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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도 빵을 먹고 간 전설의 빵집, 그 비밀은?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송성례 저자 인터뷰

마음 깊숙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이 일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는 것, 그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힘인 것 같아요. (2020.10.30)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선천적으로 앓고 있는 글루텐 불내증으로 인해 시중에 판매되는 ‘밀가루 빵’을 못 먹는 탓에 좋아하는 빵을 직접 만들어 먹고자 빵집을 시작한 이가 있다. 8평짜리 작은 공방에서 글루텐프리 베이킹을 연구하기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져 지금은 한남동 인기 빵집으로 자리 잡은 ‘써니브레드’ 대표의 이야기다.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땐 주문 폭주, 택배 지연이라는 말을 모를 정도로 순진했기에 하루에 몇백 개의 빵을 만들고 포장하느라 눈물이 쏟아지기도 해 수영 고글을 쓰고 작업을 하는 등 수많은 일을 겪었고, 써니브레드에 들어온 도둑이 돈은 안 훔치고 4시간 동안이나 빵을 맛있게 먹고 가는 바람에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빵집을 운영하면서 불안함과 슬픔이 스스로를 잠식할 때쯤 그는 다짐했다. ‘망해도 괜찮다. 케이크는 또 만들면 되니까.’

선천적으로 앓고 있는 글루텐 불내증으로 밀가루를 못 먹는데 빵집 ‘써니브레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써니브레드는 저처럼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을 건강이나 선택적 이유로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글루텐프리 베이커리에요. 처음에는 먹는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저 자신을 위해 취미로 글루텐프리 홈베이킹을 블로그에 자랑하려고 올렸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사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덕분에 써니브레드는 글루텐프리뿐만 아니라 채식을 지향하시는 분들 혹은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비건 제품도 연구하여 판매하고 있어요. 저탄고지(KETO)나 당뇨를 앓고 계신 분들을 위해 저탄수화물 제품도 연구하여 판매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남들처럼 빵을 먹고 싶어서 나 자신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식품 제한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더 집중하여 맛있는 알러지프리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빵집에 도둑이 들어서 4시간 동안 빵만 먹고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처음엔 소주병이랑 케이크가 매장 밖에 널브러져 있었어요. 그 전날 가게에서 제 생일 파티를 했기에 제가 집에 가고 나서 친구들이 2차로 남은 케이크랑 술을 마셨나? 가볍게 생각했어요. 아무 의심 없이 술병을 치우고 매장을 정리하다 돈 통을 열었는데 돈 통이 텅텅 비어 있었죠.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CCTV를 돌려봤어요. 어떤 남자분이 오전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빵 5인분을 맛있게 먹고 돈을 몽땅 주머니에 넣고 가더라고요. 사실 도둑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소름 끼치고 겁이 났는데, 4시간 동안 너무나도 맛있게 빵을 먹는 모습을 보니 빵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한편으론 감사하고, 이게 실화인가 싶은 게 너무 웃기더라고요. 나중에 형사님들이 오셨고 도둑은 잡혔어요. 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한 통의 사과 편지를 받았고 선처를 해드렸습니다. 이후에 도둑도 맛있게 먹고 간 빵으로 입소문이 나 많은 고객님이 찾아오셨어요. 덕분에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위기도 기회로 잡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써니브레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무기력해지거나 번아웃이 찾아오기도 해요. 평생 열정적으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갑자기 번아웃이 찾아오면 불안증이나 우울감에 사로잡혀요. ‘나는 왜 끈기가 부족할까?’ 혹은 ‘나는 왜 번아웃을 이기는 힘이 없는 걸까?’ 생각하며 스스로 자책도 해요. 번아웃이 찾아오면 매일 마주하던 고객들 앞에서 웃으며 응대하는 것도, 비즈니스 미팅을 나가는 것도 버겁고 힘들게 느껴져요. 스스로가 작고 보잘것없는 것 같아서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너무 힘들기도 하고요. 또 하루면 끝낼 일들을 이틀 삼 일 미루기도 해요. 저는 작년 초에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터져서 멘탈이 나간 적이 있어요. 정말 미친 듯이 에너지를 쏟으면서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엉망이 됐죠. 그때는 번아웃이 오면서 불안증이 심해져서 잠을 자려는데 숨이 턱턱 막혀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어요.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터지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열정도 바닥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님이 하는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번아웃, 불안증은 감기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 때문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 거죠. 걸린 후에는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요. 대신 바이러스에 걸리면 무조건 전문의를 찾아가야 해요. 저는 불안증이 심해지면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필요하면 약도 처방받아요.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우선 번아웃과 불안증을 치료한 후에 달려야 하죠. 그렇기에 스스로 자책하기보단 그 상황들을 감기처럼 여기고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더 쉴 수 있도록 상담과 치료에 시간을 투자해요. 몸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때까지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는 거죠.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말보다는 내가 더 강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많은 분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덜 힘들고 더 행복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곤 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힘들 땐 힘들어요. 실패도 하고 항상 행복한 건 아니랍니다. 특히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을 때 조금이라도 일이 틀어지거나 스스로가 기대한 것과 다르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돼요.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건가?’ ‘열정이 벌써 식은 건가?’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말이죠.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며 신이 났던 과거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혹시 내 선택이 틀린 건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해요. 좋아하는 일이라고 열정이 매일 솟아나는 것도, 초인적인 힘이 나는 것도 절대 아니에요. 그래도 마음 깊숙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이 일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믿음이 있다는 것, 그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힘인 것 같아요. 

