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한줄이 28억원?…‘대체불가’ NFT가 대체 뭐길래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방식으로 경매에 붙인 트윗이 7일(현지 시각) 250만달러(약 28억원)의 호가를 기록했다. 최고 입찰가를 쓴 주인공은 가상화폐 관련 기업 브릿지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CEO. 도시가 팔겠다고 밝힌 트윗은 그가 2006년 3월 트위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린 "트위터 계정 만드는 중"이라는 트윗이다.
업계는 도시가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손 뻗는 걸 ’자연스러운 일’로 보고 있다. 도시는 대표적인 가상화폐 지지자로, 그가 지금까지 자회사를 통해 늘린 축적한 비트코인만 1억7000만달러어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도시가 지난 5일 트윗 경매에 나섰을 때 "오랜 기간 가상화폐를 옹호해온 그가 NFT 열풍에 뛰어든 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
NFT는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Non Fungible) 특정 암호 디지털 자산을 가리킨다. 비트코인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와 달리 각 토큰이 고유값을 지녀 희소성을 가진다.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메타데이터와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타임스탬프가 합쳐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만들어지는 것.
NFT는 누구에게 얼마에 판매 됐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예술품, 온라인 스포츠·게임 아이템 거래 분야의 각광을 받고 있다.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도 매력적이다. 쉽게 말해, 어떤 작품을 블록체인 상에서 NFT로 만들면 아무나 따라하거나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NFT는 그럼 어디에 쓰일까. 바로 메타버스다.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이다. 전 세계 4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모여 소통하는 배틀로열 액션게임 ‘포트나이트’, 이용자가 직접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 등도 메타버스다. 요즘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도 열리는 이곳에서 NFT는 현실 세계의 경제 활동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NFT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장엔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FOMO(Fear of Missing Out)가 퍼지고 있다. 우선 블록체인 플랫폼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현재 대다수 NFT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고 있는 점을 의식해 ‘이용자 끌어오기’에 나선 것. 해외 플랫폼 중에는 테조스가 자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색깔 NFT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 중엔 클레이튼이 적극적이다. 클레이튼은 NFT 발행을 위한 토큰 발행 표준 KIP-17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자 메타버스인 ‘디센트럴랜드’에서 판매하는 웨어러블 NFT. 아바타가 입고 다닐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 |
NFT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무게가 실리는 건 메타버스와의 결합으로 성장을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다. 블록체인 컨설팅업체 델피 디지털의 피어스 킥스는 이를 두고 "감독 기능이 없고 수익 흐름도 불확실한 디지털 세상에서 NFT는 소유권을 블록체인으로 증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NFT의 거래량은 2019년 6286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5085만달러(약 2858억원)로 폭증했다. NFT 판매, 보유 등에 쓰이는 디지털 지갑도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22만2179개로 집계됐다. 이러한 NFT의 부상과 관련해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케이티 혼 파트너는 "나이키 에어조던 운동화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줄서 있던 사람들을 기억하느냐"며 "NFT를 둘러싼 열기는 그것이 디지털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NFT의 공급이 곧 수요를 넘어설 것이란 지적도 있다. NFT를 발행하는 데에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찰리 리 라이트코인 창시자는 "NFT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발행에 비용이 들지 않아 무제한으로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피카소의 작품은 피카소가 일생 동안 유한한 개수의 작품을 만들었기에 희소성이 붙은 것이다. NFT 예술품이 넘쳐나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NFT 시장에 너무 빠른 속도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NFT 시장이 가격 거품을 보이고 있다"며 "여러 틈새 투자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