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리뷰
우리 모두가 그렇다 나도 그러하다
우리는 마주보고 있어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처음 이 책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엄청난 동질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 먼 과거에 내가 쓴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내면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 뒤로 이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놀랍게도 나와 비슷한 감탄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이 페르난두 페소아가 섬세하게 풀어낸 인간의 원초적인 '불안'인 것 같다.
밤이 올 때까지 이 거리를 걷고 있자니
내 인생이 이 거리의 삶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낮에는 아무 의미 없이 북적이고 밤에는 북적임이 철저히 부재한데,
이 또한 아무 의미 없다. 나는 낮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밤에는 나 자신이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의 가장 큰 특징은 그의 수 많은 이명이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자아를 끊이 없이 분리해 냈다. 각각의 개별적인 자아들은 그들만의 이름을 부여받고 다른 세계에서 다른 글들을 쓰기 시작한다.
'불안의 책'을 쓴 '베르난두 소아레즈'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글을 쓰는 일을 한다. 많은 글 쓰는 이들이 특히나 이 책을 보고 깊은 동질감을 느꼈을것이다. 유명작가가 아닌 이상, 전업 작가는 힘든 일이니, 낮에는 별도의 밥벌이를 하며 밤에 글을 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고 특히나 밤과 창작활동은 뗄레야 뗄 수가 없지 않는가.
한 구석에 던져진 물건 같고, 길에 떨어진 넝마쪽 같은
천덕스러운 존재인 내가 삶 앞에서 그렇지 않은 척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그의 글을 읽다보면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에 도리어 현실적인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의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혁명이며 부정이다,' 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잊는다. 잊어간다. 아니,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에 때묻은 자신 때문일지, 잃어버린 꿈과 자아 때문일지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에 자신을 마주하지 못한다. 그의 글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내면을 파해치고 들여다보고 관찰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만큼 사실적이다.
나는 자유롭고 길을 잃었다.
느낀다. 열기로 몸을 떤다. 나는 나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내 안의 모든 것은 항상 다른 무엇이 되려 한다.
영혼은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못 견디듯 스스로를 못 견디고,
불안은 점점 커지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어른이 된다는 건, 뭔가 사회적으로 확실해 지는 것 인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결국 산다는 것은 불안의 연속이었고 나는 성인으로서 성장하기보단 또렷해 지고 있다.
나는 포르투갈어로 쓰지 않는다.
나 자신으로 쓴다.
페르난두 페소아/불안의 책
나도 나만의 언어로 더욱 많은 것들을 써내길 바라며 그의 의지와 언제나 함께하길 바란다.
좋은 글들이 너무 많아 문구를 선정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기회에 또 다른 그의 글들을 나누고 싶다.
글 안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