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5000만원대 수입 패밀리카…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폭스바겐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구안’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 모델이다.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수입 패밀리카로 입소문이 나면서 2020년 수입 SUV 중 처음으로 국내 누적 판매량이 5만대를 넘겼다.
그런데 지난해 티구안의 인기가 급격하게 식었다. 2020년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었는데, 지난해에는 그 절반 이하로 줄었다. 폭스바겐은 국내에 디젤 모델만 판매하고 있는데,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디젤 모델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폭스바겐의 SUV 신형 티구안 올스페이스./연선옥 기자 |
폭스바겐은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의 롱휠베이스 버전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선보이면서 국내 시장 회복에 나섰다. 3열 좌석이 있는 7인승 모델로, 사전 계약에서 1500대가 계약될 정도로 관심이 크다. 지난 8월에는 400대 가까이 판매됐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에는 2.0 TSI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됐다. 디젤 엔진 모델 특유의 소음이나 떨림이 없어 이전 티구안 모델보다 승차감이 훨씬 좋다. 최고 출력 186마력, 최대 토크 30.6kg.m의 힘을 내는데, 밟는 만큼 쭉쭉 뻗어나갈 정도의 힘은 아니지만 가족형 SUV에 모자라지 않은 정도의 주행력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연선옥 기자 |
속도를 시속 100㎞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회전 구간을 지날 때 주행 안정성도 좋다. 8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돼 변속도 부드럽다. 속도를 줄이면 차는 단단하고 차분하게 멈춰선다. 다만 가속 페달이 약간 들뜬 느낌이 있다. 운전자가 페달을 깊숙이 밟아 과감하게 조정하도록 설정돼 있어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
티구안 올스페이스 외관은 직선을 활용한 폭스바겐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이전 모델보다 세련되고 날카롭게 다듬어졌다. 전면부를 길게 가로지르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평으로 자리잡은 프론트 범퍼, 측면의 직선 라인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7인승 모델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차 길이는 4730㎜로, 이전 모델보다 30㎜ 길어졌는데, 높이는 오히려 15㎜ 낮아진 1660㎜로, SUV이지만 날렵한 느낌을 준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축간 거리)는 2790㎜로, 현대차의 ‘싼타페’(2760㎜) 정도다. 티구안 올스페이스는 3열의 2개 시트를 더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이 강점이다. 2열 좌석은 성인 남성에게도 부족함이 없지만, 3열은 다소 비좁다. 3열까지 시트를 모두 펼쳤을 때 트렁크 용량은 230L 정도이지만,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775L까지 넓어진다. 트렁크에 220V 콘센트가 있고, 2~3열을 모두 접었을 때 바닥이 평평해 차박을 즐기는 소비자의 선호가 높을 것 같다.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다. 10.2인치 클러스터와 에어컨 송풍구 아래 9.2인치 중앙 모니터가 자리잡고 있는데, 터치 스크린의 반응성이 다소 늦다. 내비게이션이 차 위치를 정확히 잡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어 불편함은 크지 않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연선옥 기자 |
실내 편의성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됐다. 앞좌석 통풍 시트가 적용됐고, 각 좌석 온도를 개별로 설정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고, 좁은 길을 지나거나 주차할 때 차량 앞뒤 좌우를 비춰주는 ‘에어리어 뷰’ 기능도 편리하다. 트렁크 문은 발동작으로 쉽게 열 수 있다.
폭스바겐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트래블 어시스트’는 시속 210㎞까지 구간에서 앞차와 거리를 스스로 판단해 차로를 유지한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편의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기술 수준이 아주 정교하지는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0.1㎞로, 저공해 3종 차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판매 가격(개별소비세 3.5% 적용, 부가세 포함)은 5098만원이다.
티구안 올스페이스./연선옥 기자 |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