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구시청 부근, 정인 청국장 보리밥 … "이 푸짐함이 만원이라구?"
푸짐한 보리밥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음식값이 오르는 때에 한끼 식사를 위해 먼길 마다않고 싼 곳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이 되기 쉽상이다. 분당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구시가지쪽이 음식값이 1천원이상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분당의 경우 해장국 한 그릇도 대부분 1만원 이상을 넘고 있기 때문이다. 몇 천원하던 것이 이제는 만원을 주어야 간신히 점심 한끼 태울 수 있다는 사실이 서럽기만 하다.
이런 유목민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물론, 분당쪽은 아니다. 맛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구시청(현 성남시의료원)쪽으로 방향을 택해야 한다. 분당에서 지하철 타기는 애매하고 야탑쪽에서는 시내버스 50번, 220번 등 시립의료원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자가용으로 오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고 시립의료원 주차장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가성비가 맞지 않으니 대중교통 선택을 권한다.
청국장과 색깔이 고운 보리비빔밥 재료. |
시립의료원 정문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정인 청국장 보리밥' 간판이 보인다. 인근에서는 이미 널리 소문이 난 탓에 일찌감치 가지 않으면 대기 순번을 타야 한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면 주로 '내돈 내산'으로 많이 소개되는 곳으로 넓지 않지만 빼곡히 들어 앉은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이곳이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금새 느끼게 된다.
당연히 주메뉴는 청국장 보리밥이다. 고기가 좋으면 제육덮밥 또는 오징어덮밥도 시키면 좋지만 메뉴판 가장 상단에는 청국장 보리밥/쌀밥이 차지하고 있으니 고민하지 말고 "보리밥 0개요"라고 시키면 된다. 이때 주인장이 한번 더 물어 본다.
"보리밥이냐?. 쌀밥이냐?, 아니면 반반이냐?"
혹시 처음이라면 보리밥보다는 반반을 권한다. 보리밥집 와서 쌀밥을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
단돈 만원으로 보리밥의 진수를 접하는 정인 청국장 보리밥. |
주문을 하고 나면 식탁이 차려진다. 이때부터 놀라기 시작한다. "과연, 이게 만원인가?"싶을 정도로 푸짐하게 나오는 맛집 느낌을 갖게 한다. 각종 쌈채소가 한쪽을 차지하고, 이어서 청국장, 열무, 동치미, 김치, 오정어 젖갈 등이 차례로 나온다. 이 집의 압권은 항아리 뚜껑에 담겨 나오는 비빔밥 재료다. 시원한 무채부터, 나물무침, 콩나물은 고추가루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으로 나귀고, 가운데는 새싹채소가 떡하니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청국장이 나오면 밥상은 완성된다. 진한 청국장이라기보다 냄새는 덜하고 다소 엷은 된장찌개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청국장인 듯 싶다. 맨 마지막에는 제육이 등장한다. 두툼한 고기가 아니라 얇으면서 양념소스를 더한 달콤한 맛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성남시의료원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정인 청국장 보리밥. |
보리밥 먹는 법은 간단하다. 항아리 뚜껑에 담겨진 각종 채소를 보리밥 위에 뜸뿍 엊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비면 된다. 오른쪽으로 비벼도 되고, 왼쪽으로 비벼도 된다. 빨갛게 윤기가 도는 보리밥이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졌다면, 본격적이 식사 전에 청국장으로 목넘김을 좋게 만들어서 시작을 알린다. 보리비빔밥을 한숟갈 먹고, 이어 쌈채소에 제육을 얹어 추가로 입안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훌륭한 식도락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밥 한그릇 뚝딱이다.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 내는 가격은 단돈 만원이다. 이것이 구시청쪽 클라스다.
분당신문 유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