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소품 개발했다가 '대박'...수원왕갈비통닭 뒷이야기
[인터뷰] 이경남 루쏘팩토리 대표
"영화 ‘극한직업’ 덕분에 백화점에도 수원왕갈비통닭을 납품하게 됐어요. 영화처럼 대박이 난거죠."
영화 흥행으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가게가 있다. 관람객 1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화제가 된 ‘수원왕갈비통닭’을 개발한 루쏘팩토리가 그곳.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로 오픈한 ‘수원왕갈비통닭’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루쏘팩토리 제공 |
이 가게의 대박 스토리도 영화와 비슷하다. 극한직업에서 마약수사반 팀원들은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치킨집 직원으로 위장근무를 하면서 우연히 ‘수원왕갈비통닭’이라는 메뉴를 만들어 대박이 났다. 루쏘팩토리는 원래 영화 촬영장에 밥차를 제공하던 푸드트럭 업체였는데, 영화 극한직업에 소품용으로 쓸 치킨을 개발했다가 ‘깜짝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경남 루쏘팩토리 대표는 10일 "영화 극한직업 덕분에 이달부터 명동 롯데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치킨이 하루 1000만원 가깝게 팔린다"면서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문의도 들어오고 있어,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경남 루쏘팩토리 대표가 영화 극한직업에 나온 ‘수원왕갈비통닭’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민석 기자 |
영화 흥행 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
"갑자기 수원왕갈비통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바빠졌다.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소공동)에서 연락이 와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매일 500마리 넘게 팔리고 있다. 우리 제품을 푸드트럭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싶다면서 가맹점을 열 수 있게 해달라는 분들도 많다. 홈쇼핑 업체에서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도 받았다. 영화 덕분에 우리 가게가 유명해졌음을 실감하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영화가 개봉한 1월 말부터 수원왕갈비통닭을 맛보러 여기(경기도 부천에 있는 루쏘팩토리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하루 100명 넘게 찾아온다. 그런데 우리는 길거리 푸드트럭만 있고 가게가 없어, 처음엔 이 분들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푸드트럭에서 만들어 팔고 싶었지만 허가받은 장소가 아니면 음식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멀리까지 찾아오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푸드트럭에서 닭을 튀겨 공짜로 드린 적도 있었다. 고민 끝에 사무실 바로 아래 층의 식당을 인수해 2월 2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하루 80마리 정도 판매하고 있다."
왜 하루 80마리만 판매 하나.
"치킨사업은 처음 해보는 일이고, 3월부터 롯데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도 판매를 시작하면서라 물량을 공급하기가 빠듯하다. 무턱대고 많이 만들면 처음 개발했던 수원왕갈비통닭의 맛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능력에 맞춰 조금씩 물량을 늘려 볼 생각이다."
영화 극한직업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우리는 치킨 판매를 하는 외식업체가 아니었다. 푸드트럭을 빌려주거나 제작해 주는 업체다. 주로 영화 촬영장이나 건설 현장에 밥차를 보내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극한직업 제작팀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영화 '염력'을 촬영할 때였다. 그 때도 푸드트럭으로 배우들의 식사를 제공했는데, 염력에 출연한 유승룡씨와 알게 됐다. 이때 맺은 인연이 극한직업까지 이어졌다."
3월 5일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서 팝업스토어로 운영중인 수원왕갈비통닭 코너를 찾은 소비자가 치킨 주문을 하고 있다. /심민관 기자 |
수원왕갈비통닭은 어떻게 탄생했나.
"극한직업 시나리오 작가가 고향이 수원인데, 수원은 왕갈비가 유명한데 왕갈비맛 치킨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해서 만들게 됐다. 작가도 영화 감독도 맛에 대해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맛을 영화로 보여줄 수 없기에 왕갈비 맛을 내는 치킨을 개발하는데 크게 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기왕 만드는 거 정말 맛있게 만들어 보자며 최선을 다했다. 밥차 음식 만드는 요리사가 4명인데, 이들과 함께 1년 정도 전국에 유명하다는 갈비집과 치킨집을 돌며 레시피를 연구했다. 왕갈비통닭을 개발할 당시만 해도 영화가 이렇게 뜰 줄 몰랐고, 영화 속의 메뉴가 실제로도 인기를 끌 줄은 정말 몰랐다."
수원왕갈비통닭 맛의 비결은.
"튀김옷 안에 양념이 배어 있어 겉은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이지만 속은 갈비맛이 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러가지 과일 재료를 곁들인 갈비 양념에 닭고기를 며칠간 숙성시킨 뒤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내기 때문에 일반 치킨과는 맛이 다르다. 이 점이 비법이다. 갈비맛을 찾기 위해 그동안 1000마리 넘게 치킨을 튀겨보고 맛을 봤다."
수원왕갈비 특제양념으로 숙성한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기고 있는 모습. /루쏘팩토리 제공 |
과거에 식당 사업을 한 적이 있나.
"과거 서울 흑석동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열고 피자와 파스타를 팔았다. 음식 맛이 좋다고 주변에 소문이 나고 사업도 어느 정도 안정됐는데, 식당이 있던 건물을 포함해 주변이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남편의 아이디어로 푸드트럭 사업을 하게 됐다. 사업 초기에는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푸드트럭 출장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그쳤지만, 솜씨 좋은 쉐프를 영입하고 요리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맛과 메뉴를 개발했다. 수원왕갈비통닭도 여기서 탄생했다.
푸드트럭 사업의 어려움은.
"푸드트럭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음식을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허가된 구역에서만 판매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사업을 확장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다. 정부가 규제 문턱을 좀 낮춰준다면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지금 푸드트럭 형태로 수원왕갈비통닭 가맹점을 받고 있다. 4월부터는 골목 가맹점도 모집할 계획이다. 통닭 외에도 세상에 없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 앞장서고 싶다. 요즘 바쁘지만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 제작팀의 요청으로 인절미 피자를 개발 중이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