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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

관객들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여기에서 웃어도 되는가"

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

영화 '완벽한 타인'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휴대폰을 공개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 코미디 장르의 영화라는 점과 실력있는 출연진들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영화관에 도착해 자리에 착석하고 곧 영화가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었고, 나도 꽤 많이 웃었다. 그러나 영화관을 나오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마음이 찝찝하고 불쾌해졌다.

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

거의 40년을 알고 지낸 4명의 친구들은 부부 동반으로 오랜만에 다같이 모인다. 애인을 대동하지 못한 한 친구만 빼고 7명이 모인 자리다. 즐거운 식사자리, 이들은 식사시간동안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문자와 카톡, 전화 등을 공개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캥기는 게 많은 사람들도 반대하면 의심받을까봐 이에 동참한다. 이 게임으로 하하호호 평온했던 가식의 식사자리는 그야말로 산산조각 나고 만다.

 

영화는 즐길만한 요소가 많았다. 영화는 오랜 우정을 가진 친구들 간의, 그리고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부부 사이의 비밀을 끄집어 냄으로써 알고 보면 그들이 '완벽한 타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게임을 벌이는 동안 인간관계에서 비밀로 하고 싶은 거의 모든 치부가 각양각색으로 드러난다. 작게는 뒷담화부터 크게는 불륜까지. 생각지도 못하게 까발려지는 비밀과 비밀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은 그들이 나와는 완벽히 타인이기에 흥미진진하고, 웃음을 자아낸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지루할 새 없이 전개됐으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전달됐다. 하지만 왜 나는 이 영화가 불쾌하게 느껴졌는가.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

우선 영화 시작부분부터 미간이 찌푸려지게 하는 장면들이 계속 등장했다. 남편 태수(유해진 분)는 아내 수현(염정아 분)에게 반말을 사용한다. 수현은 존댓말을 사용하고 권위주의적이고 신경질적으로 구는 남편의 눈치를 과도하게 본다.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수현 대신 태수가 죄를 뒤집어 쓴 이후 이들의 관계가 더욱 나빠진 것이란 설정이지만, 이를 몰랐기도 하고 아마 그 전에도 크게 달랐을 것 같진 않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부부들이 유머로 소비하는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어떻다 하는 식의 농담도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는 사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차마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법한 수준이라 괜찮았다. 하지만 이 불쾌감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됐다.

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

사실 부부동반 모임에서의 휴대폰 공개, 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불륜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등장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그정도는 예상했다. 영화에서 준모(이서진 분)는 어리고 재력있는 아내를 두고도 여러 여성들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태수도 어쩌다 알게 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매일 밤 그 여성으로부터 신체 노출 사진을 전송받는다. 이 외에도 부동산 사기와 같이 배우자가 알면 안될 법한 일들은 등장하는 족족 친구들의 이해와 배려로 가려진다(후에 결국 밝혀지긴 하지만).

 

이들은 친구의 치부를 넘치는 이해심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 쯤으로 여기고 이 비밀을 함께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참 눈물나는 우정이 아닐 수 없다. 남성 집단에서 흔히 불륜이 별 것 아닌 일로 여겨지고 서로 알면서도 침묵하며 비밀을 공유하고 더욱 가까워지는 견고한 카르텔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 장면들이었다. 매우 현실에 가깝다고 느꼈는데, 영화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한다. 만약 이런 도덕적 불감을 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면 방법은 충분히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륜하는 친구들을 감싸주던 석호(조진웅 분)가 아내 예진(김지수 분)이 준모와 바람을 피던 것을 알고서는 불같이 화를 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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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이 현실적이라 불쾌했다면 자신의 불륜 사실을 감추려고 동성애자인 영배(윤경호 분)와 핸드폰을 바꿨다가 자신이 동성애자로 의심받는 상황이 된 태수의 모습을 다루는 영화 장면은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태수는 졸지에 동성애자 애인과 불륜을 한 것으로 몰리자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 억울하고 우스운 상황은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자신이 정말 그렇게 보이냐며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할 것 같아???"라는 대사와 함께 동성애자들의 성관계 장면을 흉내내는 태수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린다. 이후 결국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털어놓는 영배의 고백씬에서, 영화는 성적지향과 관계없이 오랜 우정을 유지한 그 친구 그대로일 뿐이며 이를 가지고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로 급 포장한다. 남의 성적 지향을 실컷 희화화하며 웃겨놓고, "동성애자를 차별하면 안되는거란다"하며 마무리하는 꼴은, 알만큼 아는 사람이 아무런 도덕적 성찰 없이 누군가를 유린하고 내팽개쳐놓은 현장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이 웃음이 불쾌했다, 영화 '완

영화의 마지막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모든 결말이 꼭 비도덕을 비난하고 교훈적으로 끝나야 할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모든 불쾌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 이 부부들의 파멸과 독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실이 까발려지고 태수의 아내 세경(송하윤 분)이 이별을 고하며 자신의 삶을 찾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순간, 돌아가는 반지와 함께 시간은 뒤로 되돌아간다. 앞의 모든 상황이 가상의 상황인지, 이후가 가상인지는 모르겠으나, 결말부분은 핸드폰 공개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벌어졌을 상황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비밀을 간직한 채 되려 평화로워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나, 개인적인 나, 그리고 비밀의 나"라는 자막과 함께 주제를 구체화한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으며, 과연 모든 진실을 서로 알게 되는 것이 꼭 행복하기만 할까? 하는 고찰을 관객에게 던져주는 점은 의미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태수가 불륜 여성에게 시들한 반응을 보이고,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듯한 장면을 통해 감독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답을 은근히 표출해버린다. 태수에 대한 감독의 면죄부는 관객에게 "모를 때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결말을 점철시킨다.

 

영화는 흥미진진했고 코미디 장르에 맞게 웃겼다. 군데 군데에서 목소리 특별출연자가 등장해 그들을 추측하는 재미도 있었다. 사람에 따라 충분히 생각할 거리도 남겨주며 여운이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모든 좋은 점을 덮어버릴 만큼 불쾌한 요소들도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실 이런 요소가 한국 영화에 넘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왜 우리 영화만 가지고 그래? 너무 예민한거 아냐? 라고 말한다면 그 억울함은 잘 알겠다. 그러나 나는 하루 빨리 이런식의 그릇된 웃음 유발이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쉽게 재밌어지는 방법일지라도, 잘못됐다면 바꿀 것은 바꿔 나가야 한다.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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