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왜 따라해?" TV조선-MBN 충돌...'포맷 전쟁은 ing'
Y기획
TV조선과 MBN의 포맷 전쟁이 소송전으로 불거졌다. TV조선이 자사 트로트 예능 포맷을 MBN이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MBN도 TV조선이 과거 자사의 예능을 베꼈다며 대응했다.
트로트 예능이 히트하자 그야말로 각 방송사에서 우후죽순으로 트로트 예능이 쏟아졌다. 꼭 이번 트로트 예능 뿐만 아니더라도 여행, 육아, 경연 등 하나의 포맷이 잘 되면 비슷한 형식으로 방송이 나오는 것이 이제 익숙해질 정도. 그러나 이번 TV조선의 표절 소송은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더욱더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TV조선은 "MBN은 당사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포맷을 도용하여, 2019년 11월 '보이스퀸', 2020년 7월 '보이스트롯'을 방송했고, 현재는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한 '트롯파이터'를 방송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MBN의 포맷 도용 행위가 계속되는 바 당사는 '보이스트롯'을 대상으로 포맷 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어제 1월 18일 자로 제기했다"라고 알렸다.
MBN 또한 입장을 내고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 등은 TV조선의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과 전혀 무관함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하고 있고, '트롯파이터'는 MBN이 지난해 2월 방송한 '트로트퀸' 포맷을 활용한 것으로 '트로트퀸'은 '사랑의 콜센타'보다 두 달 먼저 방송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MBN은 "과거 본사 프로그램과 유사한 TV조선 프로그램으로 인해 먼저 피해를 봤다"라며 "MBN의 간판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가 성공하자 TV조선은 2017년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인 '자연애(愛) 산다'를 제작해 25회나 방송하며, '나는 자연인이다'의 상승세에 피해를 줬다"라며 "이 외에도 TV조선에서 방송하거나 방송 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MBN 프로그램의 포맷을 흉내 낸 듯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음을 밝힌다"라며 TV조선이 먼저 자사 프로그램을 베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N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포맷 전쟁은 쌍방 표절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사실 방송사간의 유사 프로그램 범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TV조선이 2019년 선보인 '미스트롯'의 성공 이후 SBS '트롯신이 떴다'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의 민족'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등 종편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유사한 트로트 예능이 방송됐다. 사실 그간 방송사들은 먹방, 가족 등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장르적 유사성'을 이유로 유행에 편승,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MBC '나는 가수다'가 큰 인기를 끌자 KBS는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내보냈고, MBC '아빠! 어디가?' 성공 이후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는 '오! 마이 베이비' 등을 내보내며 육아 방송이 홍수를 이뤘다. Mnet '슈퍼스타K' 이후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했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 이후 tvN에서 '나는 살아있다'를 론칭해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포맷을 두고 방송사들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소송에 대해 "과거에도 비슷한 포맷 프로그램들을 두고 비교하는 여론은 있었지만, 그것을 첨예하게 다룬 적은 없었다. 그 정도는 방송사끼리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출연자나 심사위원들이 거의 비슷하다 보니 갈등이 심화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라고 진단했다.
TV조선은 이번 소송에 대해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유튜브, OTT 등 범람하는 플랫폼들 사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원조라는 수식어가 더욱더 값져지고 있는 만큼, 방송사간의 포맷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TV조선의 이번 대응은 결과를 떠나서 '소송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명목하에 따라하기를 반복하는 방송사들 역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TV조선, MBN, MBC,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