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사로잡는 남인도의 멋과 맛
채지형의 리틀인디아 제2화
고풍스러운 도시 코친에 가면, 대부분의 여행자는 포트 코친(port Cochin)으로 향합니다. 포트 코친은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로, 이곳에 역사적인 유적들이 몰려 있거든요. 포트 코친으로 가는 페리 안이었습니다. 활짝 핀 꽃처럼 환한 얼굴을 한 여학생들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알고 보니 코친에 사는 학생들이 아니라,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알라뿌자라는 도시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코친의 명물인 ‘차이니스 피싱넷’을 보러 가느냐는 제 질문에 함박 미소를 짓더니, 차이니스 피싱넷은 이미 여러 차례 봤다며 이번에는 비엔날레 보러 가는 중이라 했어요. 그러면서 코친은 인도에서 비엔날레가 처음으로 열린 곳이라며, ‘머스트 씨(Must see)’를 힘줘 말하더군요.
포트코친으로 향하는 페리에서 만난 알라뿌자에 사는 여대생들. 그녀들 덕분에 코치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를 둘러볼 수 있었다. |
비엔날레의 도시 코친
처음에는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포트 코친은 먼지가 켜켜이 쌓인 오래된 유물 같은 도시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저의 착각이더군요. 향신료를 둘러싼 암투와 분주한 무역이 과거였다면, 현대 미술과 풋풋한 낭만이 현재를 채우고 있었는데 말이죠. 알고 보니 코친은 예술작품을 즐기고 도서관에서 한가롭게 책장을 넘기며 향기로운 차 한 잔 즐기기 더없이 좋은 곳이었어요.
아스핀홀에서 열리는 코친 무지리스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
포트 코친으로 가는 대부분의 여행자는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데요. 페리에서 내려 차이니스 피싱넷이 있는 해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멋진 하얀색 건물이 나타납니다. 그곳이 비엔날레(Kochi Muziris Biennale)가 열리는 아스핀월(AspinWall) 하우스예요. 이 건물 역시 인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에요. 과거 코친이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향신료를 비롯해 각종 무역품을 저장해놓던 곳이었거든요.
난민들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 고통의 바다 |
비엔날레 타이틀에 걸맞게,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슈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는데요. 그중 한 작품은 ‘고통의 바다(in the Sea of pain)’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아스핀월 하우스 한쪽에 있는 긴 창고에 얕은 수영장처럼 물이 받아져 있더군요. 더운 날씨에 시원하겠다 싶어, 슬리퍼를 벗고 들어갔는데요. 이 물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향해 바다를 건너는 세계 난민들의 위기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전시장 끝에 있던 고통의 바다라는 시 한 편은 가슴을 아리게 만들더군요. 이 작품을 만든 시인 라울 주리타(Raul Zurita)는 지중해에서 익사한 시리아의 어린이 알란 쿠르디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어요. 시를 접하고 나오는 물은 더 이상 시원함을 주는 물이 아니더군요. 고통의 실제 바다를 상상하며 작품을 뒤로하고 나왔습니다.
(왼쪽)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는 페퍼하우스 (오른쪽) 향신료 창고로 쓰였던 페퍼하우스에 전시된 작품 |
낭만 가득한 아트 카페들
(왼쪽) 멋스러운 카쉬카페 (오른쪽) 카쉬카페에서 먹은 무슬리와 커피 |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데이비드홀 |
아침을 즐겨 먹던 카쉬 카페(Kashi cafe)와 피자가 맛있는 데이비드 홀(David Hall)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예술작품을 보면서, 멋스러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아트 카페들이거든요. 카쉬 카페의 무슬리는 숟가락을 넣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나오더군요. 맛도 그만이었고요. 데이비드 홀은 넓은 정원이 인상적이었어요. 커다란 나무에 달아놓은 그네도 사랑스러웠고요. 카쉬 카페와 데이비드 홀 모두 비엔날레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이곳에서도 비엔날레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주전자로 꾸며진 인테리어로 유명한 티폿 |
별도로 예술작품을 전시하진 않지만, 공간 자체가 작품으로 다가오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티 폿(Tea Pot)이란 곳인데요. 알록달록한 찻주전자를 높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지가 자욱이 앉아있지만, 그것마저 티폿의 매력을 더해주더라고요. 재미있는 인테리어 속에서 맛보는 이국적인 차 한 잔. 수많은 이들이 왜 코친에 반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바나나 잎 위에 차린 백반, 밀즈
(왼쪽) 남인도에서 아침으로 먹는 아빰 (오른쪽) 남인도 전통음식 뿌뚜 |
남인도는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남인도에서도 코친이 속한 께랄라(Kerala) 주는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어, 쌀을 주식으로 합니다. 그런데 쌀을 조리하는 방법은 우리와 좀 다르더군요. 우리처럼 밥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쌀을 빵이나 떡으로 만들어 주식으로 먹더라고요. 남인도 전통음식 중 하나인 아빰과 뿌뚜가 그런 음식이었어요. 각종 카라이와 함께 먹는데, 모양도 귀엽고 맛도 있어 자꾸 손이 가더군요.
남인도식 백반, 밀즈 |
남인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음식은 ‘밀즈’였어요. 남인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남편은 “드디어 밀즈를 먹을 수 있게 됐어”하면서 흥분하더군요. 도대체 밀즈가 얼마나 맛있기에 밀즈 노래를 부르나 싶었는데, 남인도를 떠나 북인도에 오니 저도 남편처럼 ‘밀즈 먹고 싶어’를 입에 달고 있더군요.
밀즈(Meals)는 남인도 현지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백반이에요. 반찬 격인 사브지와 소스인 차트니를 밥과 함께 내는 한 그릇인데요. 메뉴는 따로 없고, 식당마다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들어요. 북인도에서 먹는 전통음식인 탈리는 짜파티를 기본으로 내지만, 밀즈는 밥을 베이스로 해서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답니다. 인심도 우리처럼 후해요. 반찬과 밥을 계속 추가해주는 것처럼, 차트니와 밥을 원하는 대로 계속 채워준답니다. 조금 특별한 반찬을 곁들이고 싶다면, 굽거나 튀긴 생선이 추가로 포함되는 피쉬 밀즈를 주문하면 됩니다. 기본 백반에 요리 한 접시 가져다주거든요.
코코넛의 고소함과 알싸한 향
밀즈가 왜 이리 맛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코코넛 때문이 아닌가 싶더군요. 야자수가 넘실거리는 남인도답게 음식을 만들 때 코코넛을 듬뿍 넣어 고소함이 기본으로 깔렸거든요. 향신료가 넘치는 곳인지라, 웬만한 음식들은 코와 혀를 자극하는 알싸한 맛을 품고 있어요. 이것도 밀즈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인 것 같아요.
남인도에서 아침으로 먹는 아빰 |
여기에 멋들어진 그릇도 빠질 수 없는데요. 밀즈가 나오는 그릇은 자연의 그릇이에요. 바나나 잎에 올려주거든요. 밀즈를 파는 가게 한쪽에는 그릇, 아니 바나나 잎이 한가득 쌓여 있답니다. 어떠세요? 밀즈 한 그릇 맛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밀즈는 주로 점심으로 먹어요. 밀즈를 드시고 싶다면 12시 이후로 계획 잡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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