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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카매거진

차별화 된 구성으로 시장을 잡아라…2024년 전기차 기대작 삼파전

- ‘작지만 큰 무언가 온다’ 볼보 EX30…프리미엄 콤팩트 전기차 기준 세울까

- 무시할 수 없는 인기 테슬라 모델 Y…싯가 논란 자유로울 필요 있어

- 대중형 전기차 시대 천명하는 기아 EV3…e-GMP 적용 여부가 관건

금방이라도 전기차로 넘어갈 것 같았던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에 제동이 걸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전동화를 향해 가고 있다. 그 흐름에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거침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 같았던 시장은 잠시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런 정체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전기차 운행에 필수 요소인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보조금의 감소로 인한 구매 의욕 감소가 가장 크다. 물론 하나같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전기차들 덕분에 조금 더 다루기 쉬운 소형 전기차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램도 한 몫 했다. 이는 보조금과 함께 ‘조금 더 합리적인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2024년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다양한 전기차의 출시를 예고했다. 이들 중 과연 시장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꿰뚫을 기대작은 무엇일까.

◆ 무언가 큰 것이 온다…볼보의 전기차시대 ‘개봉박두’

우리나라는 수입차 브랜드에 있어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으며 중요한 시장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아니다’ 싶으면 미련을 갖지 않는다.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그럼에도 ‘전세계에서 이 모델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볼보자동차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3위라는 탄탄한 실적,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난해 일본을 앞서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1위, 글로벌 시장 8위를 기록했다. 좋은 판매고를 올려야 하는 중요한 모델을 투입해 힘을 실어주고 싶은 시장이다.


그 주자로 선택된 것이 바로 EX30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생태계로 들어서면서, 볼보 전기차 전용 네이밍을 사용했다. XC40 리차지와 C40 리차지. 그리고 국내에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EX90에 이어 네번째로 출시된 전기차기도 하다.

재밌는 점은 그동안 볼보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소형 전기 SUV라는 것. 기존 혹은 과거 회사가 판매했던 모델 중 가장 작은 모델이었던 C30보다도 작다. 길이*폭*높이 4,234*1,836mm*1,550mm의 제원은 아무리 작아도 영락 없이 SUV의 형상이기 때문에 체감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회사는 ‘무언가 큰 것이 온다(something big is coming)’이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 활용성의 측면에서 그 어떤 모델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30은 볼보자동차의 디자인 가치를 더 작은 형식으로 구현했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과 폐쇄형 실드, 디지털 버전의 ‘토르의 망치’ 헤드 램프는 전통적이면서도 독창적이다. 긴 휠 베이스와 앞뒤가 동일한 오버행, 큰 사이즈의 휠은 콤팩트한 차체와 대비되면서도 균형감을 이뤄 세련미를 더했다.

실내에서는 볼보가 전기차시대에, 그리고 EX30에 담고 싶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도 각기 고유한 표현을 연출한 4가지 인테리어 콘셉트는 친환경 소재를 통해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의 영역’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되새긴다.


불필요한 것은 합치고, 그러면서 사용을 줄이는 등의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센터 스크린 아래로 자리를 옮긴 글로브 박스, 센터콘솔의 하부로 숨어든 슬라이딩 시스템의 컵홀더는 크기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기준과 사용법을 제시하는 것은 대중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야 하는 의무기도 하다.


SEA2 플랫폼을 사용하며, 다양한 파워트레인의 구성도 가능해졌다.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와 싱글모터 조합을 통해 시티카의 면모를 보일 수도, 리튬 이온(NCM) 배터리와 싱글 또는 듀얼 모터 조합을 통해 긴 여정을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후륜 모터가 탑재된 싱글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가 출시된다. 세부 트림은 ▲코어 ▲울트라 2종으로 구성된다. 울트라 트림의 경우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키 플러스 ▲19인치 5스포크 에어로 휠 ▲파노라마 루프 및 ▲첨단 안전운전 시스템이 추가된다.


외장 컬러는 ▲클라우드 블루▲오닉스 블랙 ▲베이퍼 그레이 ▲크리스탈 화이트 등 4종, 실내는 ▲인디고 ▲브리즈 ▲미스트 등 3종이 적용된다(울트라 트림 기준).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싱글모터 익스텐드 레인지 기준 3만 4,950달러. 약 4600만원부터 시작한다. 공식 출시는 11월 28일 예정이다.

◆ 가격 변동성에 치이는 테슬라 모델 Y…인기는 있지만 ‘싯가에 피해볼라‘

테슬라는 명실상부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여러 논란을 빼고 봐도, 더해서 봐도 판매량이 많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의 기행과 ‘테슬람’으로 대변되는 광신도들의 맹목적 찬양을 제외해도 그렇다. 이젠 기행으로 똘똘 뭉친 스타트업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당당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테슬라의 실적의 큰 축은 상대적으로 컴팩트한 라인업인 모델 3와 모델 Y다. 특히 모델 Y의 경우 콤팩트 전기 SUV 형태를 취해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더 높은 시장 선호도를 갖고 있는 모델이다.


