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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한 디자인

설거지는 귀찮다. 먹을 땐 좋은데 일단 싱크대 안에 그릇을 넣고 나면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다. 아니 사실 요리 자체도 귀찮다. 재료를 씻고 껍질을 벗기고 칼질을 하고… 주방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은 역시 무엇 하나 손이 가지 않는 게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일은 단순히 귀찮은 것을 넘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손을 하나 쓸 수 없다면 말이다.

 

2016년 하반기 몇몇 디자인 시상식이 한 청년을 주목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싱가포르 국립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Loren Lim. 그는 Oneware라는 이름의 주방용품을 선보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Oneware는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주방 보조기구다. 설거지할 때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릇을 붙잡아주는 실리콘 패드, 칼질할 때 재료를 고정할 수 있는 핀이 설치된 도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이용 방법은 영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한 손을 뒷짐 진 시연자의 모습에서 팔이 불편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Images captures of Mashable

생각해보시라. 한 손만 이용해 칼을 들고 당근을 썰어야 한다니. 어쩌면 모양이 나오는 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설거지는 또 어떤가. 비누칠을 좀 하려면 그릇이 요리조리 도망 다닐 텐데, 시간은 배로 걸리고 청결은 보장할 수 없고 무엇보다 훨씬 지칠 게 분명하다.

 

사실 Loren Lim이 처음 Oneware를 개발한 건 그의 삼촌 때문이었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던 그는 몇 년 전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쓸 수 없게 되었고 그 후로 주방에서 예전만큼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Loren은 삼촌의 조수 역할을 자처하며 그릇을 기울여주거나 재료를 대신 다듬어주곤 했다.

 

이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이 마주하는 일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마주한 Loren은 자신이 전공한 디자인에 그 해결책을 접목했다. 그렇다면 Oneware는 장애인 보조기구가 아닌가 싶지만,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한 손에 아이를 안고 있는 상황이나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 등 당장 두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라면 누구나 Oneware가 주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이케아나 다이슨 등 유명 전자제품 및 가구 전문회사가 Oneware의 가치를 높이 산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케아는 특별히 제작자 Loren Lim을 스웨덴 본사로 초청하여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곧 이케아 카탈로그에서 Oneware를 만나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발표와 동시에 인정 받고 있는 Oneware이지만, 그 개발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Loren Lim은 설거지 보조 기구의 최종 모델을 확정하기 전까지 50번이나 디자인을 변경했고 마침내 물을 흘려보내면서도 접시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실리콘 모양을 확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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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도마는 원래 좀 더 뾰족한 핀이 달려 있었다. 그 자체가 사용자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피드백을 거쳐 좀 더 안전한 지금의 모양이 완성되었다.

 

이외에도 Oneware는 둥근 그릇에 국물 요리 등을 먹을 때 마지막 몇 숟갈을 끝까지 먹을 수 있도록 용기를 기울여 주거나 가위나 칼 등 손을 다칠 수 있는 물건을 좀 더 편리하게 집을 수 있는 패드 등을 포함하고 있다.

팔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단

언제나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주위 누군가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는 것. 세상을 바꾸는 착한 디자인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Images courtesy of Loren lim

 

에디터 이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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