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 '기후변화, 남의 일 아니네'…술값 올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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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이면 4캔을 즐길 수 있는 맥주. 값이 비교적 저렴해 *홈·혼맥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친구죠. **1인 가구가 늘고, 주 52시간제 등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안착하면서 맥주 소비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홈·혼맥: 집에서 마시거나 혼자 마시는 맥주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우리나라 가구의 가공식품 지출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인 이상 가구보다 기호성 식품인 주류와 음료 소비 비중이 높았음. 또, 가공식품 품목별 지출에서도 맥주는 2010년 12위(2.6%)였으나 2017년에는 4위(4%)로 상승함.
하지만 맥주 소비 증가가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술을 줄여 마시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 탓에 맥주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제 식물 연구 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게재된 'Decreases in global beer supply due to extreme drought and heat'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기온이 보리 수확량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평균 4.5℃ 오를 경우 2099년 예상되는 보리 수확량은 최대 17% 감소한다고 합니다. 독일이나 체코 등 맥주의 주산지인 일부 유럽국가는 5℃ 이상 오르면 예상 수확량보다 최대 3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하죠.
2099년 보리 생산 예상 감소 폭(자료 /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 세계 평균 : 최대 17%
- 벨기에, 체코,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 최대 38%
보리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보리가 주원료인 맥주의 가격도 폭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논문은 맥주의 가격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맥주 소비량도 세계적으로 16% 감소한다고 지적했죠.
2099년 맥주 가격 예상 상승 폭(자료 /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 세계 평균 2배
-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3배
- 폴란드 5배
맥주뿐 아닙니다. 기후변화는 다른 주종(酒種)의 가격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040년 한국의 쌀 생산량은 기후변화가 없을 때에 견줘 13.6% 감소합니다. 그럴 경우 국산 쌀로 빚은 소주와 막걸리의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한국 쌀 생산량 하락(자료 / 농촌진흥청)
- 2040년 13.6%
- 2060년 22.2%
- 2090년 40.1%
"가격 안정을 위해 보리 수급의 어려움에 대비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 - 국내 주류업체 관계자
주류 가격의 인상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되지 않도록 주류업계는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선 연구는 기후변화가 계속된 경우를 가정합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막을 경우 최악의 결과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국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를 막는 우리의 작은 실천도 합리적인 맥주 가격을 사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황영주 이한나(디자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