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니발 폭행' 가해자에 대한 판사의 따끔한 일침
"합의 노력했지만, 방법 잘못됐다…자신의 인생 되돌아보길"
'제주 카니발 폭행 사건' 가해 운전자에 대해 재판을 진행한 중견 판사가 따끔한 충고를 해 눈길을 끌었다.
법정(일러스트) 제작 최예린(미디어랩) 아이클릭아트 그래픽 사용 |
제주지법 형사2부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4일 일명 '제주 카니발 폭행사건'의 폭행 당사자 A(34)씨의 선고공판에서 재판을 시작 하기전 피고인에게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죠?"라며 말을 꺼냈다.
A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 부장판사는 "저도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장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고민이 매우 컸다"면서 피고인에 대해 진심어린 충고를 이어갔다.
장 부장판사는 "그동안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려 노력한 점은 (재판부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 방법이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본 법정에서 자세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면 가족과 친지를 데리고 가야지 왜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사람을 데리고 가느냐"고 말했다.
제주지법 법정 (제주=연합뉴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내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장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그 사람으로 인해 위협을 느꼈고 심지어 재판부에 진정서까지 제출했다"고 말했다.
합의 장소에 있었던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그 사람으로 인해 피해자가 신변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장 부장판사는 "제 자신도 성격이 매우 급하지만, 피고인은 성격이 너무 급한 것 같다"며 "피고인, 사람은 바른 길로 가야 한다. 옆길로 가면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제주에서도 같은 지역 출신이고, 심지어 부모님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다. 어떻게 보면 이웃 사촌지간"이라며 "이번 판결이 끝나고 난 뒤 곰곰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A씨는 "판사님이 배려해주시고 노력해주셨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 피해자와 합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4)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끼어들기 항의하자 자녀 앞에서 폭행…'카니발 폭행' 공분 (CG) [연합뉴스TV 제공] |
A씨는 지난해 7월 4일 오전 10시 40분께 제주시 조천읍 우회도로에서 카니발 차량을 몰던 중 급하게 차선을 변경, 이에 항의하는 상대 운전자 B씨를 폭행했다.
A씨는 폭행 장면을 촬영하던 B씨 아내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던져버리기도 했다.
피해 차량 뒷좌석에는 당시 5살, 8살 자녀도 타고 있었다.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들은 충격을 받고, 심리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급기야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22일만에 20만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난폭운전은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는 중대 범죄"라며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진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b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