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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 G70, 무심결에 음미한 질주의 맛

빼어난 동력성능 과시해도 안에서는 '잠잠' 균형 갖춘 똑똑한 주행..좁은 2열 '옥의 티' [비즈니스워치] 윤도진 기자 spoon504@bizwatch.co.kr


워낙 차를 세게 모는 성격이 아니다. 급가속 급정거는 어지간 해선 하질 않는다. 20여년 전 운전면허 도로 연수를 그렇게 받았다. 운전석 옆에 앉은 채 잠을 청한 아버지는 출발이나 정차할 때 고개라도 까딱 흔들려 깨면 "운전 험하게 한다"고 나무랐다.


제대로 밟을 줄도 모르는 시승자에게 고급 스포츠 세단 제네시스 'G70'는 그야말로 '개발에 편자'라 여겼다. 하지만 웬걸. 편자를 달면 애완견도 경주견이 될 수 있다. 허벅지에 살이 붙은 유비가 몸을 실어도 적토마는 장강을 쉬이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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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달 초 나흘 동안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70를 체험했다. 이 차를 타고 경기도 성남에서 서울, 여주, 대구 등을 다녔다. 누적 600km에 가까운 주행거리를 11시간 넘게 몰아본 비교적 긴 시승 기회다.


탁송해 받은 G70는 일단 잘 생겼다. 요즘 나오는 현대차 신차들처럼 너무 튀지 않는 외관이 부담스럽지 않다. 고급 세단의 품격을 가졌지만 얌전하지 않은 야성을 품고 있다는 게 입체감 있는 앞모습에서부터 드러난다.


얼핏 보면 패스트백 느낌이 나는 뒷모습, 균형 잡힌 차체 앞뒤 비율에도 다부진 근육질 청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재작년 출시 행사에서 루크 동커볼케 당시 제네시스 디자인 담당 전무(현 기아차 디자인 부사장)는 G70를 "정장을 입은 채 산 속 굽은 주로를 운전하고, 격식있는 행사에 참석하는 진정한 드라이버에게 어울리는 차"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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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차체도 그렇다. 차높이(전고)는 1400mm로 스포츠카 보험료 할증이 붙지 않는 선에서 가장 낮췄다. 주로 SUV를 몰다가 이 G70 운전석에 오르니 아예 바닥에 주저 앉는 기분까지 든다.


차체가 낮은 만큼 길에는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릴 때 특히 그랬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에 살짝 힘을 주니 제한속도의 1.5배 가까운 수준을 훌쩍 넘긴다. 이대로 조금 더 밟아볼까 싶은 순간, 계기판 숫자는 앞자리마저 바뀐다. 그래도 낮게 깔려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지금껏 몰아본 현대·기아차 중 가장 경쾌한 가속 성능이다.


이 차는 3.3 T-GDI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70마력(ps), 최대토크 52.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물려 있다. 힘이 모자라는 기색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시승한 G70 가솔린 3.3 터보 모델은 'G70 스포츠'라는 별칭을 가졌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닿는 시간) 4.7초(2WD 기준), 최대 시속 270km의 주행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어지간하면 엔진회전수(RPM) 1500 언저리에서 옆 차들에 뒤쳐지지 않고 달린다. 차를 살살 모는 사람도 무심결에 질주의 맛을 볼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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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주행 방식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운전석 등받이(볼스터)가 탄탄히 조여온다. 질주 본능은 더 자극된다. RPM은 더 쉽게 뛰고 변속도 더 역동적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급한 곡선주로에서도 쉽게 빠져나간다.


시승전 내부 소음이 다소 있다는 평을 들었는데 실제로는 거슬리다고 느끼지 못했다. 바람이 차체에 부딪는 소리(풍절음)도 별로 없었고, 노면 소음은 콘크리트로 된 민자고속도로 위에서만 조금 신경 쓰였다.


둔탁하지 않은 엔진음은 자연스러웠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차에는 주행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엔진음과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사운드를 합성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시스템이 탑재됐다고 한다.


동승자는 이런 운전을 하는데도 2시간 넘게 꿀잠을 잤다. 그 정도로 조용하고 승차감도 편했나 싶다.


첨단 운전보조장치들 덕에 운전도 피로가 적었다. 고속도로 주행보조(HDA)를 켜고 정속 크루즈 주행 기능을 가동하면 전방 충돌방지,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 자동으로 작동해 반자율주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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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주행 중 운전석에서 본 계기판과 전방/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대구에서 올라오는 길이 연휴 마지막 날이라 구간구간 가다서다를 반복했는데 제한속도로 맞춰두니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맞추며 가속과 감속을 스스로 했다. 이 정도면 서너시간 내리 운전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장도 고급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이고 깔끔했다. 가장 눈길을 빼앗은 건 3차원(3D)으로 구현되는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클러스터)이었다. 다양한 주행 정보를 여러 방식의 입체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주행 방식과 연동해 바꿔 사용할 수도 있는데 운전하면서도 자꾸 눈이 갔다.


2019년형 모델부터 기본으로 장착했다는 공기청정 기능도 요긴했다.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 순환 공기를 반복 필터링해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장치다. 요즘 같은 때 쏠쏠하게 쓰이겠지 싶었다.


다만 실내 공간이 두 명 넘게 타기에는 다소 좁다는 게 아쉬웠다. 1열 동승석을 조금만 넉넉히 설정해도 뒷좌석 성인 탑승자는 무릎이 불편하다. 반대로 뒷좌석 탑승자가 편하려면 1열 탑승자가 안락함을 양보해야 한다.


적재공간도 여가 활동에 활용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랜저'에 4개가 들어간다는 골프 캐디백은 두개까지만 실린다. 그래도 키를 들고 차 뒤에 서면 4~5초 후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기능은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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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나타난 주행 이력 정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엔진 성능이나 배기량을 생각하면 걱정스러웠던 연비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8.6㎞였는데 시승기간 전체 평균 연비는 10.4㎞, 고속도로에서는 ℓ당 13㎞ 정도가 나왔다. 전체 운행 구간 중 고속도로 비중이 80%는 됐다.


시승차 가격은 5709만원이었다. G70 3.3T 스포츠 프레스티지 트림에 유상 옵션인 와이드 썬루프, HTRAC(전자식 4륜구동),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등이 달렸다. 동력성능이나 첨단 운전보조기능 등을 감안하면 경쟁 모델인 수입차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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