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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서

Opinion

초기 한국 공포영화에서 오컬트 장르의 수용 어려움

영화 <검은 사제들>, <곡성>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사바하>까지. 세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과 모두 오컬트 장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한국 공포영화의 흐름을 봤을 때, 이와 같은 오컬트 영화들의 성공은 꽤나 흥미롭다.

 

보통 공포영화에서는 공포감을 조성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악’이 존재한다. 기존의 한국 공포영화에서는 ‘악’의 이미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형상화되어 나타나곤 했다. 대표적으로는 ‘한’을 품고 있는 ‘여귀(여자귀신)’를 말할 수 있다. ‘여귀’는 보통 귀신이 되기까지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초반에는 가부장제에 희생되어 억울한 죽음을 당해 나타났으며, ‘하이틴 호러’가 인기를 끌었을 때는 과열된 입시경쟁이나 따돌림과 같은 문제로 희생되어 나타나곤 했다. 이에따라 퇴마는 귀신 그 자체를 없애는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곤 했다. 이와같은 한국 공포영화는 전통적이고 한정적인 소재와 인과응보식으로 나아가는 뻔한 서사의 반복으로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평으로 이어졌다.

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그런 의미에서 오컬트 영화는 한국의 기존 공포영화와는 명백히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오컬트 영화란 ‘심령공포영화’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통 체계와 절차를 갖춘 퇴마의식이 치러지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서사적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 공포영화의 '악'과 달리 서구 오컬트 영화의 '악'은 대체로 서사적 인과관계가 없다. 그저 종교적인 차원에서 ‘절대 악’으로서만 나타나고 이를 지극히 현실적 세계에서 끄집어낸다. 그러므로 ‘악’을 해결하는 데에도 심령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그저 ‘악령’을 쫒는 데에만 몰두하여 새로운 공포감을 조성했다.

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오컬트 영화의 대표적인 예가 1970년대 영화 <엑소시스트>다. 이 영화는 소녀의 몸에 빙의된 악마와 신부 대립구조로 진행되어, 신과 악마, 선과 악이 명백하게 구분된 기독교적 색채가 짙게 묻어난다. <엑소시스트>가 전 세계로 성공하자 197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도 오컬트 붐이 일어나지만 기독교적 상상력에 이성적 사고를 더한 지극히 서구적인 장르를 기독교 뿌리가 깊지 않은 우리나라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엑소시스트>로 오컬트 장르가 서구의 장르로 굳혀짐에 따라 한국형으로 변형하는 데에 어색함이 우려되었다. 이에 따라 오컬트의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우리나라에서호평을 받은 오컬트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따라서 <검은사제들>, <곡성>, <사바하>와 같은 오컬트 장르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큰 의의가 있으며 살펴볼만 하다.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등장과 발달 양상

2015년에 개봉한 <검은사제들>은 악령의 ‘빙의’와 ‘악행’, 구마의식, 베테랑 신부와 젊은 신부의 조합 등 서구의 전형적인 오컬트 관습을 그대로 차용하는 듯 보인다. 다만, 베테랑 신부인 ‘김 신부’와 악령에 빙의된 ‘영신’이 친밀한 사이이며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 두 신부에게 서로 다른 개성을 부여해 단순히 퇴마를 진행하는 신부를 넘어 ‘갈등’과 ‘성장’이라는 코드를 집어넣었다는 것. 구마의식 뿐만 아니라 굿을 통한 무속 의례가 등장했다는 점은 공포물에도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한국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독자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이는 <검은사제들>이 대체로 서구의 전통 오컬트의 서사를 따라감에도 무리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검은 사제들>의 흥행은 ‘오컬트’라는 서구적인 장르가 한국형으로 변환해도 큰 어색함 없이 한국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오컬트 장르의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기대하게 만들어주었다.

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영화 '검은사제들'

이를 보여준 오컬트 영화가 바로 <곡성>이다. <곡성>은 단순히 서구의 오컬트 관습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오컬트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을 받고 있다. <곡성>의 근본 틀은 기독교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무당, 굿, 한국의 귀신 등을 등장시켜 한국의 전통 무속 신앙적 요소와 서구의 오컬트 요소를 융합하여 퇴마를 시도한 과정을 그려냈다. 더하여 영화 전체에는 온갖 메타포가 난무하여, 등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까지 의심하고 의심하게 만든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 마치 관객과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곡성>은 끊임없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기존 오컬트 영화의 끝이 ‘퇴마의 성공’이지만 <곡성>은 이와 대비된다. <곡성>의 결말은 퇴마가 실패로 돌아가고, 악은 남아있는 것으로 끝난다. 이에 따라 ‘악의 실재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종교와 관계없이 절대적인 ‘악’은 실재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그런 불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가? 이처럼 <곡성>은 본래 오컬트가 갖는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두려움과, 의심을 끌어내 선과 악, 종교가 가진 의미를 묻는 차원까지 올라간 오컬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영화 '곡성'

그렇다면 최근에 개봉한 <사바하>는 어떠한가? <사바하>는 <검은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오컬트 장르의 작품이다. 그러나 <검은사제들>과 달리 <사바하>는 서구의 ‘오컬트 호러’ 이상을 보여준다. 오컬트 영화에서 주체가 되었던 기독교보다는 불교의 세계관이 짙으며 이는 한국의 민간신앙과 함께 버무려져 나타난다. <사바하>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악’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악’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하여 그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갑자기 이야기는 ‘신흥종교’와 그를 쫓는 목사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갈수록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후반부에 ‘악’이 명확하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오컬트 영화처럼 절대적인 악의 모습이 아니었다.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의 모습이었다. <검은사제들>과 <곡성>에서 ‘선’과 이분법적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악마’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를 통해 <사바하>는 많고 많은 신중에서 누가 진짜 신인지, 절대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선과 악’의 개념이 종교와 믿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 인간의 ‘믿음’에 폭넓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사바하>는 불교의 세계관을 택하고 거기다가 한국의 색채를 짙게 칠하여, 서구의 할리우드식 오컬트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오컬트 장르에서 매우 풍부한 텍스트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 오컬트영화의 흐름과 전망에 대해

영화 '사바하'

한국 오컬트 장르에 대한 기대

<검은사제들> <곡성> <사바하>를 통해 한국 오컬트 영화의 흐름과 발전양상을 살펴보았다. 위와 같은 영화들은 ‘한국형 오컬트’라는 것이 무엇인지, 발전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더하여 <사바하>같은 경우에는 ‘선’과 ‘악’의 존재를 종교와 사회가 결합된 영역에서 새롭게 봄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본다.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지만 그 바탕에는 ‘종교’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오컬트 장르는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종교’와 ‘인간’이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여러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관객들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장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황혜진. (2015). [영화(1)]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가능성. 공연과리뷰, 21(4), 179-183.
  2. 한상윤 (2017). 한국 공포영화의 오컬트 장르 초기 수용 양상 연구, 한국극예술연구 58, 2017.12, 345-374.
  3. 이채영. (2018). 영화 〈검은 사제들〉과 〈곡성〉에 나타난 퇴마 소재 스토리텔링 기법과 악의 이미지 연구. 어문론집, 74, 97-135.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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