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김멋지·위선임 작가를 만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혹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 한번쯤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대부분이 짧게는 1~2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에서 한달을 잡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인터뷰는 718일 동안 24개국 97개 도시를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며 세상과 부딪친 분투기를 전해주고 있는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의 김멋지, 위선임 작가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Q. 퇴사를 하고 결혼대신 야반도주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위선임 작가: 결혼대신 야반도주를 택했던 건 제 이야기예요. 제가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로 넘어가던 때였는데 그때 남자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가 결혼을 원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제가 회사생활 4년차가 됐을 때였고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찾던 시기였어요. 명분들을 고민하다가 “결혼을 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 “전업주부를 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결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회사를 그만둘 구실로 결혼을 생각한다는 깨달음이 오고 나서는 결혼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남자친구한테 미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때 “퇴사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떠올랐던 게 여행이었고 멋지랑 저랑 같이 세계여행을 하자고 얘기를 했었기때문에 결혼대신 세계일주를 선택을 하게 되었던 거예요.
Q. 여행을 위선임 작가 그리고 김멋지 작가 둘이 함께 떠났는데 만약 둘이 아닌 혼자 떠났더라면 어땠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김멋지 작가: 여행을 떠나긴 떠났을 텐데 지금같이 2년이라는 시간동안 오래 여행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둘이 같이 있어서 의지도 많이 됐고 힘도 많이 돼서 2년이라는 시간동안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여행을 하면서 싸우거나 하지는 않으셨나요?
A. 위선임 작가: 별로 싸우지 않았어요. 대학생 때부터 인도, 이집트, 터키, 요르단, 시리아 등등으로 배낭여행을 같이 많이 다녔었거든요. 그렇기때문에 많이 맞춰지기도 했고, 여행스타일도 비슷해서 별로 싸우지는 않았어요.
Q. 부모님께서 여행을 허락해주셨을 때 그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김멋지 작가: ‘허락’을 해주신 것보다는 ‘인정’을 받았죠. 허락을 안 해주신다고 해서 못 떠날 나이는 아니었는데 인정은 받고 싶었어요. 인정을 해주셨을 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어요.(웃음) 그렇지만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마음을 가졌었던 걸로 기억해요.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Q. 여행을 하면서 여권을 잃어버렸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상황과 어떻게 대처를 하셨나요?
A. 위선임 작가: 제가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그게 아마 도난을 당했었던 것 같아요. 멋지는 일행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을 때여서 제가 혼자서 리마의 대사관과 이민청이라는 곳에서 입국도장을 새로 받는 절차를 밟았어요. 그게 한 2주에서 열흘정도 했었던 것 같아요.
Q. 또 다른 돌발상황은 없었나요?
A. 김멋지, 위선임 작가: 엄청 많았어요. 소매치기를 당했던 적도 있고 아이폰을 손에 쥐고서 구글맵을 확인하던 도중에 제 손에서 바로 도난을 당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맹장이 터져서 수술을 받았던 적도 있었어요. 우여곡절이 엄청 많았었죠.
Q. 짐을 별로 안 가지고 간걸로 알고 있는데 “이건 가지고 가야했었는데” 하는 건 없었나요?
A. 위선임 작가: 제가 손톱 정리에 대한 집착증 같은 게 있어요. 손톱을 정리하는 걸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짐을 챙길 때 그걸 다 챙길까 하다가 부피가 너무 크니까 손톱깎이 하나만 챙겼거든요. 근데 여행을 하다 보니까 너무 거슬리는 거예요. “아 나한테 꼭 필요했던 건데” 생각을 해서 결국 현지에서 구매를 했거든요. 그래서 본인한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거나, 평소에도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거나 아니면 늘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가지고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김멋지 작가: 꼭 그러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곳이라 현지에서 구입이 가능하니까 짐 챙기는 데 큰 부담을 가지고 내가 이걸 가져가야 되나? 안 가져가야 되나? 이런 부담 없이 챙겨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한국에 오실 때 기념품들도 가져오셨나요?
A. 김멋지 작가: 장기 여행자이다 보니까 배낭은 한정되어 있고 돈도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기념품을 사면 항상 배낭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게 되고 그게 점점 쌓이면 짐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는 기념품 같은 건 마음에 드는 게 있어도 최대한 사지 않았어요. 마지막 여행지였던 인도에서 손수 만든 드림캐쳐를 각자 한 명씩 사왔던 게 기념이라면 기념인 것 같아요.