책에서 ‘인생도 오븐도 적당한 온도로 예열해주세요.’라고 하셨는데 평소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백조처럼 물 아래로 발을 동동 구르며 우아하게 보이기 위한 노동을 그만둬야 해요. 물 위에 그냥 둥둥 떠다니는 귀여운 비버처럼 여유롭게 물 위에 떠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죠. 모든 과정에 100%를 갈아 넣을 순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너무 많은 결정과 기회를 앞두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더라고요. ‘내가 이 회사와 미팅을 할 정도로 경영에 대해 알고 있나? 내 지식이 들통나버리면 어떡하지? 이 제안을 받을 만큼 우리가 준비되었나? 승낙했다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이제는 혹여 미팅하다가 저를 무시하는 사람을 만나면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타이밍이 안 맞는구나 생각하고 끝내요. 준비할 것만 제대로 준비하고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부딪쳐보고 기회를 잡아보는 거죠. 100%에 목매지 않고 80%에 만족하며 사는 거예요. 80%는 주관적인 수치기에 누군가에겐 저의 80%가 100%로 보이기도 하죠. 50%, 80% 실력도 상관없어요! 경험하는 것, 완벽하지 않더라도 기회를 잡는 것.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는 100%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는 제 온도를 마음의 여유로 유지합니다. 


써니브레드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는 거예요. 써니브레드에서 일하는 것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지만 계속 좋아하는 일은 생겨나니까요. 노래 부르는 유튜브 시작하기, 뮤지컬 배우 단역이라도 좋으니 도전해보기, 베이킹 프로그램 진행하기, 소설 쓰기 등 좋아하는 일은 무조건 다 해보자는 계획입니다. 써니브레드의 계획은 저와 같은 식품 제한을 겪는 많은 분을 위해 글루텐프리, 비건, 저탄수화물 식품들을 국내에 더 많이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는 거예요. 어디를 가도 ‘글루텐프리’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도록, 어디를 가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송성례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선천적으로 앓고 있는 글루텐 불내증으로 인해 시중에 판매되는 ‘밀가루 빵’을 먹지 못한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빵을 직접 만들어 보고자 8평짜리 작은 공방에서 글루텐프리 베이킹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점차 유명해져 한남동에서 써니브레드를 운영하게 되었다. 써니브레드에 들어온 도둑이 돈은 안 훔치고 4시간 동안이나 빵을 맛있게 먹고 가는 바람에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써니브레드의 글루텐프리 홈베이킹』이 있다.


써니브레드 인스타그램 @sunnypeadkr

송성례 인스타그램 @sunnythecaker

블로그 blog.naver.com/sunny4370

유튜브 youtube.com/uscasunny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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