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하루'가 29.5일 이라고?

보름달 앞을 비행 중인 여객기. 달의 하루는 29.5일입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지구의 하루는 24시간입니다. 달의 하루는 얼마일까요? 하루의 사전적 의미는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 입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아침에 해가 떠서 지고, 다음 날 해가 다시 떠오르기까지의 시간을 하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의 하루지만, 달에서의 하루도 같은 기준으로 정의한다면 약 29.5일 입니다. 이 시간은 지구에서 볼 때는 음력으로 한 달이지요. 달의 하루는 지구의 30배 가량이나 됩니다. 왜 달의 하루는 그렇게 긴 것일까요?

지구에서 달을 볼 때 우리는 달의 한 쪽면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을 '조석고정(潮汐固定, Tidal locking)'이라고 하는데 어떤 천체가 자신보다 질량이 큰 천체를 공전하거나 자전할 때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지구와 달처럼 모성의 가까운 곳에서 공전하는 위성에게는 당연하게 일어나는 현상인데, 공전 주기가 같으면 모성에서는 항상 위성의 같은 면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영원히 볼 수 없습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달의 공전이라고 하는데 27.3일이 걸립니다. 그런데 달도 자전을 합니다. 지구를 모성으로 돌면서도 스스로 한 바퀴 돈다는 이야기지요. 지구가 24시간에 걸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달은 무려 27.3일이나 걸려 한 바퀴를 돕니다.

그런데 시차가 생깁니다. 달의 공전과 자전이 똑같이 27.3일인데, 달의 하루는 29.5일입니다. 약 2.2일이 비는 것이지요. 지구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정도가 빕니다. 이 시간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지구의 공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지구도 태양을 공전합니다. 지구는 달이라는 혹을 달고 도는 셈이지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원래 위치로 오는 사이에 태양의 방향이 바뀌는 것입니다. 달의 입장에서는 태양의 각도가 바뀐 만큼 지구를 더 돌아야 하는데 이 시간이 약 2.2일인 것입니다.

달이 순수하게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을 '항성월(恒星月, Sidereal month)'이라고 하고, 27.32166일이 걸립니다. 반면 달이 태양을 향해 같은 면을 보일 때까지 계속 공전하는 시간은 '삭망월(朔望月, Synodic month)'이라고 하는데 29.530588일이 걸리지요. 태음력에서는 삭일을 매월 초하루로 정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달의 공전 주기는 무엇을 기준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항성월, 회귀월(回歸月), 삭망월(朔望月), 근점월(近點月), 교점월(交點月) 등으로 구분되고, 기준점에 따라 그 주기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삭망월은 태양을 기준으로 해 달의 위상(位相)이 반복되는 주기를 측정한 것입니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은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하루는 밤과 낮의 길이를 합친 것인 만큼 태양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달의 하루는 29.5일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달의 하루와 자전주기는 약 2.2일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지구는 어떨까요? 지구의 하루와 자전주기도 다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지구의 하루와 자전주기도 서로 다릅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365일 동안 360도를 돕니다. 하루에 1도 정도 움직입니다. 지구의 자전주기는 약 23시간 56분입니다. 이를 '항성일(Sidereal day)'이라고 하는데 보통 24시간으로 규정해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1항성일과 하루는 4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1년이면 '4분x365=24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구가 실제로 공전하는 시간은 366일(366 항성일)이라는 뜻입니다. 1년에 366번 자전한다는 말이지요. 이런 차이를 '윤날(閏日)'과 '윤달(閏月)' 등을 넣어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