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열린 구글 지도 토론회, 쟁점은 무엇?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으로 인한 논쟁이 국회로까지 번졌습니다. 이우현(새누리당)·민홍철(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구글 본사의 지도 담당자인 권범준 구글 지도 서비스 프로덕트 매니저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글 쪽에서 책임자가 참석한 첫 토론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언론과 관련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토론회는 권 매니저가 구글의 입장을 발표하고 8명의 패널이 토론를 하는 형식으로 이어졌습니다. 8명 중 6명은 구글의 지도반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2명은 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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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유출과 안보 문제
사실 이날 토론회에서 안보는 예상의로 주요한 쟁점이 아니었습니다. 패널 중에 안보와 관련된 인사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구글 지도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어떤 면에서 그런지 토론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구글 권 매니저는 “구글 지도 유출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오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이미 안보관련 데이터가 삭제된 것이기 때문에 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은 “구글이 왜 우리나라 안보를 판단하느냐”면서 “안보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핀잔을 줬습니다.
서버 설치 여부
서버 설치 문제는 구글 지도 관련 논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입니다. 국내 공간정보 관련 기업들은 “구글이 지도 서버를 한국에 두면 되는 문제 아니냐”면서 지도 반출 요구하지 말고 서버를 구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한국측량협회 박병욱 부회장은 “구글이 국내 지도 서비스를 과연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안하는 것인가 의구심이 있다”면서 “국내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데이터 서버를 국내에 두면 얼마든지 서비스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의 권 매니저는 “오해”라고 주장합니다. 구글이 서버를 두기 싫은 게 아니라, 서버를 두더라도 반출 허가는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 매니저는 “구글 지도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이어서 분산 저장된다”면서 “한국에 서버를 두더라도 해외로 데이터가 나가기 때문에 반출 허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는 일단 서버 두고나서 얘기하라는 입장입니다.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은 “엄청난 데이터 센터를 두라는 게 아니라 그냥 지도용 서버를 두라는 것”이라면서 “구글의 서버가 한국에 없어서 한국 법의 실효적 지배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글 지도, 세금과 관계 있나
최근 구글을 공격하는 가장 큰 이슈는 ‘세금’입니다. 구글이 세금을 내기 싫어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한다는 주장이죠.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앞서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가져갔고, 구글 플레이에서도 많은 돈 이 의장은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가져갔고, 구글 플레이에서도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구글이 얼마를 버는지, 세금 잘 내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중국처럼 막자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공간정보학회 신동빈 회장도 “국내 기업들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구글은 세금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구글이 (세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매니저는 이에 대해 “한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서 제대로 세금내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입지는 세금을 회피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매니저의 설명은 한국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지는 못할 듯 합니다.
한국인들은 구글이 한국에서 걷은 매출에 비해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구글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구글이 실제로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지, 적게 내고 있다면 그것이 국내에 서버가 없기 때문인지, 만약 그렇다면 지도 서버를 두면 구글의 세금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아직 모두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되나
사실 지금까지는 쟁점은 명분싸움의 일환입니다. 토론자들의 속마음은 어쩌면 다른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방청석에서 나온 어떤 분의 발언에 핵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공간정보관련업체에 근무한다는 그는 “구글이 들어오면 한국 공간정보관련 업체들은 다 죽는다”면서 “이 분야에서 10만명이 먹고 살고 있는데,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국가 안보니 세금이니 하는 건 본질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구글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대한 거부감 또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한국과 미국 기업이 IT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누구의 편을 들고 어느 산업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 권 매니저는 “국내에 좋은 지도 서비스가 이미 많아서 구글이 제대로 지도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이용자들은 국내 서비스를 쓸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경쟁이 커지면 국내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져 좋은 것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
권 매니저는 특히 “국내 업체들이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글. 심재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