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출근길에 시동이 안 걸린다면?
『대한민국 자동차 명장 박병일의 자동차 백과』 연재
알아두면 당황할 일 없는 혹한기 차량관리 매뉴얼
연일 매서운 한파에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겨울이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 아침에,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보다 끔찍한 악몽은 없다. 추운 날씨에 힘든 것은 사람이나 차나 마찬가지다.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소중한 내 차가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도록 꼼꼼히 점검하자.
배터리 용량은 고무줄과 같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시동이 잘 안 걸리는 이유는 배터리 용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얼마 전에 갈았는데 왜 용량이 떨어지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배터리 용량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기온이 따뜻하면 100% 용량일 배터리가 온도가 내려가면 50~70%로 줄어들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3년 이상 된 차들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용량이 35~40%만 남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하늘을 원망해야 할까? 잦은 배터리 교환이나 방전의 문제 없이 겨울을 편히 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도계량기 동파 방지법을 벤치마킹하라!
겨울이 오면 수도계량기 동파를 막기 위해 계량기 박스 안에 헌 옷을 넣거나 비닐로 밀봉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배터리에 이 방법을 적용하자. 보닛을 열고 배터리를 찾은 다음, 터미널 양쪽을 헌 옷이나 수건 등으로 감싸주고 배터리 위도 수건 등을 덮어주면 된다. 이렇게 관리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도 줄어들고 배터리의 수명도 늘어난다. 단, 봄이 오면 보온 처리한 것을 제거해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배터리 수명은 짧게는 3년, 길어도 5년이라고 봐야 한다. 만약 5년 이상 된 차라면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배터리를 교환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물 40%, 부동액 60%의 비율을 기억하라!
냉각수가 얼면 엔진이 동파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냉각수란 물과 부동액을 섞은 것인 데, 부동액의 기능은 말 그대로 냉각수를 얼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물과 부동액은 보통 반반씩 섞는데, 섞는 비율에 따라 어는점이 달라진다. 물 40%에 부동액 60%일 때 가장 낮은 동질 온도를 유지한다고 하니 겨울철엔 이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부동액을 교환한지 2년이 지났거나 4만 km가 넘었다면 새로 넣어주는 것이 좋다. 부동액을 교체하면서 함께 신경 써야 할 것이 워셔액인데,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얼지 않는 워셔액을 사용해야 고장을 예방할 수 있다.
오일 한 방울로 겨울을 대비하라!
추운 날 아침, 도어나 트렁크가 열리지 않아 고생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도어나 트렁크의 접촉 부분에 오일을 살짝 발라주면 그런 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 자동차 열쇠 구멍에도 약간의 오일을 발라주면 열쇠 구멍이 얼어 도어를 열지 못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차체에 왁스칠을 충분히 해주면 겨울을 나기가 훨씬 쉬어진다. 차체를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만 자동차에 쌓인 먼지나 눈을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터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 그냥 넘기면 안 된다!
히터를 켰을 때 매캐한 곰팡이 냄새와 단 냄새가 나는 차들이 있다. 이는 히터 주변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증거이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차내 필터를 점검해 오염이 심하다면 수명에 관계없이 교환하는 것이 좋다. 곰팡이 냄새가 심할 경우엔 곰팡이 제거제를 뿌린 뒤 히터를 5분쯤 강하게 작동시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히터 라디에이터 자체를 교환하는 것이다.
체인 없이 눈길 주행하는 방법이 있다!
타이어 트레드 높이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트레드가 마모되면 눈길 제동이 어려우므로 사전에 점검해 교체해야 한다. 또한 체인을 준비해두어야 하는데, 가능하면 우레탄 체인을 선택해야 타이어 손상은 물론 아스팔트 노면도 보호할 수 있다. 타이어에 체인을 끼우기 어려운 여성의 경우, 인형옷처럼 입히는 천 소재의 체인도 있으니 하나쯤 장만해두면 좋다.
눈길을 운행해야 하는데 체인이 없다면 임시조치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타이어 공기압을 규정 압력보다 약 20~30% 빼는 것이다. 노면과 타이어 접지 면적이 넓어져 보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다만 운행 후 다시 규정 공기압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워밍업은 언제나 옳다!
차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은 절대 급출발 급가속을 하지 않는다. 사계절 항상 워밍업이 필요하지만, 겨울철에는 특히나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차를 사랑한다면 적어도 2~3분 워밍업을 한 후 출발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또한 주차할 때는 가능하면 양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시동성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엔진이나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글 | 박병일(자동차 정비사)
박병일, 박대세 저 | 라의눈
중고차 잘 고르는 법, 사고차 판별하는 법까지 담겨 있어 가히 ‘자동차 백과’라 할 만하다. 막 면허를 딴 초보자부터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니아까지 오너드라이버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이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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