 회사가 추정하는 작품의 적정 가격이다.

—낙찰 이후 절차는?


“낙찰자가 작품 대금을 입금하면, 확인한 뒤 낙찰 작품을 낙찰자에게 배송한다.”


—미술품은 손상되거나 도난 당하기 쉽다. 대책은?


“위탁자 집에 있다가 우리에게 오는 순간 보험 가입이 된다. 또 미술품 전문배송 업체만 운반한다. 미술품은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므로, 항온 항습이 잘 되는 보관고에서만 보관한다. 우리는 서울 평창동 본사에 큰 보관고가 있어, 고객들이 안심하고 맡긴다.”

미술품 구매 유의점 ①

구매 목적을 명확히 하라


미술품 경매의 형식과 절차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 인터뷰의 주제인 미술품 투자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미술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지켜야 하는 유의점이 있다면?


“세 가지이다. 첫째, 구매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술 작품을 구매할 때에는 내 취향을 고려한 구매인지, 투자를 위한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집에 걸어두고 감상할 목적의 취향용 구매라면 금액과 상관없이 자기 취향에 맞는 작품을 사면 된다.


취향용 구매의 경우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야 한다. 크기가 작은 작품이라도 내용이 좋은 것을 사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경매한 김환기의 소품 가운데 A4용지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작품이 있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았다. 경매 도록의 추정가가 2000만~5000만원이었지만 낙찰가는 1억 3000만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이왕이면 크기가 작더라도 작가의 특징이 잘 담겨있고 내용과 도상이 좋은 작품을 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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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1950년대 그린 '여인들과 항아리'(281.5x567㎝)는 그의 그림 중 가장 크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유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이다./오종찬 기자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품을 산다고 할 때 자기 마음에 들면 되나? 아니면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다른 기준이 있나?


“개인적인 취향과 선호도도 중요하겠지만, 작가의 특징이 잘 살아 있어야 하고, 내용이나 붓터치,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 작품의 상태도 좋아야 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작품의 시장가치, 미래 성장성, 트렌드를 예측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거기에 맞춰 투자 목적에 적합한 작품을 선별해야 한다.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 받을 작품이라면, 취향과는 맞지 않더라도 투자적인 안목으로 살 만한 가치가 있다.”


—작품의 투자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가치를 보고 평가한다. 투자자들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작품에 더 투자하려고 한다. 수요가 많으면 시장가격이 더 오를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뿐 아니라 해외 작가들을 선별할 때에도 그러한 투자 관점으로 본다.”

미술품 구매 유의점 ②

국내외 시장가격을 파악하라


—두 번째 유의점은?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기로 정했으면 국내외 시장가격을 파악해야 한다. 예술 작품의 가격이 수치화 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경매 회사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비교해 보고 나름대로 미술품의 가격을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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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거래 사이트인 아트네트에 접속해 '피카소'를 입력하면 피카소 작품들의 역대 경매 기록이 나온다.

—시장가격을 조사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예전 고객들은 원하는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자신이 직접 가격을 조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는 국내외 거래 가격을 비교하고 조사한다. 미술을 취미뿐 아니라 투자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경매회사뿐 아니라 화랑에서도 거래가 되지만, 화랑에서는 거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에는 미술품 거래 정보가 부족했으나, 이제는 인터넷에 미술품 거래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다. 예컨대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쿠사마’ 단어를 입력하면 그동안 거래된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내용과 가격을 알 수 있다. 서울옥션에도 25년간의 거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서 투자자들이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술품 구매 유의점 ③

작품의 실물을 확인하라


—세번째 유의점은?


“작품의 실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지듯이 작품도 오랫동안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 물감의 색이 바래거나 찢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의 상태도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작품에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수리 여부는 없는지 등을 실물로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매자가 직접 실물을 봐야 하고, 전문가들과 상담해야 한다. 작가의 사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사인 확인도 중요한가?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작가의 사인이 직접 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가 뒷면에 작품 제목, 사인, 제작연도 등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위 여부는 판매자 측에서 일차로 보증하지만, 사인이 없어서 불안하면 경매회사나 화랑에 작품의 보증서를 요청해 받아 놓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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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을 살 때에는 작가 사인을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작가들이 그림의 뒷면에 사인을 해 놓는 경우도 많이 있다. 위 사진에서 보면 도록 왼쪽 아래쪽에 뒷면 사인의 사진이 찍혀 있다.

—실물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경매를 하면 경매에 앞서 실물을 전시하니 전시장에 와서 보면 된다. 화랑 같은 경우에도 직접 가서 전시된 작품을 확인하면 된다. 작품의 이미지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사진 상의 작품 색과 실제 작품의 색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작품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미술품은 장기투자에 적합

—미술품은 장기투자 상품인가? 단기투자 상품인가?


“주식은 짧은 기간의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술품은 장기투자를 했을 때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미술품이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독특한 성격이라고 하면?


