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우동을 라면 값에? …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 'ㅓ초우동 2, 00'을 아십니까?
▲ (아래 좌측) 2020년 5월 간판의 모습과 현재의 간판의 모습이다. |
소싯적 학교앞 문방구와 그리고 참새 방앗간처럼 꼭 들리곤 했던 분식집. 그 분식집의 메뉴는 단촐했던 기억이 난다.
떡볶이도 있었고, 만두, 찐빵…. 그러나 항상 뇌리에 깊게 박였던 메뉴는 쫄면과 우동이었다. 상큼한 양념에 아삭 아삭 씹히는 콩나물과 잘게 썰은 상추가 얹어 있었다. 우동은 말 그대로 기계우동이다. 주문하면 반죽을 기계에 넣고 즉석에서 뽑아주는 면빨이 쫄깃한 옛날 우동의 맛이다.
그래서 그런지, 분당에서 그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정자동 한솔마을 건너편에 위치한 이곳은 간판부터가 범상치 않다. 'ㅓ초우동 2, 00'이라고 붙어있다. 이곳을 한번쯤 와본 사람은 금방 해석이 가능하다. 즉, 원래 간판은 '서초우동 2,500'이었다. 그러니까 우동 가격이 2,500원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간판이었던 셈이다.
▲ 이곳의 대표 메뉴는 우동과 쫄면이다. 모든 면은 즉석에서 뽑는다. |
과연 몇년 전 가격일까? 검색을 해보니 2020년 5월경에는 간판이 '서초우동 2,500'이 남아있었고, 당시 가격은 수제우동 3,500원, 수제쫄면 4,500원이었다.
4년이 흐른 현재는 우동은 1천원이 오른 4,500원(현금할인가)이었고, 쫄면은 이보다 약간 더 오른 6,000원(현금할인가)을 받고 있었다. 가격이 변했으니, 앞으로 간판도 굳이 앞 자리 '2'를 고집할 필요도 없어진다. 아니다.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저 숫자마저도 저절로 떨어져 없어질지 모른다.
이곳 손님은 점심 때는 주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한솔마을 인근에 학교가 많은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쫄면과 우동은 아이들의 소울 메뉴이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리고, 한참 뜸하다가 3시가 조금 넘으면 40대 정도의 손님들이 무심한 듯 찾는다. 오자마자 맨 앞으로 나가서 현금 또는 카드로 먼저 계산을 하고 메뉴를 주인장에게 말한다.
▲ 주문이 들어오면 숙성반죽을 기계에 넣고 즉석에서 면을 뽑는다. |
그때서야 느릿느릿 주방으로 향한다. 기계음이 들리고, 5분 정도 지나니 우동 한그릇이 뚝딱 나온다. 손님은 앉기 전에 단무지와 깎두기를 가지런히 놓고 주문한 음식을 받아 온다. 기계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1인 사장'이 혼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면 가득 설명이 가득하다. 먼저, 우동을 강조한다. 우동국물은 16가지 천연재료로만 우려내 맛이 깔끔하다고 하고, 우동면은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숙성하여 면발이 쫄깃하다고 한다. 두번째로 강조하는 메뉴는 쫄면이다. 쫄면 소스는 12가지 천연재료(우동국물보다 2가지 적다)로 직접 만들고 열흘간 저온숙성하여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계산대 앞에서는 카드 계산 방법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왜냐면 계산도 손님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이곳 손님이라면 물, 반찬, 식기반납까지도 직접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 대해 주인장은 "저희 음식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주요 원재료는 주인이 직접 만들어 원가가 적게 들고, 셀프로 운영하여 인건비가 안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1인 사장 혼자 하는 음식점이라 벽면에 설명이 가득하다. |
이곳의 주메뉴는 생면 우동과 쫄면이다. 그리고 우동에 김치를 얹으면 생면김치우동(5,000원), 우동은 얹으면 생면어묵우동(5,500원), 김치와 우동을 다 얹으면 생면어묵김치우동(6,000원)이 된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잔치국수(5,000원)와 비빔국수(6,000원), 그리고 맥반석 달걀(500원)이 있다. 모든 메뉴의 곱배기는 1,000원 추가다.
재료는 김치를 제외하곤 모두가 국내산이다. 밀가루(대한제분 최고급), 어묵(사조산업 최고급), 깍두기(국내산), 김치(중국산), 단무지(국내산)이라고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다. 참기름은 100% 진짜 참기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곳의 최대 장점은 김밥 등 외부음식을 반입하여도 된다는 점이다. 다른 분식점에서는 꼭 있는 김밥이 없기 때문이다.
분당에서 추억을 찾을 나만의 맛집을 추천하고 싶다면 가볼만 하다. 주인자의 시크함도 있지만 다소 낡은 듯한 추억이 묻어나는 테이블이 어릴적 추억 여행으로 데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자와 숫자가 떨어져 나간 '서초우동'의 간판이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기에 충분하다.
유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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