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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떠도는 영혼들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

지구 반대편에서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1896년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시작한 근대올릭픽은 2016년 지금까지 인류의 화합이라는 구호 아래 지구촌의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쟁을 치르고 국가간의 갈등과 이념간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올림픽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참가하는 나라도 14개의 나라에서 205개국으로 늘었지요. 참가하는 나라들의 입장식은 꽤 큰 관심 거리입니다. 생소한 국가 이름과 생소한 모습과 복장의 다른 이들, 세계가 이렇게 다양함을 알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회 개막식에서 우리는 지구촌의 아픔을 봅니다. 개최국을 제외하고 참가국이 다 입장한 후  주경기장에 들어섰던 올림픽기를 든 마지막 참가국을 기억하시는지요?  난민대표팀(Refugee Olympic Team). 내전으로 인해 자신들의 국가를 떠나야 했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 다른 나라 선수들은 국기를 달고 뛸 때 오륜기를 가슴에 단 이들입니다.

난민, 떠도는 영혼들

ⓒ유별남

어린 소녀 루비나는 난민 3세입니다. 루비나의 할머니는 아들을 뱃속에 품고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고향을 등지고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왔습니다. 페샤와르에 있는 나시르바흐 난민촌에서 루비나의 아빠를 낳았습니다. 국제구호단체의 원조 속에서 천막 생활을 하며 자식을 키웠고 난민촌에서 자란 그 자식은 루비나를 낳았습니다. 난민촌을 떠나 페샤와르에 정착을 하였지만 이들의 신분은 난민입니다. 난민촌에 살거나 집단 거주지에 살며 난민증으로 직장을 구하고 난민이기에 직장을 잃습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쟁 이후에는 그들의 신분은 더 위태로워집니다. 잠재적 테러위험요소. 탈레반의 테러에 이용되는 수많은 아이들 때문에 저와 인터뷰를 했던 루비나는 경찰에 신고를 당했습니다. 신고자는 제가 묵고 있던 페샤와르의 호텔 매니저였습니다.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저녁에 돌아오면 또 인사를 나누던 그가 저와 작은 소녀를 신고한 것입니다. 잦은 폭탄테러에 사용되는 폭탄 운반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제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그들의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합니다. 전쟁은 끝났다지만 아직 그들만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으로 루비나는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난민, 떠도는 영혼들

ⓒ유별남

도스트는 페샤와르의 택시운전사입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하루종일 에어컨도 없는 택시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태우고 내려줍니다. 이 친구 역시 아프가니스탄 난민입니다. 루비나의 아빠처럼 엄마가 자신을 임신했을 때 국경을 넘어 난민촌으로 들어왔답니다.  자라면서 크게 다르지 않은 이웃과 크게 바뀌지 않는 국제 정세로 이것이 그냥 삶이구나 하며 평범한 삶을 보냈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때 그때 생기는 일자리에 최선을 다하며. 그러다 미국의 아프간침공 때 많은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대규모의 병력이 이동하다보니 많은 민간인들이 물자를 나르는 일에 동원이 되었습니다. 보수도 나쁘지 않아 2년간 지게차로 물자를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보수로 가정을 잘 꾸려갈 수 있었고 지금은 작은 택시를 몰며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에게도 어김없이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파키스탄 정부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스트는 그 얘기를 하며 자기 손으로 자신의 목을 그으며 자르는 시늉을 했습니다. 자신이 미군부대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면 그들이(탈레반) 자신의 목을 자를거라고 했습니다. 탈레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정한 경제 사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저 멀리 보이는 힌두쿠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너머에는 그가 돌아가야 할 아프가니스탄이 있었습니다.  운전대를 잡아도 방향을 잡을 수 없는 그는 작은 한숨만을 내쉬었습니다.

 

우리는 난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뉴스 말미에 지중해를 건너다 물에 빠져 숨진 난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터키 국경의 난민촌에서 발생한 총격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뉴스를 그러려니 하며 듣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단어, 하지만 끊임없이 벌어지는 분쟁과 내전으로 인한 난민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아니였거나의 차이였을 뿐.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의 첫 시작을 너무 무겁게 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에서 본 난민팀을 보고 다른 이야기로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떠도는 영혼들, 한때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유명 연예인의 열애설에 곧 묻혀버리고 잊혀져 갑니다.  터키 해안에서 차갑게 발견된 3살 아이 에이란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까요? 타인의 아픔은 그렇게 길게 남아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진가들이 그들만의 시각적 언어로 그 아픔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잊혀져도 잊혀지지 않게.

 

세계인의 축제 리우올림픽! 졸린 눈을 비비며 때론 열광하며 때론 아쉬워하며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축제 뒤에는 전쟁과 박해 그 밖에 용납될 수 없는 인류의 죄악으로 소외되고 아파하고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축제의 현장에서 그 아픔을 보아 씁쓸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땀방울 속에서 올림픽의 정신 “평화”가 피어나길 응원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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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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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