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 줘도 쉽지 않네"... 대학병원 "입원전담전문의 모십니다"
일선 대학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채용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전공의들의 수련 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공백 발생의 대안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성빈센트병원, 명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에서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 중이거나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혈액내과, 외과 영역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 공고를 각각 내놨다.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도 입원전담전문의 초빙 공고를 내놓고 지원자를 받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응급의료센터 소아치료실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를 모집 중이며, 인천성모병원과 명지병원에서도 각각 내과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공고를 내고 구인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연내 4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이 중 한 병원은 ‘근무 시간 오전 8시~오후 5:00’, ‘급여 연(年) 세전 2억원, 퇴직금 별도’, ‘임상조교수 수준의 휴가와 학회 참석 보장·지원’ 등의 조건을 공개적으로 내걸었다.
조선DB |
국내 대학병원 시스템 상 전문의인 교수는 수술·진료에 집중하고, 입원환자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돌본다. 그 탓에 환자들은 회진시간 때 잠깐 전문의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면,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 진료를 직접 책임지고 시행하게 된다. 입원 초기 진찰, 경과 관찰, 환자·가족 상담, 병동 내 간단한 처치·시술, 퇴원계획 수립 등을 입원전담 전문의가 한다.
국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들의 수련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내로 제한하면서 그에 따른 인력 공백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2016년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아직 입원전담전문의가 10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2016년 기준 5만명, 일본은 2017년 9월 기준 1400명에 이른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장학철, 온정헌, 김낙현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팀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로 입원한 환자 1만945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전 10일이었던 재원 기간이 도입 이후 9.1일로 줄었다. 급성기 내과질환 환자들이 응급실에 체류하는 시간 역시 17.1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약 40%이상 감소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고 만족도가 높아졌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 안전 문제와 의료진 ‘번아웃’ 현상의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데 있다. 특히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 비해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지방 병원들은 채용의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체로 주 40시간을 근무해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직종이다보니 병원 내 역할, 직업적 전망에 대한 우려 등이 채용의 걸림돌이었다. 고용 형태가 대체로 계약직이다보니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경력 쌓기용 징검다리’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로 인해 지원을 했다가 1~2년 내 그만두는 경우도 잇따른다. 병원 입장에서는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연봉 및 처우 개선 요구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있다.
충청권 소재 A병원 관계자는 "작년에 4명을 채용했는데 2명이 그만둬, 최근 다시 2명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전라권 소재 B병원 관계자는 "2016년 처음 모집공고를 냈는데 지원자가 없어 채용을 하지 못했다가 올해 2월 2명을 채용했다"며 "지역은 전반적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데다 지방 대학병원 특성 상 제시할 수 있는 급여 수준에 한계가 있어 채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2020년 3월 전문의 배출 시기가 입원전담전문의를 확충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내과 수련과정을 4년제에서 3년제로 전환한 데 따라 2020년은 4년제와 3년제 수련을 거친 전문의들이 동시에 배출되는 해이기 때문에, 전문의들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입원전담전문의로 눈을 돌리는 의사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