Q. 장기여행을 하다보면 경비가 부족할 때도 있었을텐데 작가님들께서는 여행경비를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A. 위선임: 일단 저희가 처음 떠날 때는 그동안 모아놨던 돈을 다 가지고 갔었어요. 퇴직금이라든지 적금 펀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놨던 돈까지도요. 그리고 저희가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갔었어요. 근데 그 금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돈이 떨어졌을 때 호주로 입국을 해서 워킹홀리데이로 다시 경비를 벌고 또 다시 여행을 지속했었어요.
Q.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나 다시가고 싶은 나라가 있다면 어디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김멋지 작가: 저는 이 질문을 받으면 쿠바라고 얘기를 해요. 쿠바에서 제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는데 그때 정말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정말 즐거운 생일을 보냈고,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다 있었던 생일이어서 되게 행복하게 보냈었어요. 다시 가면 그 사람들도 없고 제 생일도 아니겠지만 그때 기억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Q.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서른이라고 하면 회사에 취직해서 결혼할 나이라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러한 분위기와 시선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요?
A. 위선임 작가: 그렇죠, 보통 서른이라고 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하고 요즘 많이 늦춰졌다고 하긴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저도 그 나이 때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내가 정말로 원하지 않는데 나이 대에 꼭 해야 될 것 같은 일들에 치어서 억지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나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있을 친구들이나 후배 분들이나 다 뭔가 자기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을 해야지, 발달과업처럼 “내가 이 나이 대는 이걸 해야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서 선택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Q. 만약 여행을 떠나지 않고 정해진 대로 살았다면 어떠한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 김멋지 작가: 저는 원래 패션디자이너였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일을 힘들어 하던 게 아니라 즐겁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계속 패션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직업적인 면에서는 그랬을 테고 지금과의 모습에서도 달라있겠죠. 근데 그 길을 가보지 못 했기에 확실하게 어땠을 거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살던 것과 비슷하게 큰 우여곡절 없이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위선임 작가: 저는 아마 여행을 떠나지 않았었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길인지는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제가 여행을 떠났었던 건 정말로 세계여행을 꼭 떠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삶에 쉼표를 찍고 싶었기 때문이 컸거든요. 다니던 직장에서 나오고 싶었고요. 만약에 여행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업을 선택을 했거나 아니면 다른 인생의 항로를 통해 바뀐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Q. 위선임 작가 김멋지 작가가 알려주고 싶은 장기여행의 팁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김멋지 작가: 장기 여행에 있어서 저희만의 팁을 알려드린다면, 여행의 순간이 새로운 걸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신기한 음식들을 먹고 이런 순간들도 있지만 평범한 일상처럼 가만히 숙소에서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아요. 계속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 시간들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편을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우쿨렐레’ 가 작고 가볍고 이걸로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여행에 가져갔어요. 그런데 정말 숙소에서 악보 하나 놓고 유튜브 영상 보면서 배웠는데 그걸 통해서 그 시간이 즐거워졌었어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다른 친구들도 사귀기 좋았고, 여행이 한층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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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사진= 김멋지, 위선임 작가 제공 |
Q.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텐데 그 사람들과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계신가요?
A. 위선임 작가: 저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았어요. 혼자 여행을 했더라면 외로움에 지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그랬을 텐데 저희는 같이 여행을 하다보니까 많은 사람들과 동행으로 같이 다니거나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여행 중에 만났던 친구들은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최근에도 남미에서 만났던 친구가 결혼 소식을 전해오기도 하는 등, 계속 꾸준하게 연락을 하고 가끔 만나기도 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
Q.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위선임 작가: 딱히 친구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릴 건 없을 거 같아요. 왜냐하면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너무나도 다르잖아요. 그런데 언어 문제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도 물론 영어나 다른 언어가 유창한 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먼저 오픈마인드로 다가가면 표정이나 제스처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거든요. 언어가 안 된다고 해서 바로 숨기보다, 오픈마인드로 다가가는 게 그나마 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멋지 작가: 그리고 음식 나눠 먹으면 빨리 친해지는 것 같아요. 음식 정이 있어요. (웃음)
Q. 마지막으로 서른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해야 할까? 여행을 떠나야 할까? 라고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내가 어떤 걸 할까 말까 혹은 이 길을 가볼까 아니면 그냥 여기에 안주할까 이런 고민들은 인생에서 계속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10대라서 20대라서 스물아홉이라서 이러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계속계속 그런 고민들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러지?” “왜 이렇게 갈팡질팡하고 선택을 못 내리지?” 라기 보다 “그냥 인생은 원래 이런 거다”라고 생각을 하고 조금 더 사소하게라도 해보지 않았던 선택들을 해보는 게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
여러분 혹시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의 김멋지 위선임 작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도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긴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친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더욱 즐겁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호이의 사람들
- 인터뷰: 김호이/ 이다빈
-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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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coby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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