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팰리세이드 뜨니… 파랗게 질린 포드
대형 SUV 시장 요동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국산차는 쌍용차 G4 렉스턴과 기아차 모하비, 수입차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연말 나온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출시 이후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기아차가 올 초 미국 전용으로 내놓은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한국GM이 쉐보레 트래버스를 올가을 국내 출시하기로 하는 등 다수 업체들이 신차를 계획하면서 올해 대형 SUV 시장에선 한바탕 전쟁이 치러질 전망이다. 대형 SUV가 인기를 끄는 것은 유가 하락으로 유지비 부담이 줄어든 데다, 가족 단위 레저 수요가 늘면서 험로 주행이 가능하고 공간도 넓은 차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 효과로 타격 입은 포드·쌍용차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각종 첨단 기능을 갖춘 전장 5m(4980㎜)에 달하는 팰리세이드를 4000만원 안팎의 가격에 출시한 뒤 지난달 말까지 1만9957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계약 물량은 5만5000여 대로, 출고를 기다리는 물량만 3만5000여 대다. 이는 기존 대형 SUV 1위였던 쌍용 G4 렉스턴의 작년 한 해 판매량(1만6674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팰리세이드 효과로 기존 강자였던 쌍용차와 포드의 대형 SUV 판매량은 타격을 받고 있다.
G4 렉스턴은 올해 3개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4019대였고, 포드 익스플로러는 14% 감소한 1462대에 그쳤다.
쌍용차 관계자는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렉스턴 칸까지 합치면 월 5000대 이상 판매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아직까지 큰 충격은 없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 SUV 시장 자체가 더 커지는 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국내 전체 판매량(1만1586대)의 60%를 익스플로러에 의존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 크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연비가 떨어지는 가솔린 차량으로, '기름 먹는 하마'(복합연비 7.6~7.9㎞/L)로 불린다. 가격도 팰리세이드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싼 5000만원대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경쟁할 만한 수입 SUV가 없어 비교적 잘 팔렸다. 그러나 월 400~500대 사이를 유지하던 익스플로러 판매량이 팰리세이드 판매가 본격화된 지난 2월 307대로 뚝 떨어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만대 클럽'(연간 1만대 이상 파는 수입차업체)에서 탈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차값 70%를 저리 할부해주는 특별 금융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극약 처방을 쓰기까지 했다.
올해 신차 줄줄이 대기… 수입차 업체들도 가세
한국GM은 올가을 미국 정통 대형 SUV인 쉐보레 트래버스를 국내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래버스는 전장 5189㎜에 달하는 동급 최대 수준의 차체로 실용성이 높아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3만875달러(약 3500만원)에서 시작하는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아차는 하반기에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기로 하고, 최근 서울모터쇼에서 웅장한 외관의 모하비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모하비는 국산 SUV 중 배기량이 가장 큰 3.0L 디젤 엔진에, 험로 주행에 최적화된 '프레임 보디'(차체의 기본 틀 위에 뚜껑을 덮는 방식)라는 점 때문에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준대형 SUV인 GLE의 완전변경 모델을 연내에 국내 출시한다. 이 차는 네 바퀴에 각각 다른 힘이 전달돼 진흙탕에서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E-액티브 보디 컨트롤' 기능이 벤츠 최초로 적용된 모델이다.
BMW는 올 초 준대형 SUV인 X5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대형 SUV인 X7을 상반기에 출시하기로 하고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X7은 BMW가 국내에 선보이는 차 중 가장 큰 차로 3열 좌석의 6~7인승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의 공격적 진출로 대형 SUV 시장이 급성장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가가 오르는 추세인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대형 SUV 선호 트렌드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