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한 이유는?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는 마흔에 은퇴하기로 결심하고, 그 꿈을 단 5년 만에 실현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이다. 결혼 전에는 모은 돈도 거의 없었던, 오로지 일만 열심히 했던 평범한 직장인 부부가 ‘조기 은퇴 부부’가 될 수 있었던 방법과 과정을 7단계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시시때때로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을 어떻게 다스렸는지부터 재테크를 모르던 부부가 현실적인 자금계획과 마련은 어떻게 했는지, 직장 상사와 부모님에게 ‘은퇴 커밍아웃’은 어떻게 했으며 은퇴 후 시간을 무엇으로 보내고 있는지 등 파이어족들이 재정적, 심적으로 염려할 만한 주제들에 ‘생활밀착형 에세이’로 답한다. ‘조기 은퇴를 하려면 몇십억쯤 필요하지 않을까?’ ‘막상 은퇴하고 후회하면 어떡하지?’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은퇴 예행연습’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다들 조기 은퇴를 하려면 몇십 억씩 모아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데, 작가님 부부는 ‘현실적인 생활비 계획과 저축’만으로 조기 은퇴를 감행하셨어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셨는지, 또 5년의 준비 기간 동안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은퇴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처음에는 직장 은퇴 후 적당한 돈벌이를 할 생각이었어요. 은퇴라기보다는 직종 변경을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 남편이 은퇴 후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자고, 어릴 때 꿈꾸던 일도 다시 도전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아껴 쓰면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한번 계산해봤어요. 그런데!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큰돈이 아닌 거예요. 만 55세 이후면 저희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은퇴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은퇴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회사생활이었어요. 나에게 부여된 역할이 달라진 이유인지, 곧 은퇴할 거라는 마음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이전에는 일이 아무리 많아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힘들 때마다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조기 은퇴에 대한 불안함은 아프면서 오히려 사라졌어요. 회사 일에 쏟는 시간을 나를 위해 쓰다 보면 직장 은퇴 이후에도 뭐든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말로 회사 다닐 때처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생활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작가님께서도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셨듯, 많은 직장인들이 은퇴 후 잠을 마음껏 자는 일상을 꿈꿀 것 같은데요.
회사를 가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지 않고 설레요.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지면 하루 패턴이 다 엉망이 되어버려서 요즘도 매일 7시에 일어나고 있어요. 가끔 남편이랑 놀다가 늦게 잠들었을 때만 한 시간 정도 더 잠을 자요.
은퇴 이후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세 달 정도 제주와 속초 살이를 다녀왔는데요. 그 이후 한동안 생활 패턴이 망가져서 다시 잡는 데 오래 걸렸어요.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래요. 마음껏 자고, 마음껏 놀면 행복할 것 같은데, 그 시간이 오래가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괜히 불안하고 더 우울해지고, 그래서 가능하면 비슷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은퇴’라는 말이 요즘에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은퇴는 어떤 건가요? 은퇴가 아니라 ‘진로 변경’이라고 볼 수도 있을까요?
책에도 언급했지만 은퇴의 사전적 정의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 이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은퇴는 하나의 사회적 역할에서 다른 사회적 역할로 이동하는 것으로 본다고 해요. ‘성취욕’은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욕구 중 하나예요. 성취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어느 정도의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쁘게 지내던 사회생활을 마무리하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일을 한다면, 전 그것도 은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쓰는 건 글을 쓰는 게 좋아서이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은 아니거든요. 나의 성취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적당한 일은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하고 싶어요.
16년의 기획자 경력이 조금 아깝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아주 만약의 경우라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힘들긴 해도 치열하게 일하던 때가 그립진 않으신가요?
전 아깝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제 주변에서 많이들 아까워해요. 은퇴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요. 마음 맞는 동료와 치열하게 일해서 낸 성과로 인정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좋았죠. 기획이라는 일만 보면 재밌긴 했어요. 하지만 이제 회사에서 제 연차의 직장인에게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 일만은 아니거든요. 회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그치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직장 생활을 하셨으니 연봉이 적지는 않으셨을 텐데, 은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때도 혹시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이 있으셨나요?
결혼 전에 저는 소액이라도 조금씩은 저축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남편은 정말 버는 만큼 썼어요.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남편도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죠. 전세금 대출을 1년 안에 다 갚기 위해 아꼈던 것이 습관이 되어 은퇴자금을 모을 수 있었어요.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젊을 때 원하는 만큼 소비를 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어요. 남편은 젊을 때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살아서, 본인이 돈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요. 전 남편을 만나고, 결혼하기 전까지 그 경험을 했고요. 그래서 결혼할 당시에 나이에 비해서는 모은 돈이 많지 않았어요.
은퇴를 마음먹고 실행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은퇴 이후의 삶과 일상이 더 궁금한데요. 앞으로도 브런치나 다른 채널에서 소식 전해주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브런치는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다른 채널은 아직 계획에 없어요. 브런치에 매주 하나의 글은 올리는 게 목표인데, 그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더라고요. 요즘은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은퇴 후 제주와 속초에서 지냈던 일을 글로 쓰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다 쓰면 다음에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전국 막걸리 기행’을 한 번 해보려고요. 남편이 생활비를 투자할 만한 일인지 기획서를 쓰고, 글 한편을 완성해 오면 검토해본다고 했어요.
요즘 은퇴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만의 차별성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가요?
요즘 나오는 이른 은퇴 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대체로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원한다면 도전해볼 법한, 조금은 현실적인 은퇴 이야기예요. 은퇴 결심에서부터 불안 관리, 자금 마련과 그 이후의 삶까지의 과정을 7단계로 담았는데, 은퇴 에세이이긴 하지만 자금 계획에 대한 적당한 정보도 담고 있다는 점이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은퇴 과정을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이른 은퇴를 꿈꾸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른 은퇴가 좋고 행복한 일이라고만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글래서가 1998년에 출간한 ‘선택이론’에 따르면(상담학 사전 참고), 인간은 사랑과 소속감, 힘과 성취, 자유, 즐거움, 생존 이렇게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은퇴를 하면 회사 구성원으로서 얻는 소속감과 일로 얻는 성취감을 가질 수 없어요. 이른 은퇴를 위한 자금 마련보다 어쩌면 회사로부터 충족했던 기본 욕구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몰라요. 제 책이 그에 대한 대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다현
충실한 회사원이자 기획자로 16년을 보냈다. 가정주부가 꿈이라는 남편에게 물들어 이른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보다 한라산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는 걸 더 행복해하는 우리는, 결혼 전엔 모은 돈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기획자의 자질을 발휘해 5년간 ‘현실 가능한 부부 공동 은퇴’를 기획했고, 마침내 마흔에 퇴사했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며 살아가고 있다. 한낮의 산책을 즐기고, 언제든 마음이 동할 때 숲으로 간다. 둘 다 맥주를 좋아해, 주말에는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보며 가볍게 한잔 기울인다. 언젠가 남편과 ‘전국 막걸리 기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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