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충격 오래가네…MP그룹·남양유업 등 '진행형'
불매운동 수년간 장기화하며 수익성 악영향 소비자 목소리 커지면서 단숨에 '공공의 적' 빠른 사과·경영진 사퇴 등 선제적 대응 중요 [비즈니스워치] 강현창 기자 khc@bizwatch.co.kr
본사나 최대주주의 갑질과 일탈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식품·유통기업들의 실적이 악화일로에 있다.
사명을 바꾸거나 브랜딩을 다시 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면서 불매운동의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스터피자의 MP그룹과 남양유업, 옛 영남제분에서 이름을 바꾼 한탑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소비자 등 돌리자 증시서도 퇴출 위기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미스터피자 운영사인 MP그룹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놓고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폐지 사유는 5년 연속 영업손실이다. MP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별 기준으로 2015년 73억원, 2016년 89억원, 2017년 110억원, 2018년 46억원 등 매년 큰 폭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작년에는 그나마 손실 규모가 2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매출도 1428억원에서 656억원으로 54%나 감소했다.
가맹점 숫자도 2014년까지만 해도 434개에 달하면서 업계 1위에 올랐지만 지금은 40% 가까이 급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가맹점 수는 262개에 불과하다.
잘나가던 미스터피자가 손실로 돌아선 건 2015년 시작된 불매운동의 여파가 컸다. 미스터피자는 2015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100여 명이 매출의 4%에 달하는 광고비가 부당하다고 본사에 항의하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의 가맹점을 해약한 사실이 알려졌다.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점주의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내고 '보복 영업'에 나서 해당 점주가 자살하기도 했다.
이어 정우현 MP그룹 회장이 술에 취한 상태로 가맹점에 들러 건물 경비원을 폭행해 입건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결국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고, 정 회장이 친인척을 동원해 가맹점에 비싼 가격으로 치즈 등을 납품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가 적발되면서 사세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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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유업, 불매운동으로 직격탄
남양유업도 갑질의 여파가 심각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억원에 그쳤다. 전년 85억원과 비교하면 채 5%도 안된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고, 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회사임을 감안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1억 5845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녹취록 공개 당시 해당 영업사원이 사표를 내고, 회사는 사과문을 내면서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 직원이 떡값을 요구하는 녹취록과 이를 송금한 내역까지 공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밀어내기 관행을 아예 전산에 입력해 시스템화했으며, 이를 은폐하려던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편의점 중심의 소매점주들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불매운동의 여파로 16년 만에 매일유업에 매출과 시가총액을 추월당하면서 1위 우유회사 타이틀도 뺏겼다. 최근 남양유업이 자회사인 남양에프앤비(F&B)의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꾼 이유도 이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은 남양을 언급하지 않는다. 매일유업의 폴바셋이 '매일우유가 만드는 우유를 쓴다'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 '공공의 적' 된 한탑…B2B도 예외없는 불매운동
제분업체인 한탑도 불매운동으로 실적이 추락하고 있다. 한탑이라는 사명은 지난 2015년 바꾼 것으로 원래 이름은 영남제분이다. 한탑은 지난해 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1000억원대에서 900억원대로 줄었다.
한탑이 불매운동에 오른 이유는 일명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법대에 다니던 하 모양이 당시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인 윤길자 씨의 청부를 받은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살해당했다. 사위의 여성관계를 의심한 윤 씨가 사위의 이종사촌 동생을 납치하고 살해토록 지시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본격적인 불매운동은 무기징역을 받은 윤 씨가 교도소가 아닌 신촌 세브란스병원 VIP병실에서 지낸다는 보도가 나온 201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언론은 영남제분의 오너일가가 시세조정과 사기적 부정거래,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 등으로 수차례 검찰 고발을 당했으며, 특히 살해사건의 주범인 윤 씨가 형집행정지제도를 악용해 수년간 호화병실에서 생활한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그러면서 영남제분의 밀가루를 사용하는 유통업체들이 불매운동 대상에 올랐다. 영남제분은 B2B 위주였지만 불매운동의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결국 롯데제과와 삼양식품, 농심 등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영남제분의 '해바라기표' 밀가루 사용을 중단했다.
당시 영남제분은 코스닥 시가총액이 546억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00억원대로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4%대에서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편 한탑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영남제분에 있던 일이고 한탑은 불매운동의 대상이 아니다"며 "지배구조도 바뀌고 전문경영인이 운영하고 있어 현재 한탑은 과거 영남제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제분은 청부살인 사건 이후 지난 2014년 대주주 류원기 회장이 장남 류지훈 씨와 동생 류원하 씨 등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대주주가 류지훈 씨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류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삼양사 상무이사 출신인 강신우 현 대표에게 넘겼다. 한탑으로의 사명 변경은 그 이후다. 현재 류 씨 일가는 등기임원에서 제외됐지만 오너일가의 지배력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 논란 초기 대응이 관건…사과하고 사퇴하고
과거와는 달리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간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사내 강연에서 재생한 동영상으로 논란이 된 한국콜마가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는 와전된 내용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건이 알려진 직후 경영진의 사과와 함께 윤동한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조기 진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한화손해보험이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초등학생을 상대로 사고 뒤 5년인 지나 구상권 변제 소송을 제기해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을 받았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화손보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사과문을 내고 소송도 취하했다.
과거엔 불매운동 조짐이 있더라도 무시하거나 명예훼손 소송 등을 통해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활용한 SNS의 발달로 비판적인 여론이 퍼지는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빨라진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소비자들의 성난 여론의 배출구가 되면서 기업의 평판 관리가 더 힘들어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으면 회사로 연락이 오거나 심하면 본사 앞 1인 시위, 단기간의 불매운동 정도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초기에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인터넷과 SNS를 통한 파급 효과로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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