문제는 임박해 있는 부분변경형 모델 출시 시기, 그리고 널뛰는 가격이다. 모델 3의 경우 이미 페이스리프트를 단행, 하이랜드 모델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모델 S와 모델 X 역시 플레드 모델을 선보이며 소소한 변화를 거쳤다. 따라서 모델 Y 역시 디자인 변화를 포함한 부분변경 모델을 준비할 것은 당연한 순서다.

그간 테슬라의 오랜(?) 전통에 따르면, 모델 3와 모델 Y는 어느 순간 조용히 판매를 중단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인내해야 한다. 엄밀히 따진다면, 이미 모델 3는 주문이 불가능하고 모델 Y 역시 중국 기가 상하이에서 제작된 LPF 배터리의 모델 Y RWD 모델만 주문이 가능하다.


수시로 변경되는 차값 역시 오랜 전통이다. 지난 9월 모델 X를 출고한 한 소비자는 “하루 차이로 계약한 사람이 나보다 1,000만원 낮은 금액으로 출고 했다. 감가상각도 아니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하기도 했다.


모델 Y RWD의 경우 지난 7월 공식 출시 이후 5,699만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바뀔지는 알 수 없다. 2020~2022년 사이 테슬라는 최대 2,089만원이 인상됐다. 모델 3도 최대 1,230만원, 모델 Y는 1,500만원 가까이 비싸져 9,000만원을 넘긴 역사도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갑작스럽게 가격이 인하된 적도, 일주일 사이에 두차례 이상 인상된 적도 있다. 모델 Y가 현 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 SUV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가상화폐 구매하듯 수시로 변동되는 싯가성 가격은 차별점이 될 수 없다. 테슬라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 전기차의 대중화가 목표라는 기아 EV3…정말 e-GMP 적용될까?

니로EV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개발한 시범적 모델이었다면 EV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 기아의 전동화 시대 시작을 알린 모델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출시한 EV9는 대형 전기 SUV 모델로서 실험적 역할을 했다.


앞의 두 모델은 나름의 성공을 거둔 편이라면 EV9는 아직 성적표에 성공이라는 도장을 찍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기대보다 많이 높게 책정된 가격, 그에 대한 기회비용, 레벨3 주행보조기능의 계속된 지연 그리고 막상 운행해보니 크기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실제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 등이 원인이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적절한 크기 그러면서도 탄탄한 상품성의 삼위일체에 대한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그런 목표를 담아 공개된 것이 EV3다.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아는 지난 10월, 중국 전략모델로 개발한 EV5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며 EV3 콘셉트를 함께 공개했다. 비싼 가격의 전기차가 아니라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겠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대중화’를 천명했다.


EV3 콘셉트는 EV9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입었다. 전면부는 깨끗하고 볼륨감 있는 면과 새로운 EV 타이거 페이스를, 헤드램프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차폭을 강조하는 수직형 헤드램프가 사용됐다. 후면부는 전면부와 같이 스타맵 시그니처 테일램프와  볼륨감을 강조한 테일게이트를 사용했다. 실내는 사용성에 집중했다는 설명. 깔끔한 면과 수직과 수평 요소를 섞었다.

관건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적용 여부다. e-GMP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통합충전제어장치 ICCU다. 이를 통해 최대 150kW의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400V 시스템 대신 모터와 인버터 결합, 800V 시스템을 적용하며 최대 350kW의 초급속 충전이 가능해진다. 현대차에서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기아에서는 EV6와 EV9에 적용됐다.


문제는 기아가 EV3에 사용될 플랫폼에 대한 설명을 명확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e-GMP를 사용한다는 문구를 사용하면서도 400V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하는 식이다. 물론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국내 출시 일정이 내년 상반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인 상품 구성은 이미 끝났고, 양산을 위한 최종 검토 단계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e-GMP 플랫폼이 적용됐다’의 문제를 넘어 그룹사 전용 전기차의 장점으로 강조해온 초고속 충전과 V2L, 효율적인 BMS 등 차세대 전기차의 영역을 ‘정말’ 대중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성공적으로 출시를 한다면, 가격대는 3천만원 중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상반기는 무려 6개월이나 되고, 그 기간동안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 전기차 전쟁 1막의 끝…이젠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

최근 꾸준히 언급되는 이야기는 ‘전기차 침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전기차의 보급대수 증가에 따른 성장세의 둔화다. 전동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전기차 전쟁의 1막이 끝을 보이는 셈이다.


그래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기존 전기차들과, 경쟁 모델들과 어떤 점이 다른가’다.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그랬듯 대중이 원하는 전기차와, 이들과 다른 프리미엄 전기차의 구분이 필요해지는 순간이다. 기아는 EV3를 통해 ‘대중형 전기차’라는 포인트를 가져갔고, 테슬라는 ‘현시점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볼보는 ‘일반 전기차와 다른, 커다란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비슷한 크기와 차종. 그러나 완전히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2024년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일으키게 될 전망이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최정필 기자 choiditor@carmg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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