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 그리고 진정한 행복
“나는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이 주는 여유가 좋다.” 무히카가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불리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히카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좋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벌고,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무히카는 이를 내려놓고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진정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행복에 대해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또한 그는 참된 리더의 모습으로 진정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의 자질 그리고 정치가의 역할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히카 대통령 / 출처 : 서울신문 |
무히카는 1935년에 우루과이 몬테비디오에서 태어났다. 그의 삶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다른 대통령과는 다르게 파란만장 했다. 무히카는 농사를 하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땅을 일구고, 꽃을 가꾸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는 학창시절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보였다. 사이클, 역사, 문학 등 많은 분야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정치였다. 국민당에 관심을 갖고 엔리케 에로(Enrique Erro)를 따라다니고 정치에 발을 디디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의 우루과이는 초기부터 격동의 세월이었다. 이 시기에 1964년 사탕수수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몬테비디오에 있는 섬유회사 창고에 습격하다 체포되었고,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리고 감옥이라는 세계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8개월 동안 수감된 후 석방되었다. 그는 이후에도 땅을 일구며 일했고, 역시 투쟁정신을 가지고 활동했다. 1960년대 우루과이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게릴라 전선을 형성하고 지도자로서 활동하였고 70년대 또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탈옥하였으나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1972년 감옥에서 탈옥하여 루시아 토폴란스키를 만나 결혼하였다. 하지만 그해 부부가 모두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우루과이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군부독재정치가 시작되었고 무히카는 감옥에서 12년을 보냈으며 1985년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아내와 함께 석방되었다.
1994년 그는 민중참여운동을 대표하여 하원의원이 되었고 후에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2004년 총선에서 좌파연합이 승리하여 상원의원에 재선되었고 2005년에는 농수산업 부분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2009년 그는 우루과이 제 40대 대통령이 되었다.
무히카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평탄하지 않은 그의 삶은 대통령으로서 더욱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기 좋았던 것 같다.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낙태법을 제안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을 펼쳤다.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지만 가장 소외 받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까지 헤아리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위대해 보였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6.5%로 떨어졌으며 빈곤율도 11.5%까지 내려가는 등 경제 사정이 크게 좋아졌다. 국민을 위하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이 국민들에게도 진심으로 다가온 듯하다. 이후 2010년 52%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5년 2월 5년간 임기를 마쳤다. 그렇게 대통령직을 끝낸 뒤 그의 지지율은 65%로 대통령에 임명되었을 때 보다 높았다고 한다.
호세 무히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놀라웠다. 나 역시 무히카의 삶을 읽고 존경스러웠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인지 모르겠네요. 내가 작은 집에 살고, 낡은 자동차를 몰아서? 이게 어떻게 뉴스거리가 되지요? 그렇다면 세상이 이상한 것이지요.” 나에게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심어진 고정관념은 부유하고 여유로우며, 항상 보호받고, 엄격하고 근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관념과는 전혀 다른 대통령으로서 무히카의 모습은 놀라웠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의 인생철학이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였다. 취업을 하고자 함은 돈을 벌기 위함이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전에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다. 만약 이 목표를 이루고 나면 정말 나는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행복에 기준에 맞춰 살고 있는 걸까 라는 반성이 들었다.
무히카 대통령의 오래된 차 폭스바겐 / 출처 : AP연합뉴스 |
대통령이라면 충분히 넓고 호화로운 집에, 가장 좋은 자동차를 몰고, 비싼 옷을 입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히카는 대통령궁을 노숙인에게 내주고 농장에서 생활하며, 월급의 90% 이상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시민 주택 건설 사업 그리고 사회단체나 극빈층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의 유일한 재산은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허름한 시골농장과 1987년 식 폭스바겐이 전부이다. 중요한건 그는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어진 행복의 기준이 나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무히카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인 것같다. 무히카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성찰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의 삶의 방식을 넘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역시 위대했다. 그는 우루과이의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의식 개혁을 통해 인류 공영의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하였다. “오늘날 세계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경제적 풍요만을 추구하여 무절제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있다. 당장의 편의만을 좇아 마구 쓰고 버리는 대량소비 풍조가 세상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작 인류에게 소중한 가치인 도덕질서, 공존공영, 환경보전, 상호협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세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선진 강대국의 끝없는 탐욕이 문제의 근원이다. 자성이 절실하며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무히카의 소신은 결국 우루과이 국민들의 만족도와 행복을 높였다. 경제적 풍요가 삶의 행복을 좌우하지 않고 더 나아가 한 나라의 행복도를 좌우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단편적인 모습,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행복도를 결정하지 않았나 싶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가치는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살펴보지 않았던 인류의 소중한 가치들을 중요시한 무히카의 정치가 옳았고, 국민들이 말해주고 있다.
무히카를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부유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적인 부유보다 마음의 부유가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다.
[고지희 에디터 dr0336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