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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그냥 보지만 말고 선택하세요, 스토리가 바뀝니다

시청자가 극 전개에 개입해 줄거리 만들어나가… 넷플릭스 참여형 드라마 출시

"아침 메뉴를 골라보지 그러니? 프로스티, 슈가퍼프 어떤 걸로 할래?"

아침을 준비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향해 두 개의 시리얼 상자를 흔들자 시청자가 보고 있는 모니터에도 선택 메시지가 떴다. 둘 중 슈가퍼프에 커서를 갖다 대자 드라마 속 등장인물도 슈가퍼프를 선택하고, 드라마가 그대로 이어진다. 시청자가 극 전개에 개입해 줄거리를 만들어나가는 시청자 참여형 드라마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내놨다. 2011년 처음 공개돼 에미상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인기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의 특별판. 10대 프로그래머 스테판이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밴더스내치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괴물 이름이자 극 중 주인공이 개발하는 게임의 원작 소설 이름.

그냥 보지만 말고 선택하세요, 스토리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블랙미러’의 한 장면. 주인공이 게임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자 화면에 수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탭이 나타났다(왼쪽). 시리얼을 고르는 선택(오른쪽)부터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까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질문이 이어진다.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작가가 정한 전개와 결말을 따라가는 작품과 달리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수십 번의 결정을 내려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어 나간다. 어떤 시리얼을 먹을지 고르는 간단한 선택부터 회사 입사 여부, 삶과 죽음과 같은 중요 결정까지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고 결말이 바뀐다. 드라마 한 편 보는 데 3~4시간 걸릴 수 있지만 짧게는 40분 만에 끝날 수도 있다.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은 "실제로는 총 5시간 분량의 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주 세련된 걸작"이라 평하며 "(작가) 찰리 브루커가 TV 드라마를 망하게 해버렸다"고 단언했다. 시청자들은 트위터에 "괜히 컴퓨터를 부수는 선택을 내린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궁금하다" 같은 글을 올리며 서로 다른 결말을 궁금해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그려 넣은 흐름 전개도인 '밴더스내치 공략본'까지 등장했다. 어떤 결말은 암울하고 어떤 것은 너무 무섭기까지 하다. 크게 5개의 엔딩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작자인 러셀 맥린은 "실제로는 10~12개도 가능하다"고 했다.


작품은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을 넘어선다. 극의 상황에 몰입해 수십 번의 선택을 내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서늘함이 밀려온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주인공 스테판은 자신의 행동에 무언가가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청자는 스테판의 선택에 개입하지만 때로 막다른 길에 막혀 전개에 맞는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스테판을 맘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나 스테판이나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제작자 러셀 맥린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남긴 메시지 역시 묵직하다. "당신은 스스로 결말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말로?"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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