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탓? 휴게소 음식값 논란의 본질은
법안톺아보기
우원식 의원, 휴게소 감독규정 담은 도로공사법 개정안 발의
비싼 휴게소 음식값 본질은 인건비 보다 높은 수수료율 문제
휴게소 운영업체 재평가때 높은 수수료율에 '패널티' 줘야
3주 뒤면 추석명절입니다. 명절에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고향 길을 찾는 귀성객들로 넘쳐나는데요.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흡연·금연구역의 경계가 명확해졌고 화장실도 깨끗해졌습니다. 휴게소의 가장 큰 즐거움인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 값이 비싸고 품질은 떨어진다는 불만도 끊이질 않는데요.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법안 하나가 최근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발의한 한국도로공사법 일부 개정법률안인데요.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입니다. 도로공사는 자신들이 일부 휴게소를 직접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휴게소는 입찰을 통해 민간기업에게 휴게소 운영권을 위탁하고 임대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원식 의원의 법안은 도로공사에게 휴게소 운영업체에 대한 감독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공사가 휴게소 입점업체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여부, 휴게소의 안전과 상품의 위생·가격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우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자 여러 언론에서도 내용을 다루면서 관심이 뜨거워진 상황인데요.
이 법안을 이해하기 위해선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에 녹아있는 두 가지의 경제적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합니다.
첫 번째 휴게소 음식 값에 녹아든 경제 원리는 독점사업이라는 특성입니다.
우리가 직장근처 혹은 집근처 식당을 찾을 땐 예컨대 라면과 김밥을 먹고 싶으면 여러 분식집을 비교해 본인만의 '최애' 식당을 정해놓지만, 휴게소에선 그럴 수 없습니다. 휴게소마다 라면·김밥을 파는 곳은 하나뿐이어서 굳이 가격이나 품질을 비교해 구매하려면 차를 몰아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다음 휴게소까지 가야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수료체계입니다.
일부에선 최저임금 등 인건비 문제를 거론하며 휴게소 음식 값이 비싼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론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반론은 휴게소 고유의 계약관계와 수수료율이란 변수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이란 재반론을 하고 싶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기본적으로 두 단계 계약이 이뤄집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입찰을 통해 특정업체에 휴게소 운영권을 맡기고, 운영권을 확보한 업체는 다시 개별 점포와 계약을 맺는 구조입니다. 즉 휴게소의 라면·김밥을 파는 식당은 휴게소 운영권을 가진 업체에게 음식 값의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내고, 운영업체는 이들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다시 일정금액을 도로공사에 임대료로 내는 것입니다.
다음 표를 보시면 우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주 사먹는 인기음식에 얼마나 많은 수수료가 붙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참고로 해당 자료는 2017년 기준이어서 지금은 일부 변동됐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손님들이 많이 주문하는 돈가스에는 51%의 수수료가 붙어있습니다. 돈가스 가격이 1만원이라면 5100원이 수수료로 녹아들어있다는 얘깁니다. 따라서 돈가스점포는 1만 원짜리 돈가스를 팔아 5100원은 수수료로 내고 나머지 4900원을 손에 쥡니다. 4900원에서 다시 인건비나 재료비를 빼야합니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방향 서천휴게소의 돈가스에 붙은 수수료율은 58%입니다.
돈가스외에도 통감자·우동·핫바·오징어·호두과자·라면 등 휴게소 인기 음식 가격의 절반이 수수료입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최저임금 등 인건비 문제는 휴게소 음식 값에서 최우선 변수가 아닙니다. 휴게소 음식값을 결정하는 최우선 변수는 바로 수수료입니다.
따라서 음식 값의 절반을 먼저 잡아먹고 시작하는 수수료 문제를 외면하고서 인건비 상승만 탓하는 건 정확한 지적이 아닙니다.
휴게소 음식 값 문제해결에 접근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등 인건비부터 먼저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수수료 구조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해야합니다.
휴게소 운영업체들이 입점업체들로부터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걷어가는 곳은 휴게소 운영 재계약권이 달린 평가때 강한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대안 중 하나입니다.
휴게소 계약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연간 1760억 원(2016년 기준)의 휴게소 임대수익을 거두고 있는데요, 도로공사가 받는 임대료가 높아서 운영업체들은 또다시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매년 추석 명절에 즈음해 [휴게소 워치]시리즈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실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올해 [휴게소 워치 시즌3]에서 수수료율 문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겠습니다.
[비즈니스워치] 박수익 기자 park22@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