“미술품은 기본적으로 감가상각이 없다. 대부분의 물건은 구매하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미술품은 곁에 두고 오랫동안 감상을 해도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술품 실물을 감상하는 동안 시간이 흘러 가격이 더 오르면 이익을 남기고 팔 수도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미술품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그 때에도 미술작품을 오랫동안 감상한 가치만으로도 손실이 벌충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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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은 다른 재테크 상품과 달리 실물을 곁에 두고 즐겨도 감가상각이 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을 갖어서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사진은 2016년 12월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회./부산=박주영 기자

—미술품 보유자들을 많이 만나 봤을텐데, 그들이 작품을 산 뒤 보유하는 기간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개인에 따라 다 다르다. 한 번 소장하면 계속 소장하기 원하는 경우도 있고, 1년 이내에 팔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고객이 문의해 오면 대략 얼마 동안 보유하라고 권고하나?


“좋은 작품을 골라 5~10년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등 단색화 계열 작가들의 경우, 단색화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았던 2015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거래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좋은 작가와 작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시장에서 주목 받으면 가격이 단시간 내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투자 성공법

—미술품 장기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이 있다면?


“모두 네가지이다. 첫째, 작가가 미술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인지, 또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인지 잘 평가해야 한다. 이 두가지 요소가 잘 결합된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김환기는 현재 한국 작가 중 단일 작품 최고가 기록을 가진 작가이다. 10여년 전과 비교해 작품의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김환기와 이우환 같은 작가들은 미술사적인 가치, 시장적인 가치가 더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작품 가격 역시 많이 상승했다.”


—두번째 비결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미술을 공부하려면 실물을 많이 봐야 한다. 김환기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다가 1974년에 작고했다. 김창열은 1960년부터 활발히 작업하다가 2021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겠나?


김창열은 6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그러면 그 동안에 그의 전성기가 있을 것이고, 그 전성기의 작품이 표현되는 소재가 있다. 그림을 그린 시기와 소재 같은 요소들이 모두 작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김창열은 평생 물방울을 그렸지만, 1970년대 전성기에 그린 작품이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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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은 60년간 물방울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그의 물방울 작품 중 1970년대 전성기 작품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미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1976년 작품.

—세번째와 네번째 비결은?


“세번째는 시장 가격을 공부해 적당한 가격에 사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어떤 책을 보고 공부하면 되겠냐고 물어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경매 데이터를 활용하면 좋다. 실제로 작품이 거래된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작품과 시장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작품의 내용과 크기, 제작연도, 거래 시기와 판매 가격이 경매에서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 어떤 작품의 적절한 가격을 알 수 있다.


네번째는 해외 시장 가격도 함께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 시장이 세계화되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작가가 인기인지, 그의 작품이 어떤 가격에 거래되는지도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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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아트뉴스 사이트.

—해외 가격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업체의 경매 데이터를 보면 개별 작품의 가격을 알 수 있다. 또 아트뉴스, 라이브아트, 아트네트 같은 미술 정보 사이트에서는 시장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


—미술품 장기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네가지 들었는데, 이 비결들을 종합해 독자들에게 안전한 투자법을 권한다면?


“2차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한 중견 작가 이상의 작품을 적절한 금액에 구매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즉, 시장에서 이미 검증이 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13년 투자수익률 1488%

—한국 미술품의 투자 수익률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나?


“아트프라이스 분석 자료에 의하면 김창열의 작품에 2008년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2021년에는 1558달러가 됐다. 13년간 투자수익률이 1488%이다. 또한, 같은 기간 이우환 작품의 투자수익률은 807%라고 한다.


예전에 내 고객이 A라는 작가의 작품을 3000만원에 구입했다가 4년 뒤에 경매로 1억 1000만원에 판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매우 수익률이 좋은 사례이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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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지난 13년간 평균 807%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장련성 기자

—어떤 경우에 손해를 보나?


“작가는 보통 수십년 동안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전시회에 걸린 그림이 작가의 전성기 그림인지, 적절한 가격인지 조사를 해 보고 사야 한다. 지금은 그런 정보가 워낙 많아서 조금만 검색하면 쉽게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미술품 가격이 왜 떨어지나?


“사람들의 선호가 바뀌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선호하는 미술작품과 2020년에 좋아하는 미술작품이 다르다. 예전에는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의 수요가 많았다면, 현재는 추상화가 인기를 끈다. 이처럼 미술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한다. 이런 경우 예전에 샀던 그림의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도, 또 가격이 낮았다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미술작품 어디서 살 수 있나?

—일반인들이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경매에 참여해서 살 수 있다. 둘째, 화랑이나 아트페어에 가서 실물을 보고 구매하면 된다. 셋째, 요즘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술품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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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미술품에 소액으로 조각 투자를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소투'.

—소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경매에서는 100만~300만원 내외의 비교적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미술품들이 많이 거래된다. 100만원짜리 미술품을 한번 구매해 본 고객은 다음 번에는 좀 더 비싼 작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초보 컬렉터(작품수집가)가 시간이 가면서 중견 컬렉터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최근 다양한 동양화를 경매한 적이 있는데, 고객이 월급을 모아 한국화를 많이 수집했다고 했다. 수집한 작품을 경매를 통해 만날 수 있었는데, 작품 한점 한점이 모두 좋았다.”


미술품 투자에 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내외 미술품 시장의 최신 흐름이 궁금해졌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시장의 흐름을 먼저 잘 알아야 적절한 투자종목을 잘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경매와 투자 이야기를 접어두고 국내외 미술계 트렌드로 화제를 돌렸다. 김현희 수석경매사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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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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