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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현대·기아 탐내는 이유

현대차그룹-애플, 전기차 협력설 모락모락 

진입장벽 무너진 자동차, IT와 합종연횡 가속 

애플, '사지선다' 협력사 선택지 두고 고민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전기차 협업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이 현대차 측에 애플카 협력을 제안했고 정의선 회장의 재가만 남았다"는 지난 8일 보도에 이어 "기아의 미국 조지아 공장이 애플카 생산기지로 유력하다"는 후속 기사가 지난 19일 나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11일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공식답변을 내놨다.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업 요청을 받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 업계에선 왜 애플이 현대차에 손 내밀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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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진입 장벽' 무너졌다

전 세계로 시각을 넓히면 자동차 시장의 장벽은 무너지고 있다.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산업의 진입 장벽은 유독 견고하고 높았다. 자동차 브랜드 중 100년이 넘는 곳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되면서 견고했던 장벽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엔 정보기술(IT)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03년 창업한 테슬라가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전세계 자동차 회사들을 단숨에 제치고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산과 판매 생태계가 무너진 가운데 테슬라는 독주했다. 관련기사☞ [테슬라 vs 현대차]①꿈의 크기만큼 달린다


진입장벽이 무너지자 세계 곳곳에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애플 아이폰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은 중국 자동차 회사 지리(吉利)와 자동차 주문 제작 전문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리는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와 전기차 생산을 위한 합작사 '바이두 자동차'도 만들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3인방에 투자한 곳도 IT회사다. 웨이라이(蔚來·NIO)는 텐센트(騰訊), 샤오펑(小鵬·Xpeng)모터스는 알리바바와 샤오미, 리샹(理想·Li Auto)은 메이퇀이 주요 주주다. 연간 4만대를 파는 웨이라이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374만대를 판 현대차보다 2배 더 많다.


GM의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 잡는다. GM은 마이크로소프트, 혼다 등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크루즈에 약 20억달러(2조1980억원)의 신규 주식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자동차 회사끼리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전기차 공동개발에 나선 GM과 혼다는 막바지 작업에 나섰다. 과잉투자 방지를 위해 GM의 미국 테너시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서 혼다의 전기차를 위탁생산키로 한 것이다.

애플의 선택지, 많지 않다

애플도 일찌감치 전기차 시장을 준비했다.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가동하고 테슬라 등에서 인력을 영입했다. 자율주행이 탑재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 인력을 대규모 해고할 땐 전기차 사업을 접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작년 말 한 외신에서 2024년까지 애플이 자율주행이 탑재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실상 애플의 전기차 진출이 공식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이 설계한 전기차를 외부 생산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1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전기차를 애플이 직접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애플의 협력사 후보군으로 떠오른 곳이 현대차그룹이다. 애플은 현대차그룹과 협력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공동개발에 나섰다는 국내 보도에 대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았다"고 조회공시 답변을 내놓은 것을 보면 애플의 공동개발 제안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기업들은 기사가 제기한 '팩트'가 틀렸을 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기 때문이다.


애플 입장에서 봐도 전기차의 생산을 맡길 자동차 회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전통 완성차 업체 중 2025년 전기차 100만대 이상 생산판매 계획을 세운 동시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진 곳은 폭스바겐, GM, 르노그룹, 현대차그룹 등에 불과하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 공장도 갖춰야 한다. 애플이 이 중에 한 곳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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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걷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 모형. 2년뒤 현대차그룹은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사진=비즈니스워치 DB

"현대차그룹, 이렇게 달라졌어요"

현대차와 기아의 전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7위, 2017년 13위, 2018년 8위, 2019년 5위, 2020년 3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내연기관차 뼈대에 모터와 베터리를 올린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에 둔 전기차 '아이오닉5' 출시도 앞두고 있다. 모듈 방식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과 차급에 적용 가능해 확장성도 뛰어나다. 관련기사☞ 테슬라보다 낫다? 현대차 'E-GMP' 궁금점 셋


투자 성향도 확 달라졌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차 강판 생산부터 자동차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동 부지 등 부동산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등을 보면 더이상 내연기관차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이기도 하다.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생산을 맡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애플이 다른 자동차 회사와 손 잡을 수도 있고 갑자기 전기차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단순히 애플의 하청업체에 머무는 조건이면 현대차그룹이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주의'로 유명한 애플이 손을 내밀 정도로 현대차그룹이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진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설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비즈니스워치]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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