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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16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시장으로 가는 길 - 운하를 따라 이어져 있는 수상가옥들.

방콕을 생각하면 찰랑거리는 차오프라야 강이 떠오른다. 무더운 열기가 가라앉은 저녁 무렵,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바라본 차오프라야 강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차오프라야 강 뿐만이 아니다. 태국을 생각하면 물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먼저 다가온다. 태국의 대표 축제인 쏭크란(Songkran)을 비롯해, 꽃과 소망을 물에 띄워 보내는 러이크라통 축제(Roi Krathong), 차오프라야 강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국제 스완보트 레이스가 모두 ‘물’ 없이 상상할 수 없는 축제들이다.

 

물은 태국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할 때도 빠지면 안 된다. 물은 태국사람들에게 일 년에 세 번씩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줬고, 형형색색의 열대 과일을 안겨줬다. 이런 풍요덕분에 사람들이 한 뼘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섞여있는 시장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수로 위에 핀 꽃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모자 안 필요하슈

물과 가까이 사는 태국의 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랏차부리(Ratchaburi)주에 있는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Damnoen Saduak Floating Market)이다.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시장에 가면, 물 위에서 꽃을 사고 과일을 파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에 간 것은 방콕을 열 번쯤 여행한 후였다. 왠지 관광객의 관광객에 의한, 관광객을 위한 시장일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이었다. 막상 가 보니 관광객들이 북적거리기는 했지만, 민속촌처럼 관광객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곳은 아니었다.

 

수백 년 전부터 그들은 물 위에서 먹고 마시고 놀았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사는 사람이 아니라 관광객이 주 고객이 되면서 파는 물건들이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수상시장의 형태는 유지하고 있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수상시장이지만, 오토바이와 차가 모든 것을 운반하면서 역할이 약해졌다. 수상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줄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여행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은 활기를 다시 찾았다. 전통이 여행자에 의지하고, 여행자가 전통에 기대는 곳이라고나 할까.

아슬아슬 배 타고 시장 구경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망고사세요

과거 태국의 운송수단은 대부분 배였다. 수량이 풍부한 차오프라야 강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운하들이 많았다. 운하 길이만 300km가 넘었다. 운하를 따라 수상가옥들이 지어졌고, 운하 위를 자가용이라고 할 수 있는 배가 떠다녔다. 운하는 그들에게 만남의 통로이자 소통의 장소였다. 사람들은 직접 키운 과일을 배에 싣고 나왔고, 집에서 만든 음식과 손수 수확한 쌀을 가지고 나와 팔았다. 그들은 서로 필요한 것을 배에서 바꾸기도 했다. 눈을 마주치며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 이야기 마당도 펼쳐졌을 것이다.

 

운하는 미로였다. 여러 개의 운하가 이어져 있었다. 좁은 운하에 여러 개의 작은 배가 함께 움직이려니 꼬이기 십상이었다. 사진으로 보던 그림같은 풍경보다 소리가 먼저 달려들었다. 시장 특유의 복잡함과 높은 톤의 태국 말은 혼돈을 가중시켰다. 배 위에서 멍하니 십분 쯤 보내고 나서야, 망고를 실은 한 척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 망고를 가득 싣고 있었다. 노를 젓는 여인은 그런 눈빛은 여러 번 봐서 당연하다는 듯이, 오히려 미소를 보내왔다. 그녀가 타고 있는 배는 삼판이라고 하는 작은 배였다. 삼판은 폭이 좁고 길었다. 그리고 바닥이 평평해서 좁은 운하에서도 많은 물건을 싣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녀는 좁은 운하를 잘도 다녔다.

