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달빛 아래 '힐링' 산책.
정월 대보름 달맞이 여행지 4선
경주 동궁과 월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 정월 대보름(26일)이 코앞이다. 밝고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은 매일 뜨지 않으니 더 귀하고 애틋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원도 빈다. 달빛은 가슴 속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진다. ‘햇빛에 젖는다’는 말은 잘 안해도 ‘달빛에 젖는다’는 표현은 익숙하다. 달빛에 젖으면 고단함이 덜어진다. 산책하기 편하고 달구경에도 적당한 몇 곳을 추렸다. 달은 어디서든 보이니 멀리 가지 않아도 달빛 머금을 수 있다. 참고로 지역별 달 뜨는 시간은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월정교/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
경북 경주는 달빛이 어울리는 땅이다. ‘신라의 달밤’이 세대를 초월해 여운을 남기는 덕이다. 그래서 계절을 막론하고 밤풍경을 좇아 경주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달이 뜨면 동궁과 월지를 먼저 들른다.
동궁은 신라의 별궁이다. 왕자가 거처했고 중요한 연회도 열렸다. 조선의 경복궁 경회루, 오늘날 청와대 영빈관과 비슷한 용도다. 월지는 동궁 안에 조성한 못이다. 조선시대에는 안압지로 불렸다. 신라가 망한 후 기러기(안·雁)와 오리(압·鴨)만 날아다녔고 붙은 이름이다. 월지를 에둘러 산책로가 잘 나있다. 방향과 각도에 따라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데 건축물과 조명이 고요한 수면에 반영되는 모습이 참 운치가 있다. 달빛 은은하게 비추는 밤에는 더 그렇다.
신라의 왕성은 월성이었다. 동궁과 월지가 월성의 동쪽에 있었고 첨성대가 북쪽에 있었다. 사람들은 동궁과 월지를 구경하고 첨성대를 지나 대릉원까지 산책을 한다. 첨성대 주변에는 계림과 노서동 고분군이 있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가 태어났다고 전하는 숲인데 신령스러운 고목들이 가득하다. 가장자리에는 내물왕릉도 있다. 노서동 고분군에는 신라 금관이 처음 발견된 금관총이 있다. 여기서 다시 자동차 도로를 건너면 대릉원이다. 신라 김씨 왕족의 권위를 상징하는 23기의 웅장한 고분이 모여 있다. 그 유명한 천마총, 황남대총, 미추왕릉이 있는 곳도 여기다. 대릉원 돌담길도 걷기 좋다. 벚꽃 피는 봄풍경이 화사하지만 어느 계절이든 운치가 있다.
동궁에서 월정교도 가깝다. 동궁가 월지 못지 않은 야경명소다. 월성 남쪽을 휘감아 흐르는 남천 위에 놓인 목조교량인데 복원을 거쳐 2018년 개방됐다. 길고 곧게 뻗은 회랑과 웅장한 2층 문루가 장관이다.
공산성의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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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공산성
충남 공주의 공산성도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해발 110m 공산에 축조됐다. 성곽을 따라 걸으면 금강과 시내가 잘 보인다. 특히 해질 무렵 금강의 풍경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든다. 달빛 비추는 금강도 예쁘다. 성곽의 총 길이는 약 2.6km, 한 바퀴 도는데 약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공산성에는 문이 네 개 있는데 서쪽으로 난 금서루가 정문 역할을 한다. 금서루 위로 둥근달이 뜬 풍경도 서정적이다.
공산성은 웅진 백제의 왕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문주왕이 475년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후 538년 성왕이 사비(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간 사용된 왕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산성은 성 안에서 왕궁유적과 건물지가 확인되며 2015년 무령왕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도 나왔다. 성 안에는 조선시대 인조가 이괄의 난(1624)을 피해 이곳에 잠시 머문 것을 기념해 세운 쌍수정이라는 정자와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승병 훈련소로 사용된 영은사라는 사찰이 있다. 공산성에는 야간에 조명이 켜진다. 금강에 반영되는 성곽의 모습도 아름답다. 공산산 옆 금강교에서 잘 보인다.
남한산성 서문에서 본 서울의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기 광주 남한산성
방어를 위한 산성은 높은 곳에 있다. 당시는 ‘긴장의 땅’이었던 이곳이 요즘 풍경 좋은 전망대가 됐다.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은 걷기 좋고 풍경도 좋다. 약 500m 해발 능선에 축조한 성곽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성곽길에서 보는 풍경은 장쾌하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서문(西門·우익문) 일대 언덕이다.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서울의 모습이 볼만하다. 청계산 관악산 대모산 남산 북악산(백악산) 북한산 아차산 도봉산이 도시를 병풍처럼 에둘렀다. 특히 야경(夜景)이 황홀하다. 수도권 야경 명소를 꼽을 때 꼭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남한산성이다. 해 질 무렵에 맞춰 서문 일대를 찾아 야경만 감상하고 돌아가는 연인이나 가족들도 제법 많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도 보인다. 조선시대 롯데월드타워 옆이 삼전도(현재 삼전동 일대)였다. 1637년 겨울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조선 인조가 47일간 결사항전 끝에 삼전도로 나가 청나라 태종에게 무릎 꿇고 항복했다. 가슴 먹먹한 역사가 풍경 속에 또렷하다.
남한산성 길이는 11km가 넘는다. 탐방코스도 다양하다. 서문이 목적지라면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영월정, 숭렬정, 수어장대를 거치는 코스가 적당하다. 넉넉잡아 1시간 여면 왕복 가능하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성로터리에서 북문(北門·전승문)을 거쳐 서문, 수어장대, 남문(南門), 영춘정을 지나 산성로터리로 돌아오는 코스를 즐긴다.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 채 안걸린다. 수어장대에서도 달구경을 한다. 장대는 지휘관이 군대를 지휘하던 높은 건축물이다. 수어장대는 산성 안에 있었던 다섯 곳의 장대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2층 구조의 건물은 산성 안에 남은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고창읍성/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고창 고창읍성(모양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에선 매년 중양절(음력 9월 9월)에 성 밟기 놀이(답성놀이)를 한다. 윤달에 부녀자들이 성터에 올라서 성곽을 따라 줄을 지어 돌며 액운을 쫓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이다. 원래는 겨울에 얼었던 땅이 녹을 무렵 성곽을 튼튼히 다지기 위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한다. 비록 답성놀이는 가을에 행해지지만 주민들은 운동삼아, 산책삼아 수시로 고창읍성을 찾아 성곽길을 걷는다. 읍내와 주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곽 둘레는 약 1.7km다. 쉬엄쉬엄 걸어도 한 시간이면 완주 할 수 있다.
고창읍성은 조선시대에 축조됐다. 전북 정읍의 입암산성, 전남 영광의 법성진성과 연계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모양성(牟陽城)으로도 불린다. 4월에는 성곽을 따라 철쭉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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