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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기어코 널 행복케 하마"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한글 편지

이중섭미술관, 희귀유품 첫 공개 "사랑·성공에 대한 결의 담겨"

"마사―너는 한없이 귀여웁고 탐스럽구나. 내 기어코 훌륭한 일을 쌓고 쌓어 너를 행복케 하마."

화가 이중섭(1916~1956)이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98)에게 쓴 한글 편지가 공개됐다. 이중섭이 애칭(마사)으로 부른 결혼 전 아내에게 연필로 써 건넨 것으로, 이름 '둥섭'과 그의 호 '素塔'(소탑)을 종이 위에 나란히 적고 반으로 접은 짧은 편지다. 날짜는 '194. 7. 6'이라고 적었다. 작품 수집 공고를 내 지난달 편지를 입수한 이중섭미술관 측은 "1939년 처음 만난 마사코가 아직 한글을 모르던 당시 장난기를 담아 이듬해인 1940년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이중섭이 한글로 남긴 편지는 매우 희귀한 데다 연인에 대한 사랑과 화가로 성공하겠다는 결의 모두 담겨 있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기어코 널 행복케 하마" 이중섭이

아내를 그린 엽서화 '앉아 있는 여자'. /이중섭미술관

"기어코 널 행복케 하마" 이중섭이

이중섭이 아내 마사코에게 한글로 쓴 편지. /이중섭미술관

그간 이중섭의 한글 편지는 거의 공개된 적이 없다. 친구였던 시인 구상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기증받아 서울대미술관이 2015년 한 차례 전시한 적이 있으나,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한글 편지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섭이 가족에게 쓴 편지는 주로 일본어로 적혔고, 애정을 표현키 위해 '뽀뽀'를 한글로 쓴 정도였다. 미술관 측은 "이중섭은 결혼 후 아내 마사코를 한글 이름 '남덕'으로 칭했기에 애칭 '마사'가 한글로 적힌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며 "이중섭과 '가족'의 이미지는 떼놓을 수 없는 만큼 진솔한 이중섭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료"라고 했다.


이번에 새로 수집한 작품 중에는 1941년의 마사코를 그린 엽서화 '앉아 있는 여자'도 있다. 글자 없이 오로지 그림만 그려져 있는데, 과거 아내 마사코가 길을 걷다 삐끗해 발가락을 다쳤을 때 마사코를 극진히 보살폈던 이중섭이 당시의 기억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이중섭의 엽서화는 현재 88점이 전해오는데, 그의 1940년대 그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화풍을 가늠할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중섭이 둘째 아들에게 보낸 편지화 '아이들과 복숭아'도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그동안 잘 있었어?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는지…(중략)…엄마와 형은 감기에 걸렸다던데 빨리 낫도록 잘 보살펴 주기 바란다. 야스카타(형)와 야스나리(동생)가 커다란 복숭아를 가지고 노는 그림을 그렸단다. 그럼 안녕. 아빠가." 작품은 7월부터 제주 이중섭미술관에서 상설 전시된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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