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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Ⅲ](9) 입에 닿는 순간 녹아버린 기장멸치, 쌈밥과 회로 만나다

봄이면 기장군 내륙만으로 몰려오는 햇멸치

갖가지 쌈채소에 매콤한 멸치찌개 '도망간 입맛 돌아와'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멸치살, 비결은 깊은 수심

연합뉴스

멸치찌개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날이 따뜻해지면 연안 가까이 내륙만으로 멸치들이 몰려온다.


가을에 남쪽마다 바깥으로 이동했던 멸치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중 기장에서 잡히는 멸치는 타지역에서 익히 볼 수 있는 멸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멸치를 떠올리면 멸치볶음에 들어가는 잔멸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장 멸치는 길이가 10∼15㎝에 이르는 '왕멸치'인 데다가 단맛이 강하고, 살도 상당히 연하다.


그래서 부산 기장군에 가면 멸치 쌈밥, 멸치회무침 등 멸치 관련 음식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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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 [촬영 박성제]

여러 음식 중 가장 인기를 끄는 음식은 단연 멸치 쌈밥이다.


단풍, 방아잎, 부추, 상추 등 푸릇한 채소는 물론 미역, 배추 등과도 함께 싸 먹는 멸치 쌈밥.


여기서 가장 중요한 멸치찌개는 달콤, 매콤한 양념이 밴 큼직한 멸치와 함께 자작한 국물에 끓여 나온다.


넓은 뚝배기에 담긴 멸치를 턱턱 쌓아 올린 쌈 채소 위에 올려 한입에 넣자 연한 살이 입 안에서 녹아내린다.


야채의 신선함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입맛을 돋우었고, 매콤한 양념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을 감쌌다.


당초 우려했던 비린내는 진한 양념 맛이 잡아줘 멸치 맛을 음미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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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회무침 [촬영 박성제]

멸치 쌈밥과 찰떡궁합으로 알려진 멸치회무침을 먹으면 기장 멸치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신선도가 떨어지면 먹기 어려워 산지가 아니면 접하기 어렵다는 멸치회.


그래서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산지 직송 택배가 아니라면 제대로 맛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매콤한 초고추장 양념에 무, 상추 등 채소와 버무려진 멸치회무침을 한번 먹으면 입안에서 고소함이 퍼진다.


멸치회에 들어간 멸치는 마치 충분히 익힌 생선처럼 부드럽게 씹힌다.


뼈가 많기로 유명한 멸치인지라 혹여나 입안을 쑤시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잔가시만 부드럽게 씹힐 뿐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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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형태로 먹을 수 있는 멸치쌈밥 [촬영 박성제]

이처럼 기장 멸치가 유별나게 부드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


전국 멸치의 60%를 조업하는 대변항 어촌계는 기장 멸치가 맛있는 이유로 깊은 수심을 꼽는다.


기장군 연안은 동해중에서도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기로 유명하다.


또 이곳은 조류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 멸치살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는 것이다.


박종수 대변어촌계장은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조업하는데 이때 기장군에 오면 싱싱한 멸치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기장 멸치 축제가 2년째 취소돼 지역 경제가 아주 어렵다"며 "외지인들은 택배로도 주문할 수 있으니 산지 직송으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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