열대과일부터 팟타이까지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위) 바나나 잎으로 만든 그릇

(왼쪽 아래) 각종 해산물 구이 (오른쪽 아래) 시장에서 빠지면 안되는 먹거리. 국물 맛이 진한 국수가 인기

아슬아슬한 배 위에서 주로 팔리는 것은 망고나 람부탄, 파파야, 바나나 같은 자연의 선물들이다. 태국의 기후와 토양은 1년 내내 다양한 과일을 재배하기에 좋다. 그래서 열대과일들을 저렴한 가격에 맛보는 것은 태국을 여행하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열대과일들은 색감이 화려해 눈까지 즐겁게 만들었다. 자주 빛깔 안에 하얀 속살을 숨기고 있는 망고스틴과 털이 많은 람부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과일들이다. 누가 이 맛을 보고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특유의 향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큰 환영받지 못하는 두리안, 두리안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큰 잭플룻, 태국음식에 빠지지 않는 타마린느와 고수가 마음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위) 물 위의 푸드코트

(왼쪽 아래) 먹기쉽고 맛도 좋은 바나나구이 (오른쪽 아래) 물 위지만 튀김 요리도 거뜬

 

배에서 파는 것은 과일뿐만이 아니다. 팟타이(볶음국수)를 비롯해 쌀국수나 샐러드, 심지어는 각종 튀김요리까지 판다. 삼판에는 요리에 필요한 도구가 다 갖춰져 있다. 음식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바로 만든다. 가벼운 스프부터 얼큰한 똠양꿍까지 다 된다. 삼판 위에서 기름이 가득한 후라이팬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수상시장에 단련된 요리사는 앞에 있는 동료와 이야기까지 나누며 능숙하게 요리를 만들어낸다.

수상시장 필수품, 막대와 통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이거 줄까, 막대로 물건을 집고 있는 할머니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돈은 여기에 넣어주세요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은 새벽에 시작된다. 이른 아침에는 주민들과 현지인들이 많다. 그러나 오전 10시쯤 되면 노란색, 갈색, 빨간색 등 온갖 머리색을 한 여행자들이 모여 코스모폴리탄 시장으로 변한다. 방콕에서 출발한 관광버스들이 호기심 많은 여행자를 싣고 속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채소와 과일 등 먹거리를 파는 배가 대부분인 반면, 9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배가 늘어난다. 멋진 엽서부터 코끼리 인형, 밀짚모자 등 앙증맞은 기념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상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아낙네들은 모홈이라는 농부들이 입는 옷을 입는다. 농사를 짓다가 바로 나와 장사를 하다 보니, 모홈을 입고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자도 그렇다. 원뿔처럼 생긴 모자는 농부들이 쓰는 태국 전통모자다. 바람이 통하도록 모자 위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상시장에서 재미있는 풍경 중 하나는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를 이용하는 것이다. 운하에 어지럽게 떠 있는 배 사이에서 어떻게 물건을 주고받을 지 궁금했는데, 그 물음표를 없애준 것이 막대였다. 주문을 하니, 긴 막대를 이용해 통 안에 물건을 전달해줬다. 그리고 그 통에 돈을 넣어서 보냈다.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왼쪽) 가격표는 이곳에 (오른쪽) 즉석에서 기념품도 만들어드려요

수상시장이라고 운하 위에 띄워진 배에서만 물건을 파는 것은 아니었다. 운하를 중심으로 양쪽에 노점상과 가게들이 이어져 있었다. 운하 옆 계단에 앉아 막대와 통으로 물건을 사고, 현지사람들과 눈을 마주하며 팟타이를 먹다보니 시장 여행이 준 행복이 온 몸으로 스멀스멀 퍼져 나갔다.

암파와 시장도 함께!

물 위에 활짝 핀 담넌 사두억 수상시

암파와시장은 담넌 사두억보다 비교적 한적하다

담넌 사두억 시장만큼 유명한 시장이 암파와 시장(Amphawa floating market)이다. 사뭇송크람(Samut songkhram)주에 있는 암파와 시장은 태국 현지 분위기를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시장이다. 다양한 먹거리는 물론이고 멋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담넌 사두억 시장은 오전에 시장이 끝나지만, 암파와 시장은 오후에 열리기 때문에 야경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시장에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여유롭게 태국의 시장을 즐겨보고 싶다면, 하루쯤 암파와에 머무르면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좋다. 암파와 시장이 열리는 시간은 금토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암파와 시장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반딧불 투어와 메끌렁 시장이다. 반딧불 투어는 배를 타고 나가 암파와 근처에 사는 반딧불을 보고 오는 투어로, 인기가 좋다. 가격은 1만원 내외로, 2시간쯤 돌아본다. 메끌렁 시장은 시장 사이로 지나가는 기차가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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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