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2개의 콧구멍이 필요할까?
과학을읽다
인간에게 두 개의 콧구멍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인간의 신체는 신비롭습니다. 특히 짝을 이루는 신체 부위는 경이롭습니다. 팔과 다리, 얼굴의 눈과 귀 등은 둘이 한 쌍입니다. 팔과 다리는 직접 움직이거나 도구를 활용하는데 사용하고, 얼굴에 있는 주위 부위는 감각기관입니다.
다시 말하면, 얼굴에 있는 뇌와 가까운 감각기관은 뇌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얼굴이 아닌 몸통에 달린 기관은 뇌로부터 신호를 받는 기관이라는 말입니다.
얼굴에 있는 감각기관 중 한 쌍으로 이뤄진 기관은 눈과 귀, 그리고 콧구멍입니다. 눈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귀는 양 방향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것입니다. 즉, 방향과 거리감을 인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눈은 빛을 통해 밝고 어두운 정도, 사물의 위치가 얼마나 멀고 가까운지 등을 판별합니다. 귀는 소리를 통해 사물과의 거리가 가까운지 여부와 함께 몸의 회전과 기울기를 느껴 균형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코는 호흡과 냄새를 맡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빈 공간과 공명해 개인의 독특한 음색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콧구멍 속 빈 공간을 비강이라고 하는데 바깥의 공기가 이 비강을 통과할 때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체온에 맞춰 어느 정도 조정돼 폐로 들어갑니다. 비강은 공기정화장치를 갖춘 인체의 에어컨디셔너인 셈입니다.
가습과 정화작용을 위해 하루에 분비되는 콧속의 점액량은 1000cc나 되는데 콧속의 이 점액은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미세한 먼지나 티끌, 미생물 따위를 붙잡아 가래로 내보내거나 위속으로 흘러 들여 보내 살균시키게 됩니다.
그렇다면, 콧구멍은 왜 2개일까요? 눈과 귀처럼 얼굴의 양쪽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얼굴 중앙 하단에 나란히 2개나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하나만으로도 코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요?
콧구멍이 2개인 이유는 호흡을 하거나 냄새를 맡고, 심지어 방향도 알려주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교대로 일을 해야 합니다. 두 콧구멍은 3~4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활동한다고 합니다. 한 쪽 콕구멍이 일하는 동안 다른 쪽은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물론 맡은 바 임무가 막중한 만큼 완전히 휴식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감각을 열어놓고 쉬어야 하겠지요.
한 쪽 콧구멍을 막고 바람을 불어보면 바람이 강한 곳과 약한 곳이 구분됩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다시 해보면 좌우가 반대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비주기(鼻週期, Nasal cycle)'라고 합니다.
콧구멍이 두 개인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두 콧구멍은 3~4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활동합니다. [그림=유튜브 화면캡처] |
2개의 비강이 교대로 공기의 흐름을 증가·감소시키는 현상인데, 주기는 6~8시간 정도로 정상적인 사람은 일상 생활에서 비주기를 거의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린 아이는 성인보다 주기가 더 짧은 편입니다. 항상 냄새를 맡아야 하고, 냄새의 정보를 뇌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코점막은 쉽게 피곤해집니다. 일정 간격으로 좌우가 번갈아 가면서 일하면 한 쪽이 쉴 수 있는 것이지요.
1895년 독일의 내과의사 리차드 카이저가 양쪽 콧구멍이 몇 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막힌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나중에 이를 'Nasal cycle'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1999년 당시 스탠포드대 노암 소벨 교수가 비주기 때문에 사람이 더 많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인도 국립생명과학센터의 연구팀은 비주기가 눈이나 귀처럼 사람이 방향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코와 눈 사이에 있는 사골뼈에 소량의 자철석이 있는데 이 자철석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눈을 가리거나 어두운 곳에서 냄새나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콧구멍이 하나라면 어떨까요? 인간의 감각은 절반 정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냄새를 구분하기 어렵고, 냄새가 나는 방향도 찾지 못하고, 감기가 걸렸을 때는 숨쉬는 것도 힘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인체의 장기 중에 쓸모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콧구멍도 반드시 두 개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